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부채가 최악의 수준으로 불어난 가운데 시중은행의 대출금리도 가파른 오름세를 보이면서 서민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최근 한국은행이 발표한 각종 통계를 보면 가계와 개인부채는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여기에 은행권 주택담보 대출금리가 2년5개월만에 최고 수준으로 치솟으면서 서민들은 눈덩이처럼 불어난 이자 부담에 한숨만 나오는 상황이다.
19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국민은행은 이번 주 양도성예금증서(CD) 연동형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연 5.27~6.57%로 고시해 지난주보다 0.10%포인트 인상했다.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의 주택대출 금리도 20일 현재 4.86~6.30%와 5.16~6.56%로 지난주 초보다 각각 0.07%포인트 상승했다.
이런 가운데 올해 1분기 개인 금융부채는 사상 처음으로 1천조원을 돌파한 1천6조6천억원을 기록했다.
또 가계대출과 판매신용을 합한 가계신용은 올해 1분기 801조4천억원으로 사상 처음 800조원을 넘어섰다.
더욱이 최근의 가계부채는 원금상환이 없는 대출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어 금리 인상 시 가계가 심각하게 흔들릴 수도 있다.
한은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원금상환 없이 이자만 내는 대출 비율은 78.4%에 달했다.
김중수 한은 총재가 최근 참석한 여러 모임에서 가계부채 문제를 언급하는 것도 그만큼 상황이 심각하기 때문으로 여겨진다.
김 총재는 지난 14일 대기업 최고경영자(CEO)와 만난 자리에서 "기업이든 국가든 개인이든 동서고금 빚이 많으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또 17일에는 은행장들과 만나 가계부채 문제에 보다 적극적으로 대응할 시기가 됐다는데 인식을 같이했다.
그러나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운용에 대해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가계부채 문제가 우리나라 경제의 뇌관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지속적으로 나왔는데도 한은이 기준금리 인상을 지연해 가계부채 문제에 선제적으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더욱이 이미 가계부채가 늘어날 대로 늘어난 상황이라 향후 통화정책 운용이 더욱 어려워졌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익명을 요구한 한국금융연구원의 한 연구위원은 "가계부채 문제에서 기준금리는 딜레마에 빠졌다"고 지적했다.
가계부채 총량을 줄이려면 기준금리를 올리는 것이 맞지만, 한편으로는 부채가구 특히 부채가 있는 서민들의 부담이 커져 무리하게 대출을 억제할 경우 반발을 살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신석하 경제동향연구팀장은 "가계부채가 이렇게 늘어나기 전에 기준금리를 올렸다면 사람들이 이자 부담 때문에 대출을 꺼리면서 가계부채가 이 정도로 늘어나는 걸 막았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신 팀장은 그러나 "가계부채 진정을 위해서라면 기준금리를 올리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부채가구의 부담 때문에 기준금리 인상을 미룬다면 나중에는 올리는 것이 더욱 힘들어질 수 있기 때문에 기준금리를 정상화시켜 더 이상의 급등세를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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