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강에서 발생한 녹조가 점차 하류로 이동함에 따라, 수도권 시민의 식수원인 한강 구간의 암사, 구의, 풍납 취수원에서 조류주의보 발령 기준을 초과한 녹조 현상이 발견됐다. 현 상태가 지속될 경우 다음 주 중 조류주의보가 발령될 것으로 보인다. 2000년 이후 지난 11년 간 한강 수계에서 조류주의보는 총 다섯 차례 발령됐다.
6일 오후 서울시는 팔당댐 아래에서 잠실 수중보 상류 사이 5개 취수장의 물을 검사한 결과, 이 중 3개 취수원에서 조류주의보 발령 기준을 초과한 녹조 현상이 발견됐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오는 8일 오후 재검사에서도 기준을 초과할 경우 서울시는 다음 주 초 정식으로 조류주의보를 발령할 예정이다.
조류주의보는 일주일 간격으로 취수원의 물을 채수해 두 차례 검사한 결과, 클로로필과 남조류 세포수가 기준치를 두 차례 모두 초과할 경우 발령된다. 기준치 초과 기준은 물 1밀리리터(㎖) 안에 클로로필이 15밀리그램(㎎), 남조류 세포수가 500개체 이상인 경우다.
이번 검사 결과 취수원 3곳에서 확인된 클로로필 농도는 1㎖ 당 12.8~27.4㎎였으며 남조류 세포수는 최소 240개체에서 최대 820개체였다.
클로로필은 하천에서 서식하는 조류가 가진 엽록소로, 조류 개체수가 많아지는 만큼 클로로필 농도도 짙어진다. 남조류는 조류의 하나로, 이 중 일부는 독성을 갖고 있다. 이번에 확인된 남조류는 불쾌한 냄새를 유발하는 '아나베나가 우점종'으로 알려졌다. 간암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진 마이크로시스틴 등의 남조류는 검출되지 않았다.
실제 이번 조사에서는 수돗물에 악취를 유발하는 성분인 지오스민(geosmin)도 다량 검출됐다. 5개 취수원의 지오스민 농도는 33.3~41.6피피티(ppt, 1조 분의 1분율)를 기록해 먹는 물 수질감시 항목 기준인 20ppt를 큰 폭으로 웃돌았다. 냄새에 민감한 이는 지오스민 농도가 10ppt만 넘어도 악취를 느낀다.
이번에 조류주의보가 발령된다면, 지난 2008년 7월 이후 처음이다. 조류가 늘어난 이유는 최근 계속된 폭염 때문이다. 정미선 서울시 수질관리팀장은 "조류는 수온이 따뜻하고 햇빛이 많으며, 물이 정체돼 있을 때 번성한다"며 "올해 중부지방에 비가 적었고, 폭염이 계속돼 조류가 번식하기 최상의 환경"이라고 말했다.
다만 현 상황이 지속돼고 경보 수준까지 상황이 악화되진 않을 것으로 서울시는 내다봤다. 정 팀장은 "지난 10여 년 간 기록을 보면 주의보 수준에서 상황이 모두 종료됐다"고 강조했다. 조류 경보가 내려질 경우 현재 조류의 상태를 감안하면, 수돗물을 사용하는 데 큰 무리는 없겠으나 악취를 완전히 제거하기란 쉽지 않을 것으로 추정된다.
서울시는 "아직 수돗물에서 냄새가 난다는 민원은 들어오지 않았다"며 "주의보가 발령될 경우 수돗물에서 냄새가 날 수 있으니 끓인 후 섭취해야 하며, 한강에서 야외활동은 자제해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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