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정규직노조의 대의원대회가 비정규직 문제에 대해 아무런 결론을 내리지 못한 채 마감했다.
금속노조 현대자동차지부는 24일 오후 2시부터 울산 북구 문화회관에서 대의원 400여 명이 참가한 가운데 임시대의원대회를 열었지만 비정규직 협상 방식에 대한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대의원대회에서 정규직노조 지도부는 사측과의 통상적인 임금협상(본교섭) 대신에 비정규직노조가 협상 주체로 참여하는 '불법파견특별교섭'에서 비정규직 관련 안건을 분리해 다루자는 안건을 상정했다.
이는 "비정규직 문제에 대해 당사자들인 비정규직들이 직접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는 비정규직노조의 요구에 따른 것이었다.
그러나 안건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고성이 오고 가며 일부 대의원들이 집단 반발하는 등 격론이 이어졌다.
한 대의원은 "현대차 노조규약상 대의원대회를 통해 한 번 결정한 안건을 재논의하는 것은 문제"라며 "이번 안건을 상정할 경우 선례를 남기기 때문에 앞으로 현대차 노사협상에 큰 파장을 미칠 수 있다"고 반대했다.
또 다른 대의원은 "현재 체제에서 집행부가 특별교섭을 통해 비정규직 문제를 사측과 협의한 뒤 임금협상 잠정합의안에 상정하면 되는데 오히려 분리함으로서 비정규직 투쟁의 동력이 떨어진다"고 주장했다.
앞서 정규직노조는 지난 3개월간 사측과의 본교섭에서 주간연속2교대제, 임금인상, 비정규직 문제 등을 논의해왔다. 그러나 사측이 불법파견을 인정하지 않고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대신 일부를 선별해 신규채용할 뜻을 밝히면서 비정규직노조는 격렬히 반대했다.
정규직노조가 사측과 2자협상하는 본교섭에서 그동안 논란이 됐던 비정규직 문제가 빠질 경우 교섭은 조속히 마무리 될 것으로 보인다. 정규직노조는 합법적인 쟁의권을 잃고, 비정규직노조는 사측의 비정규직 관련안을 원점에서 재논의할 시간을 벌 수 있게 된다.
비정규직노조는 정규직노조가 불법파견 문제에 적극적으로 나서주기를 바라지만, 사측이 비정규직 문제에 대한 원안을 고수할 경우 비정규직 당사자의 의견을 반영해 이를 차라리 폐기하는 게 낫다는 입장이다.
결국 노조 집행부는 이날 임시대의원대회에서 상정된 안건을 보류하는 결정을 내린 뒤 폐회선언을 하면서 비정규직 문제는 다시 미궁 속으로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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