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이 8일 오후 세제발전심의원회에서 '2012년 세법개정안'을 발표했다. 향후 5년간 서민ㆍ중산층의 세 부담을 2400억 원 줄이는 대신 대기업ㆍ고소득자에게서 1조6500억 원을 증세하는 내용이다. 그러나 소득세율 최고구간 하향, 종교인 과세 등 정치권과 시민사회가 요구한 핵심 내용은 빠졌다.
박 장관 역시 "감세 기조의 전면적인 수정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복지 확대, 경제 위기 극복 등을 위한 증세 여론과는 반대 방향이라는 점을 정부 역시 인정했다.
정부 개정안에는 서민의 자산 형성을 지원하기 위해 △비과세 재형저축ㆍ장기펀드 소득공제 신설 △영세 자영업자의 간이과세 부가세율 조정 △무주택 근로자의 월세 소득공제율 인상 등이 담겼다. 또 부동산거래 활성화를 위해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제도를 폐지하고 리츠 임대소득에 대한 소득공제율(50% →100%)도 인상하기로 했다.
반면 대기업에 대한 과세는 최저한세율(14%→15%) 인상, 연구ㆍ개발 비용에 대한 세액공제 축소, 고용창출투자세액 공제제도 정비 등으로 강화할 방침이다. 고소득자에 대해서도 금융소득종합과세 기준금액(4000만 원→3000만 원) 인하, 해외금융계좌 신고제도 개선, 증여세 규정 및 고액체납자 관리 강화 등의 장치가 마련됐다.
그러나 법인세와 소득세 등의 세율은 변동이 없어서 부자들에 대한 증세 효과는 미미하다는 평가가 일반적이다. 오히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제도 폐지 등은 부자 감세 기조의 연장선 위에 있다.
세제 논란의 핵심인 소득세와 법인세 과표구간 조정은 결국 국회의 몫이 됐다. 지난해 말, 국회가 전격적으로 '3억원 이상' 소득세 최고구간을 신설하고 세율을 38%로 올리자 박 장관은 "땜질식 처방으로 세법을 누더기로 만들었다"고 비판했었다. 정부는 올해 국회에서 이를 바로잡도록 하겠다고 공언했지만 이번 개정안에는 정부안을 내지 못했다.
야당은 물론 여당까지 '서민 감세-부자 증세'를 요구하고 있어서 국회 논의 과정에서 개정안이 대폭 수정될 가능성이 높다. 현재 3억원 이상인 소득세 최고세율(38%) 적용 구간을 '1억5000만원 이상'으로 조정해야 한다는 게 민주통합당의 입장이다. 새누리당 역시 규모만 다를 뿐 비슷한 입장('2억 원 이상'으로 조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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