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봉준 |
강물이 불었다.
섬강도 큰 강으로 돌변했다.
본래 강길을 찾아 수변지대는 강으로 변한다.
수변지대는 본래 강의 것 되찾은 거지 인간의 것이 아니다.
저 수변지는 흠뻑 물 먹은 수초의 머리만 수면에 찰랑이고
온갖 수생 동식물들은 물 맞난 고기처럼 강으로 돌아간다.
그러나 지금은 없다.
구불고 축축하고 물렁물렁하고 애매한 곳.
경계마저 없는 온생명의 자궁, 지금은 없다.
그저 반듯하게 직각으로 뻣은 콘크리트 구조물과
산을 깨서 쪼개 날라 온 채석장 돌들로 축조한 제방뚝,
그아래를 흐르는 것은 물 뿐이지.
그 많던 수초 생물들 다 어디로 갔을까
내 꿈들은 모두 다 어디로 갔나.
내 꿈은 경계에서 태어나
경계가 본래 없는 곳으로 큰다.
자연과 인간, 도시와 농촌, 숲과 아스팔트,
학생과 교수, 정치와 예술, 경제학와 인문학....
그많은 경계들로 개념에 묶고 요소론으로
자르고 잘라 모두 개체로 환원해 버린
단락들만 출세를 자랑한다고라.
으음, 지맘대로 될까?
강물이 불면
경계 넘어에서 환호하는 초목은
경계 밖에서 손 흔드는 숲은, 경계를 모르는 무의식은
경계를 아파하는 삶과 예술과 시는
축축하고 말랑말랑하고 정든 내 꿈의 거처를
기어이 기억하리.
경계 없는 애매함 그대로
도요새와 함께 지금 당장은 사라진다해도
저 불어난 강물은 끝끝내 돌아와
무경계의 장엄을 흐르게 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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