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말리아 해적 '제미니호 납치 사건', 500일 맞아

한국인 선원만 재납치돼 사건 장기화

지난해 소말리아 해적에 의해 한국인 선원 4명이 납치된 '제미니 호' 사건이 10일로 500일 째를 맞았다. 한국 선원 납치 역사상 최장기간을 기록하고 있지만 선주인 싱가포르 선사와 해적 사이의 협상은 여전히 지지부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싱가포르 상사 '글로리 십 매니지먼트' 소속인 제미니 호는 지난해 4월 30일 케냐 인근 몸바사항 남동쪽 해상에서 납치됐다. 이후 선사 측과 협상을 시작한 해적들은 지난해 11월 30일 해상에서 돈과 인질을 맞바꿨지만, 선장 박 모 씨 등 4명을 재납치해 소말리아 내륙으로 들어가면서 사태가 장기화되기 시작했다.

해적들은 당시 25명의 인질 중 한국인 선원에 대해서만 다른 조건을 걸었다. 지난해 1월 '아덴만의 여명' 작전 당시 사망한 해적 8명에 대한 보상 및 한국에서 재판을 받고 수감된 5명의 석방을 요구한 것이다. 이 때문에 국제사회에서 위험한 작전이라고 평가받았던 '아덴만의 여명'의 후폭풍이 닥쳤다는 해석도 나온 바 있다. 해적들은 현재 기존의 입장을 거두고 인질의 몸값 만을 요구하고 있지만 선사 측이 제시한 액수와 차이가 커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통상부는 그 동안 '해적과의 협상은 없다'는 원칙을 고수하면서 싱가포르 선사를 간접적으로 지원하고 피해자 가족과 상황을 공유해 왔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한국인 인질에 걸린 '특별 조건'을 알고도 재납치 상황에서 별다른 손을 쓰지 못했고, 이후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일각에서는 '해적들에 의한 납치'라는 새로운 외교사안에 대해 보다 적극적인 해결 노력이 필요한 게 아니냐고 지적하고 있다.

한편, <시사IN>은 지난 3일 한국인 인질 4명 중 1명이 가족과 부정기적으로 취해오던 연락이 최근 수 개월간 끊어진 상태라고 보도했다. 소말리아 분쟁 전문 매체 <소말리아리포트>는 지난 1월 인질 중 2명이 날씨와 식수 문제로 건강 상태가 좋지 못한 상태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하지만 외교당국은 현재까지 인질의 신변에는 이상이 없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