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은 인간사회에 징벌을 내리거나 개벽을 불러 올 때 여러 갈래로 전조(前兆)를 보낸다고 한다. 미리 징조를 보여주어 사람들로 하여금 대오각성케 한다. 다만, 어리석은 사회, 아둔한 지도자들은 징조들을 보고도 깨닫지 못한다. 마치 개구리가 올챙이적 생각을 못하는 격이다.
말세(末世)에 가까운 진풍경이 지금 우리 사회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왜 우리 대기업에게 세금을 더 깎아주지않고 그 돈으로 애들에게 공짜 밥, 반값 등록금이나 해주려는가 핏대를 올리는 우리나라 재계지도자들이 해외토픽 감이다. 스스로 대한민국의 최고 재벌이며 전경련 대표, 상공회의소 회장님의 몰골이 말씀이 아니시다.
자기 전재산을 사회교육 의료 복지 사업에 죄다 내놓다시피 한 마이크로 소프트사의 빌 게이츠나 워렌 버핏 등 자본주의 대국 미국의 기업가들과 너무나도 대조된다. 부시 대통령더러 자신(대기업)들의 상속세를 깎아주려하지 말라고 타이른 이들 미국의 세계적 기업가들은 대한민국의 대표재벌들을 어떻게 생각할까.
심지어 연간 소득이 몇 백억원이 넘는 여당 국회의원이란 분께서는 노골적으로 어린 학생들을 위한 친환경 유기농 의무급식 움직임을 낙동강 방어선에 비유하여 그걸 막아야 한다고 다른 부자들을 선동한다. 높은 대학등록금을 낮추어 달라는 대학생과 시민들의 촛불시위를 좌파 운운하면서 역정까지 내신다.
차기 대권을 바라보는 자치단체장께서는 5학년 이상의 초중학교 친환경 의무급식 시행을 반대하자며 동서고금에 유례가 없는 주민투표를 서두르고 있다. 주민투표 비용이 약 180억원이 들어 의무급식에 추가로 소요돨 비용의 거의 반이나 되는데도 교언영색(巧言令色)이다. 그동안 친환경 의무급식을 반대하는 홍보비만으로도 이미 수십억원을 썼다고도 한다. 어린이들이 먹는 밥 문제를 가지고 거금을 써가며 주민투표를 하자는 나라는, 과문이지만, 하늘 아래 대한민국 서울특별시뿐일 것이다.
이명박 정권 들어 부자와 기업들을 위한 연달은 감세정책의 혜택으로 천문학적인 사내 유보금을 쌓아 놓고도 아이들에게 돈 쓰지말고 자기들에게 더 달라고 기자회견까지 하는 재계 어른들이 참으로 안쓰럽다.
ⓒ뉴시스 |
때마침 프랑스 파리에서는 G20 농업장관회의에 임하여 유럽 각국의 젊은이들이 모여들어 "먹는 것을 가지고 장난을 치지말라"는 구호와 피켓을 높이 쳐들었다. 우리나라 정치지도자들과 재벌들의 눈높이로 보자면 이들 대학교육까지 무상교육을 받는 유럽 젊은이들은 모두 좌파이며 사회악의 근본인 셈이다. 강 파기, 땅 파기에는 연간 10조원씩 매년 퍼부으면서 세계에서 두 번째로 높은 대학등록금을 반값으로 낮추는 데 쓰일 5-6조원을 조달할 수 없다고 오리발을 내놓는 중앙정부는 그렇다고 하더라도 한강을 르네상스한다고 국적불명의 기괴한 건물을 짓는 데만 수백억을 쓰는 지자체장이 어린 학생들의 친환경 의무급식에 대하여만 주민투표로 결정하자고 한다. 강남의 부자들이 궐기해서 반대투표를 해줄 것으로 기대하는 모양이다. 그래서 강남특별시장이라는 타이틀로 대권을 거머쥐겠다는 것인가.
지금 조국의 산하엔 갖가지 자연재앙이 몰아치고 있다. 우리 겨레가 서로 총칼을 겨눠야 했던 잊을래야 잊을 수 없는 6.25 전쟁의 비극적인 상징물, 칠곡 왜관의 "호국의 다리"가 하필이면 6.25 날 새벽 무너져 내렸다. 그것도 6.25 전쟁 중 미군이 폭파시킨 제2교각 부근이 쓸려 내려갔다. 4대강 사업으로 낙동강 본류와 지천들이 만나는 곳마다 불어나는 빗물을 자연스레 흘러 보내지 못해 일어난 결과라고 한다.
다른 한편, 올해 초까지 구제역병이 호남과 제주도를 제외한 전국에 확산되어 350여만 마리의 소, 돼지를 상당수 생축으로 땅에 묻어야만 했다. 어리석은 방역행정, 인재(人災) 탓이었다. 1400여곳의 매몰지가 장마 홍수에 괜찮을지 또는 침출수 후유증은 없을지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설상가상으로, 무관세로 세계 각 곳에서 아무리 수입해 들여와도 돼지고기 값은 내릴 줄 모른다. 반대로, 수입급증으로 한번 폭락을 한 한우 값은 내리기만 하지 전혀 오를 줄 모른다. 이래저래 멍이 든 축산농가들에 그나마 보상으로 나온 살처분 보상금에도 세금을 매긴다니 소잃고 외양간만 지키는 농민들의 수심은 더욱 깊어만 간다.
각종 채소류와 과일 가격 역시 이상기후로 오르기라도 할 기세면 정부가 앞장서 마구잡이 무관세 수입을 재촉한다. 이 정부가 무관세 수입자유화로 FTA를 추진하려는 중국산이 대부분이다. 한 때 배추값은 단군 이래 최고의 가격, 포기당 1만6천원까지 치솟더니 올 봄에는 사상 유례가 없을 가격 폭락으로 밭을 갈아엎은 농가들이 부지기수 생겨났다.
이번 장마가 지나면 또 무슨 이변이 일어날지 모른다. 정부대책은 오로지 '무관세 수입자유화'이다. 농업 '생산부'인지, '수입부' 인지 분간하기 어렵게 변질돼 가고 있다. 어디 그뿐인가. 시중에서는, 4대강 정비사업을 추진하는 국토해양부를 '국토훼손부', 그것을 찬성 옹호하는 환경부를 '反환경부', 남북대결을 자극만 하는 통일부를 '反통일부'라고 비아냥대고 있다.
오늘날 시장경제 자본주의 제도는 인류가 고안해낸 가장 괜찮은 경제체제로서 이 지구상에서 사회주의를 완전히 제압하고 공산주의를 몰아낼 만큼 역사적으로 대성공을 거두었다. 그 배경을 보면, 지난 두세기 동안 사회주의의 장점들을 자본주의가 앞장 서 시장경제 체제 내로 흡수운용해온 포용정책의 결과이다. 반면, 사회주의 체제는 화석처럼 경직되어 교조적인 원칙과 체제 지상주의에 고착되어 정체를 거듭해왔기 때문에 망하게 된 것이다.
오늘날 자본주의 국가들이 시장경제의 꽃이라 말하는 중소기업, 노동자, 농민, 소비자들에 의한 각종 협동조합 운동이 그 좋은 예이다. 6.25 이전까지만 해도 협동조합운동을 주창하면 좌파 빨갱이라고 했다. 정부권력의 개입에 의한 '반독점 공정거래' 유지정책 역시 원래 순수자본주의에는 없었으나 이 제도를 사회주의 정책에서 빌려와 시장경제에 도입 적용해 성공했다. 아무리 적대적인 체제일지라도 좋은 제도는 상대방에서 서슴없이 배워 온 자본주의체제의 용기와 포용정책 때문에 오늘날 자본주의가 크게 발전 해 온 것이다.
마찬가지로, 보수(保守)를 살리고 보수기득권을 지키려면 권력자, 부자, 기득권층일수록 그 반대편의 주장과 의견에 귀를 기울이고 좋은 것은 받아들일 줄 알아야 한다. 서민 노동자 농민 빈곤층을 품을 줄 알아야 한다. 사회적 약자들을 배척만하고 좌파로 몰아부처 봐야 사회양극화를 더욱 부추키고 사회불안정을 재촉한다. 그리고 부메랑이 되어 보수 기득권층의 단명(短命)을 초래한다.
그래서 '따뜻한' 보수, '얼굴'을 가진 보수가 회자되고 있다. 이대로 나가다간 다시는 부자 출신, 특히 불도저식 기업인 회장(CEO) 출신을 나라의 지도자로 뽑아서는 아니 되겠다는 각성만 불러일으킬 뿐이다. '당신들만의 천국'이 얼마나 오래갈지, 서민, 노동자, 농민, 빈곤층을 양산하는 정책만으로 얼마나 나라(國政)를 오래 지탱할지, 당해보고 나서야 깨닫는다면 누군들 장(長) 노릇을 못할까.
아, 이 정권 들어 끝없이 이어지는 시장실패, 정책실패 현상들을 무엇으로 설명할 것인가. 올챙이들이 개구리가 된 지 몇 해나 되었다고 세상에 먹을 것을 가지고 투표장난까지 치다니.
* <한국농어민신문> 7월 1일자 '농훈칼럼'에 실린 글입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