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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시즌 프로야구 최고의 투수는 누굴까?

[배지헌의 그린라이트] 사이영 포인트로 보는 최고 투수는 '브랜든 나이트'

투수의 가치를 평가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무엇일까? 이는 투수를 바라보는 관점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다. 투수의 능력을 보여주는 가장 중요한 기준으로 평균자책점을 드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많은 승수를 올리는 투수를 최고로 치는 이도 있다. 또 투수의 탈삼진 능력에 가중치를 두거나 많은 이닝을 소화하는 능력을 중요하게 여기는 관점도 존재한다. 최근에는 세이버 메트릭스의 분석 방식을 동원해 수비무관 평균자책(FIP)나 대체선수 대비 승리 기여(WAR)*와 같은 스탯으로 투수를 평가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이런 다양한 기준을 하나로 합쳐놓은 평가 방법은 없을까. 완전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사이영 프레딕터(Cy Young Predictor, 사이영 포인트)가 그 대답이 될 수 있다. 미국 야구통계의 대부 빌 제임스(Bill James)가 고안한 이 공식은 메이저리그 역대 사이영상 수상자들의 기록을 토대로, 해당 년도 수상자를 예측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이 공식에는 투수의 이닝수와 자책점, 삼진, 세이브, 완봉승, 승패와 팀 성적이 모두 포함되어 있어서 투수의 가치를 종합적으로 살펴보는데 유용하다. 실제 2000년대 이후 사이영상 수상자들 대부분이 CYP 1위일 만큼 적중률도 높다.

사이영 포인트 = {(5*이닝수/9)-자책점}+(탈삼진/12)+(세이브*2.5)+완봉+{(승*6)-(패*2)}+소속팀의 리그챔피언십 시리즈 진출 가산점(12점)

이제 이 공식을 토대로 올 시즌 현재(14일)까지 프로야구 최고의 투수가 누구인지를 가려보자. 이를 통해 국내 프로야구의 사이영상에 해당되는 투수 골든글러브의 주인공을 미리 예상해볼 수 있을 것이다. 단, 원래의 사이영 포인트 공식에서 팀 성적에 따른 가산점은 팀이 4위 안에 든 투수들을 대상으로 부여하는 것으로 한다. 1위팀은 8점, 2위팀은 7점, 3위팀은 6점, 4위는 5점을 부여하는 방식으로 계산했다. 그 결과는 다음과 같다.

프로야구 사이영 포인트 순위

1. 나이트(넥센) 111.9
2. 유먼진(롯데) 108.8
3. 장원삼(삼성) 108.2
4. 프록터(두산) 103.2
5. 오승환(삼성) 99.9
6. 니퍼트(두산) 92.9
7. 탈보트(삼성) 90.6
8. 이용찬(두산) 86.1
9. 주키치(LG) 81.4
10. 배영수 (삼성) 70.6

윤석민(KIA) 58.1
류현진(한화) 53.6

▲브랜든 나이트(넥센 히어로즈)는 사이영 포인트에 따르면 올해 프로야구 최고의 투수다. ⓒ뉴시스
1위는 예상대로 넥센의 '백기사' 브랜든 나이트가 차지했다. 나이트는 올 시즌 22경기에 등판해 151.1이닝(1위)을 던지는 동안 11승(2위)에 평균자책점 2.32(1위)를 기록하는 눈부신 호투를 펼치고 있다. 특히 22경기 중 무려 19번이나 6이닝 이상 3실점 이하의 투구를 기록하며 리그에서 가장 꾸준한 선발투수의 모습을 보여줬다. 굳이 흠을 잡자면 탈삼진이 73개로 다소 적은 편인데, 이는 나이트가 강력한 싱킹패스트볼을 주무기로 삼진보다는 땅볼을 유도하는 피칭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현재 땅볼/뜬공 비율 2.07로 1위). 남은 경기에서 나이트의 관건은 소속팀 넥센의 포스트시즌 진출 여부. 만일 나이트가 팀을 창단 첫 4강으로 이끄는데 성공한다면, 2009년 로페즈 이후 3년만의 외국인 투수 골든글러브 수상은 따놓은 것이나 다름없다.

나이트의 뒤를 바짝 추격하는 선수는 롯데의 '유먼진' 쉐인 유먼이다. 유먼은 현재까지 21경기에서 140.2이닝 동안 10승(5위)에 2.50의 평균자책(2위), 탈삼진 113개(2위)를 기록하며 역대 최고 외국인 좌완투수 대열에 합류했다. 승수와 방어율, 투구이닝에서 나이트에 약간씩 뒤처지긴 하지만 탈삼진 능력만큼은 훨씬 우세한 모습. 무엇보다 소속팀인 롯데가 전체 3위로 포스트시즌 진출이 유력하다는 점이 유리한 부분이다. 군입대한 장원준의 공백을 완벽하게 메워준 유먼의 호투가 아니었다면, 올 시즌 롯데가 지금같은 성적을 유지하기란 불가능했을 지도 모른다. 나이트와의 사이영 포인트 차이도 그리 크지 않다. 남은 경기에서 다승과 평균자책 기록을 조금만 더 끌어올린다면, 충분히 다라잡을 수 있는 가시권에 있다.

3위는 14승으로 다승 1위를 질주 중인 장원삼(삼성)이다. 14일 한화전 역투로 개인 최다승 기록(13승)을 경신한 장원삼은 많은 승수와 팀 성적을 바탕으로 3위까지 치고 올라왔다. 다만 승수에 비해 평균자책이나 탈삼진 등의 다른 기록은 최상위권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편. 남은 등판에서 얼마나 평균자책점을 끌어내릴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외국인 투수 전성시대를 반영하듯 4위 역시 외국인 마무리투수 프록터가 차지했다. 오승환을 제치고 세이브 부문 1위(29개)를 달리는 프록터는 위력적인 강속구와 전생에 나라를 구한듯한 행운이 따라다니는 투수다. 4차례 블론세이브를 저지르긴 했지만 홈런은 단 1개도 맞지 않았고, WHIP 1.19와 .227의 피안타율도 마무리로는 나쁘지 않은 수치다. 사이영 포인트는 세이브 하나당 *2.5점을 부여하기 때문에 마무리투수에게 지나치게 유리하다는 비판을 받기도 한다. 실제 올 시즌 메이저리그에서도 페르난도 로드니, 라파엘 소리아노, 짐 존슨, 조엘 핸러한, 채프먼, 켄리 얀센 등 마무리투수들이 10위 내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한편 '돌부처' 오승환은 99.9점으로 전체 5위. 투구내용은 세이브 1위인 프록터보다 훨씬 안정적이지만, 26세이브에 그치고 있는 것이 불리하게 작용했다. 남은 기간 삼성과 두산의 1위 자리다툼만큼이나 오승환과 프록터의 마무리 경쟁도 흥미롭게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류현진은 올 시즌도 승운이 없는 투수다. 사이영 포인트로는 1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뉴시스
6위부터는 두산의 니퍼트와 삼성 탈보트, 두산 이용찬, LG의 주키치, 그리고 삼성 배영수가 뒤를 잇고 있다. 전체 10위 중에 6명이 외국인 투수로 국내 투수들의 상대적인 부진이 눈에 들어온다. 이에 따라 연말 시상식 때 투수 분야에서는 외국인 투수들이 대부분의 상을 독식할 것으로 예상된다.

안타깝게도 지난해 투수 골든글러브를 수상한 윤석민과 2010년 골든글러브의 주인공인 류현진은 각각 6승과 5승에 그치면서 CYP 부문 10위권 밖에 뒤처져 있다. 승수뿐만 아니라 올 시즌 두 선수의 전체적인 투구내용도 이름값에 비해 기대에 못 미치는 수준. 그나마 류현진은 탈삼진 부문에서 압도적인 1위(147개로 2위와 34개차)를 달리고 있는 게 위안거리다.

이들 국내 에이스는 올 시즌이 끝난 뒤 해외 진출을 목표로 삼고 있다. 또 내년 초에 열리는 WBC에서 국가대표 마운드를 책임져야 하는 선수들이기도 하다. 개인적으로나 한국 프로야구 전체를 봐서나, 남은 시즌 동안 두 선수의 정상 컨디션 회복이 절실하게 필요한 이유다.

FIP : Fielding Independent Pitching. 흔히 '수비무관 평균자책'이라 부르기도 하는 FIP는 투수가 허용한 여러 기록 중 '인플레이된 타구'를 제외한 나머지 결과를 갖고 계산한다. 일단 타자의 배트에 맞아서 페어 지역에 들어간 타구에 대해서는 투수가 통제할 수 없는 영역으로 구분하는 것이다.

WAR : WAR(Wins Above Replacement level)은 해당 선수가 팀 승리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못하는 대체 선수에 비해 팀 승리에 얼마만큼 기여했는지를 나타낸다. 타격 성적은 물론 수비 포지션과 수비기여, 주루기여 등이 모두 포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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