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르는 게 뭔가?
듣는 것도 피했다.
그 노래만 들으면 가슴이 메여 왔기 때문이다.
왜 메여?
돈도 못 받고 떠난 타원이 떠올랐으니까.
그럼 타원과 애수의 소야곡이 무슨 관계가 있나?
전혀!
직접적인 관계는 전혀 없다.
다만 타원이 떠날 즈음 내가 즐겨 듣던 노래가 바로 애수의 소야곡이었다!
그래서 타원과 소야곡, 전혀 상관없는 두 이미지가 내 머릿속에서 연결된 것이다. 마치 죽고 못 사는 사이처럼!
▲ 타원 ⓒ프레시안 |
하나를 들으면 다른 게 자동으로 튀어나왔다.
타원하면 애수의 소야곡,
애수의 소야곡 하면 타원 하는 식으로
오늘은 너무너무 기쁜 날이다.
타원이 돈을 받게 되었다.
못 받을 돈을!
3년 4개월 만이다.
*타원이 다닌 회사는 수틀리면 폐업하고 수시로 간판을 바꿔 다는 카멜레온 같은 회사였다.
'(주) 00'이 '00 정밀'이 되었다가 조금 있으면 '00 프라텍'으로 둔갑하는 식이다.
돈을 못 받게 된 것은 순전히 내가 대상을 잘못 잡았기 때문이다.
'(주) 00'이 아니라 '00 정밀'을 대상으로 삼았어야 하는 건데.
실수한 과정은 이렇다.
1. 나는 돈 못 받고 떠나는 타원을 대리하여 '(주)00'을 노동부에 고소했다.
2. 노동부 감독관은 '(주)00' 명의의 체불금품확인서를 떼어주었다.
3. 나는 그 체납금품확인서를 가지고 '(주)00'을 상대로 민사소송을 걸어 승소했다.
4. 그러는 동안 '(주)00'은 회사 자체가 없어졌다.
기가 막혔다.
나는 닭 쫓던 개처럼 멍하니 먼 산만 바라보았다.
받을 길이 없었다.
더구나 채권시효 3년이 끝나가고 있었다.
시효가 딱 일주일 남았을 때 북방에서 귀인이 나타났다.
마치 토정비결처럼!
서울에서 자원봉사를 하러 온 N 변호사.
"제가 도와드릴 일이 뭐 없을까요?"
낡은 책 속에만 있는 줄 알았던 귀인(貴人)이 실제로 존재한다는 걸 느끼며, 그의 옷소매를 붙잡았다.
"타원 건만 해결해주시면 내 원이 없겄시유!"
재판은 하는지 마는지 지지부진한 것 같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4개월 7일 만에 기쁜 소식이 들려왔다.
수화기에 흐르는 N 변호사의 목소리.
"목사님, 승소했어요. 이번에는 사장 본인을 상대로 소송한 거니까 안 주고는 못 배깁니다."
받는다.
이제!
다행히도 타원은 해외 송금 계좌를 만들어놓고 갔다.
나는 일단 송금하고 나서 태국으로 전화를 걸 참이다.
타원이 얼마나 좋아할지 상상이 안 간다.
☞ 타원이 다닌 회사 : 오랑캐꽃 29번 <애수의 소야곡> 2009년 1월 27일 자 프레시안 참조
☞ 화성외국인노동자센터 홈페이지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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