국내 석탑미술의 대명사로 통하는 경주 불국사의 국보 제20호 다보탑과 제21호 석가탑이 원래 명칭이 아니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불교미술 연구자인 배진달 용인대 교수는 26일 "통일신라의 다보탑과 석가탑은 1300여 년전 창건 당시 명칭이 아니라 후대에 탑 의미를 곡해해 잘못 지은 이름"이라고 주장했다.
배 교수는 "국내 석탑미술의 대명사로 통하는 두 탑 이름이 알려진 것은 300년이 채 안된다"며 "1708년 승려 회인이 정리한 '불국사사적', 1740년 승려 동은이 찬술한 '불국사고금창기'가 나오기 전 탑 명칭에 대한 기록은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최근 발표한 논문 '불국사 석탑에 구현된 연화장'을 통해 "다보탑과 석가탑은 화엄사상의 우주인 연화장 세계를 표현한 상징물로 건립 당시 이름이 없었고 18세기 이후 주관적 해석으로 탑의 원래 의미가 변질됐다"고 밝혔다.
두 탑의 사상적 배경으로 꼽혔던 법화사상(중생의 인식 정도에 따라 깨달음의 정도에 차별을 두는 불교사상)은 불국사 창건 당시 통일신라에서는 화엄사상에 눌려 별로 유행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배 교수는 "불교 화엄사상의 진수인 '화엄삼본정' 고사를 보면 부처가 깨달음을 얻었을 때 삼매 속에서 봤던 연꽃 속의 웅장한 우주모습, 연화장 세계를 표현한 산물이 바로 두 탑"이라고 해석했다.
팔각 연화지붕을 두른 동 석탑(다보탑)은 연화장 세계의 입체적인 모습이며 삼층 서 석탑(석가탑)은 평면적 실체라는 것이다.
그는 두 탑을 불경 '법화경'의 견보탑품에 따라 석가와 다보여래의 상징으로 보는 학계 견해도 18세기 기록에만 의지한 것이라며 비판적으로 본다.
견보탑품 고사는 석가가 영취산에서 설법할 때 다보여래의 탑이 땅에서 솟아나 설법을 찬양하니 그 탑 안으로 석가가 들어가 다보여래와 같이 앉았다는 내용인데 학계가 이런 도상 만을 근거로 두 탑을 법화경 중심의 해석을 내놨다고 비판했다.
배 교수는 "석가탑 명칭은 1966년 석가탑 해체 당시 나온 11세기께 중수기에 '서 석탑', '무구정광탑'으로 표기한 것이 전부"라며 "이런 맥락에서 다보탑도 원래 동 석탑으로만 불렸을 것"이라는 견해를 나타냈다.
또 "석가탑 중수기의 '무구정광탑' 명칭도 단순히 '무구정광다라니경'을 넣은 탑이란 뜻이며 고유명사는 아니다"고 주장했다.
배 교수의 이번 논문은 내년 2월 김리나 홍익대 미대 교수의 정년퇴임 기념논총에 실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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