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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뽑는 방법, 결선투표제는 과연 공정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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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뽑는 방법, 결선투표제는 과연 공정한가?

[이정전 칼럼] "제도의 결점 파악해 현명하게 운용해야"

대통령 선거에 결선투표제를 도입하자는 주장이 정치권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결선투표제란 1차 투표에서 과반수를 확보한 후보가 없는 경우 상위 득표자 2명을 놓고 2차 투표를 해서 과반수의 지지(50%를 넘는 지지)를 얻은 후보를 당선자로 뽑는 제도를 말한다. 현재 실시되고 있는 대통령 선거제도는 단 한 차례의 투표에서 가장 많은 지지표를 획득한 후보자를 최종 당선자로 결정하는, 이른바 종다수결(Plurality voting rule)이다. 물론, 현 제도에 문제가 많다. 하지만, 어떤 제도를 도입할 때는 비용적인 측면, 행정적인 측면, 정치적인 측면 등 여러 측면에서 살펴보아야 하겠지만, 무엇보다도 제도 그 자체의 장단점도 꼼꼼히 챙겨보아야 한다.

그렇다면, 종다수결에는 어떤 문제가 있는지부터 짚어보자. 아마도 가장 많이 거론되는 종다수결의 최대 약점은, 국민 대다수가 싫어하는 후보가 대통령이 될 수 있다는 점일 것이다. 1987년 대통령 선거 때에 우리 국민 60% 이상이 싫어했던 노태우 후보가 36.6%의 표를 얻어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1987년 대선이래 그 어느 대통령도 국민 과반수의 지지를 얻지 못했다. 만일 5명의 후보가 출마하여 팽팽하게 대립한다고 하면, 이론적으로는 21%의 지지만 얻어도 대통령에 당선될 수 있다. 그러면, 국민의 80%에 가까운 사람들이 싫어하는 인물이 대통령이 되어서 그 80%에 가까운 반대자들에게 감 놓아라 배 놓아라 호령하는 이상한 작태가 벌어진다.

그러나 종다수결은 이보다 더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 우선 실례를 들어보자. 1987년 대선 때에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등 3명의 유력한 후보가 출마하였다. 각 후보에 대한 지지도 자료에 의하면, 김영삼 후보는 노태우 후보와의 일대일 맞대결에서 이길 뿐만 아니라 김대중 후보와의 일대일 맞대결에서도 이긴다. 이와 같이 일대일 단순다수결에서 더 많은 표를 얻어 다른 모든 후보들을 압도하는 후보를 꽁도세 승자(Condorcet winner)라고 부른다. 1987년 대선에서는 김영삼 후보가 바로 꽁도세 승자였다. 노태우 후보와 김대중 후보의 일대일 맞대결에서는 김대중 후보가 이기는 것으로 분석되었다. 그렇다면, 노태우 후보는 김영삼 후보와의 일대일 맞대결에서도 지고, 김대중 후보와의 일대일 맞대결에서도 지는 셈이다.

이와 같이 일대일 단순다수결에서 다른 모든 후보에게 패배하는 후보를 꽁도세 패자(Condorcet loser)라고 한다. 노태우 후보가 꽁도세 패자라는 것은 국민이 생각할 때 노태우후보는 세 후보 중에서 가장 선호도가 떨어진다는 뜻이다. 좀 돌려서 말하면, 국민이 볼 때 노태우 후보는 지지도가 가장 낮은 최악의 후보인 반면, 김영삼 후보는 지지도가 가장 높은 최선의 후보라는 것이다.

만일 투표제도가 공정하다면, 당연히 지지도가 가장 높은 후보가 당선되고 지지도가 가장 낮은 후보는 꼴지가 되어야 한다. 즉, 꽁도세 승자가 최종 승리자가 되고 꽁도세 패자는 탈락되어야 한다. 만일 지지도가 가장 낮은 후보를 당선시키는 투표제도가 있다면 누가 보아도 이상한 제도다. 그러나 종다수결이 바로 그런 이상한 제도다. 이론적으로도 종다수결이 꽁도세 패자를 당선시킬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는 점은 이미 증명되어 있다. 실제로 1987년 대선에서 꽁도세 패자인 노태우 후보가 다른 두 강력한 라이벌을 물리치고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이 결과를 놓고 수많은 사람들이 땅을 치며 탄식하였다. 김영삼 후보는 정말 억울하지 않을 수 없었다. 노태우 후보나 김대중 후보 중에서 아무나 한 후보가 출마하지 않았더라면 김영삼 후보는 무난히 당선되었을 것이다. 그러니 종다수결은 김영삼 후보에게 공정치 못한 투표제도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지금 거론되고 있는 결선투표제는 어떤가? 결선투표제 역시 일단 종다수결을 거쳐야 하므로 꽁도세 승자를 탈락시킬 여지를 내포하고 있다. 여기에 결선투표제는 한 가지 결점을 더 가지고 있다. 가상적인 예를 하나 들어보자. 세 후보 A, B, C가 있으며, 여론 조사에 의하면, A가 선두이고 C가 바짝 뒤쫓고 있으며 B가 3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A와 B의 일대일 맞대결에서는 B가 우세하다고 하자. 이런 상태의 여론이 투표일까지 계속되고 결선투표제가 실시된다고 하면, 1차 투표에서 A와 C가 상위득표자가 되며, B는 탈락된다. 그리고 결선 투표에서 A가 C를 누르고 당선된다. 그런데 선거일을 앞두고 A가 쓴 책이 큰 인기를 끄는 바람에 A를 지지하는 사람이 더 늘어났다고 하자. 지지자가 늘었으니 당연히 A의 당선이 더욱 더 확고해져야 한다. 그러나 결선투표제에서는 지지자가 늘어나는 것이 오히려 역효과를 낼 수가 있다. 예컨대, 책 출판 후에 A를 지지하기로 마음을 바꾼 사람들 모두 전에는 C를 지지하던 사람들이었기 때문에 지지도에서 C가 B보다 뒤지게 되었다고 하자. 그러면 1차 투표에서 C가 탈락하고 A와 B가 결선에 올라간다. 그러나 B의 지지도는 변함없이 확고하기 때문에 A와 B가 결선에 올라가면, B가 A를 누르고 최종 당선자가 될 수 있다. A에 대한 지지도가 높아졌는데, 이 때문에 A가 탈락하게 된다. 뭔가 이상하지 않은가? 상식적으로 생각해볼 때 정상적인 투표제도라고 하면 지지도가 높아질수록 당선가능성도 높아져야 한다. 국민의 지지도를 최대한 정확하게 반영하는 투표제도가 공정한 제도다. 이런 점에서 보면 결선투표제는 공정한 제도가 아니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수없이 많은 종류의 투표제도가 있지만, 투표이론가들이 꼽는 공정성의 요건들을 모두 충족시키는 공정한 투표방법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것을 수학적으로 증명하여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학자가 애로우(K. Arrow)이며, 그의 이 증명은 이른바 불가능성 정리로 널리 알려져 있다. 이 이론은 특히 정치학계에 큰 충격을 주었다. 어느 정치학자가 말하기를, 민주주의의 이념은 숭고하지만, 그 이념의 실현을 완벽하게 보장하는 민주적 수단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 이것이 민주주의의 딜레마다.

그렇다면, 투표이론가들이 말하는 공정성의 조건은 무엇인가? 공통적으로 꼽히는 조건은 세 가지다. 그 첫째는 무차별성(혹은 익명성)인데, 모든 투표자가 의사수렴의 결과에 똑같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도록 어느 한 사람의 투표가 다른 모든 사람의 투표와 구별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달리 말하면, 누가 찬성표를 던졌고 누가 반대표를 던졌는지는 전혀 상관없이 오직 찬성표의 숫자와 반대표의 숫자만으로 최종 승자가 결정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둘째는 중립성인데, 어떤 특정 후보가 다른 후보에 비해서 특별히 유리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무차별성 조건이 투표하는 사람들을 동일하게 대우할 것을 요구한다면 중립성 조건은 투표의 대상(즉 후보들) 모두를 동등하게 대우할 것을 요구한다. 특정 후보에게 유리했던 과거 대통령선거가 4.19의거를 불러왔다는 사실은 국민에게 중립성의 요건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잘 말해준다. 세 번째가 단조성인데, 이미 위에서 설명하였듯이 어떤 후보에 대한 사회구성원의 지지가 늘어났으면 그 후보가 투표에서 불리해지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결선투표제는 이 단조성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하는 제도다. 이상의 세 가지 공정성 조건에 보통 한 가지가 더 추가된다. 소위 꽁도세 조건이 그것인데, 꽁도세 승자는 최종 당선자가 되어야 함을 요구한다.

▲ 투표소 풍경. ⓒ연합뉴스
이런 공정성의 조건들을 모두 충족시키는 투표제도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은 모든 투표제도가 나름대로의 결점을 가지고 있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그 어떤 투표제도를 선택하든 그 결점을 잘 알고 현명하게 대처하는 일이 남는다. 투표제도의 선택도 중요하지만, 이에 못지않게 투표제도를 운용하는 지혜도 매우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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