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 방문을 빌미로 영토 전담조직 신설 카드를 꺼내 들었다.
일본 외무성은 독도를 비롯해 센카쿠(尖閣.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열도, 쿠릴 4개섬(일본명 북방영토)을 다루는 전담부서 설치를 추진키로 하고 관계 부처와 협의에 들어갈 예정이라고 산케이신문이 12일 보도했다.
앞서 '다케시마(독도의 일본식 명칭)의 날' 행사를 개최해온 일본 시마네(島根)현은 지난 2월 정부에 독도 전담조직 설치를 건의한 바 있다.
이 대통령의 독도 방문을 기화로 일본 정부가 내부 여론을 등에 업고 영유권 분쟁을 총괄하는 전담부서 설치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또 독도 문제를 국제사법재판소(ICJ)로 끌고 가기 위한 도발적인 언사도 이어졌다.
겐바 고이치로(玄葉光一郞) 외무상은 이날 산케이신문을 통해 "그렇게 멀지 않은 시기에 (제소를 제안) 하겠다"고 거듭 ICJ 제소 방침을 강조했다.
겐바 외무상은 또 전날에는 일본 취재진에게 "한국은 글로벌 코리아를 표방하고 있다. 당연히 제소에 응해야 한다"고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일본 언론들은 한국이 ICJ 제소에 응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미리 예상하고 한국을 자극하려는 의도라고 풀이했다. 글로벌 코리아는 이명박 대통령이 내세운 국정 슬로건이다.
지한파로 알려진 마에하라 세이지(前原誠司) 민주당 정책조사회장도 11일 "한국이 자신 있게 자기 국토라고 생각한다면 ICJ에 나가서 확실히 주장하면 될 일"이라며 "그렇게 하지 않으면 자신이 없다는 것으로 받아들여질 것"이라고 발언했다.
국제 여론에도 기대를 걸고 있지만 회의론도 제기되고 있다.
한 정부 관계자는 교토통신에 "국제 여론이 후원한다면 한국도 (ICJ 행에) 동의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외무성 간부는 "곧바로 제소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제소를 이끌어낼) 구체적인 절차는 아직 생각하지 못했다"고 말했고, 다른 간부는 "세계 지도에 실릴지도 확실하지 않은 작은 섬에 대해 각국이 진심으로 관심을 보여줄 리 없다"고 의문시했다고 통신은 전했다.
한편 일본 정부는 이달말에 서울에서 열리는 한일 장관급 재무회담을 연기한다는 방침을 굳혔고, 정상간 셔틀외교 중단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일본 정부가 9월8일부터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때 한일 정상회담을 따로 열지 않는 쪽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겐바 외무상은 "영토 문제는 영토 문제로 대응하는 것이 기본"이라며 정상간 셔틀외교 중단에 신중한 자세를 보이고 있다고 산케이신문은 전했다.
일본측은 이 대통령의 광복절 연설에 독도와 관련해서 어떤 내용이 담길지를 보고 대응 수위를 조절하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