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배드민턴연맹(BWF)의 토마스 룬드 BWF 사무총장은 1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웸블리 아레나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고의 패배' 사건에 연루된 여자복식 4개조(8명) 선수 모두 실격 처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BWF의 결정에 따라 런던올림픽 배드민턴 여자복식 조별리그에 출전했던 한국, 중국, 인도네시아의 선수 8명이 전원 실격했다. 한국이 4명으로 숫자에서는 최다다. 한국과 인도네시아의 이의신청도 모두 기각됐다.
이번 실격 처분은 '최선을 다하지 않고 경기에 나서는 행위'와 '스포츠 정신을 훼손하는 행동'을 금지하는 배드민턴연맹 규정에 따른 것이다.
'스캔들'을 촉발한 나라는 중국이었다. 세계랭킹 1위인 중국의 왕샤올리·위양 조는 지난달 31일 한국의 정경은·김하나 조에 일부러 점수를 내줘 세트스코어 0-2로 패배했다. 동료들이자 세계랭킹 2위인 톈칭·자오윈레이 조를 준결승에서 만나지 않기 위해 일부러 조별 진출순위를 조정하려는 의도였다.
문제를 키운 것은 중국의 '꼼수'에 항의하던 한국 선수 및 이에 영향을 받을 인도네시아 선수 역시 순위 조정을 위해 고의 패배에 나섰다는 점이다. 특히 한국은 중국에 불성실한 경기로 맞불을 놓은 결과 2개의 복식팀이 모두 탈락해 최대의 타격을 입었다. 정경은·김하나 조는 물론이고 이들과 준결승에서 만나는 것을 피하려는 하정은·김민정 조와 인도네시아의 멜리아나 자우하리·그레시아 폴리 조 역시 져주기 경기를 펼치다 징계를 피해가지 못했다.
▲ 런던올림픽에서 배드민턴 '고의 패배' 논란을 촉발한 중국의 세계랭킹 1위 왕샤올리·위양 조. ⓒ뉴시스 |
룬드 사무총장은 "오늘 아침 8명의 선수를 대상으로 청문회를 열었다"며 "이들은 전날 경기에서 반복적으로 서비스를 네트에 꽂거나 일부러 스매싱을 멀리 보내는 불성실한 경기를 펼쳤다"고 밝혔다. 그는 "한국과 인도네시아 팀이 이번 결정에 대해 이의신청을 제출했지만 워낙 사안이 명확해 (한국과 인도네시아의) 이의 신청 자체를 기각했다"고 덧붙였다.
BWF는 실격 처리 이외에 선수나 코치에 대한 추가 징계는 없을 것이라며 이는 각국 국가올림픽위원회가 처리할 일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번 사건은 런던올림픽에서 바뀐 경기 운영 방식이 원인이 됐다. BWF는 경기에 흥미를 더하기 위해 조별리그 방식을 도입했는데, 조별리그가 이미 적용됐던 올림픽 이외의 국제대회에서는 유리한 대진을 위한 '고의 패배'가 관행으로 자리 잡았고, 이것이 이번 올림픽에서도 반복된 것이다.
이 때문에 '져주기도 메달을 위한 전술'이라는 반발이 있지만 원인 제공자인 중국이나 이에 같은 방식으로 대응한 한국 등이 모두 스포츠 정신을 훼손했다는 점은 명확하다.
중국은 이번 참사에도 불구하고 '고의 패배'에 직접적으로 가담하지 않은 톈칭·자오윈레이 조가 살아남아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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