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의 양도성예금증서(CD, Certificate of Deposit) 금리 담합 논란이 일파만파 번지고 있다. CD금리는 주택담보대출이나 가계대출의 기준금리 역할을 한다. 따라서 CD금리가 높아지면, 은행에서 변동금리로 돈을 빌린 사람들의 이자 부담도 커진다. 그런데 높은 CD금리가 금융기관 사이의 '담합'이 낳은 결과물이라면, 채무자들이 부당한 피해를 입은 셈이 된다.
CD금리는 신용등급이 AAA인 국내 7개 시중은행이 발행한 CD에 대해 증권사 10곳이 하루 두 번 평가금리를 매겨서 금융투자협회에 보고한다. 그리고 금융투자협회는 최곳값과 최젓값을 제외한 나머지 8개 금리의 평균값을 오전과 오후에 고시한다. 그런데 CD에 평가금리를 매기는 증권사들이 '담합'을 했다는 게 최근 논란의 골자다.
민주통합당 민병두 의원이 최근 금융투자협회로부터 입수한 자료를 보면, 담합 실태가 보다 구체적으로 드러난다. 지난해 7월 20일부터 올해 7월 25일 사이에서 금융거래가 이뤄진 255일 가운데, CD금리 호가가 90%이상 일치한 날이 총 170일(66.7%)이었다. 증권사 10곳이 완전히 같은 평가금리를 매긴 날은 총 93일(36.5%), 9곳이 완전히 같은 평가금리를 매긴 날은 77일(30.2%)이었다. 민주통합당 김기식 의원도 지난 26일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업무보고에서 같은 자료를 근거로 금융당국의 책임을 따져물었다. 금융투자협회 자료를 보면, 누구나 쉽게 담합 여부를 파악할 수 있는데, 금융위원회 등 감독기관은 손을 놓고 있었다는 것. 당시 김 의원은 "CD금리 담합사건은 결국 전 국민이 피해자인데 금융위원장이 국민보다 업계의 입장을 대변해 마치 은행연합회장, 증권협회장 같다"고 꼬집었다
그러나 CD 금리 담합 논란에 대해 증권사들은 "증권사 입장에선 담합으로 생기는 이익이 없다"라며 담합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CD 금리 담합으로 이익을 보는 것은 은행이라는 이야기다. 하지만 이는 담합 개념을 의도적으로 왜곡한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민병두 의원실 관계자는 지난 27일 "이익이 없어도 담합 개념이 성립한다"라며 증권사들의 입장을 반박했다. 이 관계자는 "현행 공정거래법 제 19조 1항과 5항에 담긴 취지는 '경쟁 제한'을 '불공정 거래'로 본다는 것"이라며, 이번처럼 관행적으로 이뤄진 경쟁 제한 역시 결과적으로 금융소비자와 국민경제에 피해를 준다고 지적했다. CD금리 담합에 대해 조사 중인 공정거래위원회 역시 같은 입장이다.
한편, 금융소비자원은 30일부터 9월 30일까지 신한은행 등 18개 은행의 개인, 기업 CD 연동 대출자를 대상으로 홈페이지(www.fica.kr)에서 집단소송 참가자를 접수 중이다. 신청 대상은 2010년부터 지난 6월까지 CD 연동금리로 대출이자를 부담한 개인이나 기업이다. 1차 소송 신청 대상자는 500만 명 정도로 추정되며, 1억 원을 대출받은 고객은 2년 반 동안 138만원을 더 낸 것으로 평가해 보상을 청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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