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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알앤비 클래식, 프랭크 오션의 데뷔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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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알앤비 클래식, 프랭크 오션의 데뷔작

[화제의 음반] 오드 퓨처가 배출한 걸출한 신예 탄생

이미 해외 평단의 만점 릴레이가 펼쳐지는 뉴올리언즈 출신의 신예 프랭크 오션(Frank Ocean)의 데뷔앨범 [채널 오렌지](Channel Orange)가 라이선스됐다. 앨범 발매에 맞춰 시엔엔(CNN)은 프랭크 오션 특집 방송을 냈고, 비비시(BBC)는 데뷔앨범을 '올해의 사운드'에 꼽았다. 이 앨범에 <가디언>과 <텔레그라프>, <아트 데스크>가 평점 만점을, <피치포크>는 10점 만점에 9.5점을 매겼다. 올해를 지배한 음악인이 고작 믹스테이프 한 장을 낸데 불과한 신예다.

국내 힙합 팬에게도 잘 알려진 '괴상하게' 젊은 힙합 크루 오드 퓨처(Odd Future Wolf Gang Kill Them All)의 일원이기도 한 프랭크 오션은, 이 집단에서 가장 먼저 두각을 나타낸 랩퍼 타일러 더 크리에이터(Tyler, The Creator)처럼 십대적 광기가 충만한 랩 앨범과 거리가 먼, 소소한 일상을 잔잔한 리듬 앤드 블루스(R&B) 사운드로 매만지는 음악인이다.

▲프랭크 오션 [채널 오렌지]. ⓒ유니버설뮤직 제공
지난해 무료로 배포한 그의 믹스테이프 [노스텔지아, 울트라](Nostalgia, Ultra)에서 프랭크 오션은 이글스(American Wedding), 엠지엠티(Nature Feels), 라디오헤드(Bitches Talkin') 등의 음원을 '우울한' 감수성으로 재해석해 큰 찬사를 받았다.

이 정서는 데뷔앨범에서도 이어진다. 커밍아웃 이후 의의가 더 크게 부각된 면이 있는데(그는 앨범 발매 직전 커밍아웃을 선언하는 편지를 썼다), 데뷔앨범은 그가 사랑에 빠진 한 남자와의 관계에서 느끼는 감정들을 쏟아낸 작품이다. 일찌감치 올해 최고의 싱글 중 하나로 꼽힌 <싱킹 바웃 유>(Thinkin Bout You)가 대표적이다. 마치 연인에게 전화하듯 "내가 (우리 둘 사이의) 영원을 생각했기 때문에 넌 미래를 생각지 않니?"라고 말하는 대목은, 특히나 (한국과 마찬가지로) 동성애에 폐쇄적인 그의 환경과 맞물려 더 큰 공감대를 형성한다.

가사에만 초점을 둬선 곤란하다(사실 오렌지를 어륀지로 읽기 힘든 한국인이 그의 가사를 들리는 족족 이해하기란 힘들다). 중요한 건 그가 주조해내는 사운드다. [채널 오렌지]는 주류 R&B의 관습을 거부한다. 현악으로 시작해 곧바로 몽환적 그루브가 이어지는 <Thinkin Bout You>는, 곡이 끝날 때까지 기본 리듬을 반복한다. 다층적으로 채워지는 효과음의 수위도 크지 않다. 좋은 힙합이 가진 단단한 리듬의 미덕을 제대로 소화해낸 곡이다.

오드 퓨처의 얼 스웨트셔트(Earl Sweatshirt)가 참여한 <슈퍼 리치 키즈>(Super Rich Kids), <크랙 록>(Crack Rock) 등 사회비판적 내용의 노래에서도 같은 방식이 이어진다. 기본적으로 곡들은 음울하고, 리듬은 반복적이다. 관습적 멜로디에 뼈대를 잃은 뻔한 주류 R&B와 달리, 오직 멜로디는 보컬에만 의존한다. 모든 곡은 싱글발매를 특별히 염두에 두지 않은 듯, 우울한 기조를 잃지 않고 차분하게 가라앉아 있다. 의외의 곡이라면 가장 힘찬 리듬과 화려한 멜로디를 가진 <더 피라미즈>(The Pyramids) 정도이지만, 이 곡은 라디오 플레이가 힘든 10분여의 대곡이다.
▲프랭크 오션. ⓒ유니버설뮤직 제공

카트리나로 집을 잃은 프랭크 오션은 이후 L.A.로 거처를 옮겼고, 이곳에서 비욘세(Beyonce), 카니예 웨스트(Kanye West) 등과의 협업으로 대중음악계에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이제 그는 <피치포크>가 이미 걸작(Classic)의 반열에 올려놓은 단 한 장의 앨범으로 평단과 팬들이라는 새로운 점령지를 만들어냈다. <뉴요커>의 표현대로 [채널 오렌지]는 "R&B의 뻔한 관습을 비웃으며 새 생명을 불어넣은" 명반이며, <뉴욕타임스>의 표현처럼 "겉치레가 전혀 없는 곡"으로 "대단한 선언이나 대담한 붓 터치"가 아니라 "대화적 수법과 세부적 묘사"로 <워싱턴포스트>가 "'네오-네오 소울'이라 지칭한 새로운 이정표가 됐다.

더 위켄드(The Weeknd)의 농밀함까진 아니지만, [채널 오렌지]는 그를 위시한 새로운 R&B 물결의 한 조류에 프랭크 오션이 자리하기에 부족함이 없도록 했다. 싱글 곡을 다운로드받는 시대에, 새로운 주류로 부상한 젊은 음악인이 앨범을 듣는 즐거움을 일깨워준 앨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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