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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최다 인원 찾은 지산, 단연 빛난 라디오헤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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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최다 인원 찾은 지산, 단연 빛난 라디오헤드

[현장] '라디오헤드'가 남긴 명과 암도 짚어볼 때

4회째를 맞은 2012 지산밸리 록 페스티벌이 역대 최고 흥행성적으로 올해 하반기 대중음악 페스티벌의 스타트를 끊었다. 뒤이어 울트라 뮤직 페스티벌 코리아(UMF Korea),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 월드 일렉트로니카 카니발, 슈퍼!소닉 페스티벌, 글로벌 게더링 코리아, 그랜드민트 페스티벌이 8월부터 10월까지 연달아 열린다.

올해 지산밸리 록 페스티벌은 여러모로 10년이 훌쩍 넘은 국내 대중음악 페스티벌에 새로운 지평이 됐다. 역대 최대 규모의 관객몰이에 성공했고, 섭외 뮤지션의 이름값에서도 큰 족적을 남겼다. 그러나 협소한 한국 페스티벌 시장의 한계도 뚜렷이 체감할 수 있었다.

▲27일 라디오헤드의 공연을 보는 3만여 관객. 지산밸리 록 페스티벌은 확고히 국내 최대의 대중음악 페스티벌로 자리매김했다. ⓒCJ E&M

두자릿수 관객몰이 성공

지난 27일부터 29일까지 사흘간 열린 지산밸리 록 페스티벌은 연인원 11만 명(추산)에 이르는 관객이 다녀가며, 처음으로 연인원 두자릿수의 흥행기록을 세웠다. 해외 대중음악, 장르음악 팬층이 얇은 현실을 감안하면, 이 페스티벌이 단 4년 만에 한국의 여름을 대표하는 문화행사로 빠르게 자리 잡았음을 실감할 수 있는 수치다.

페스티벌 자체에 매력을 느끼는 '페스티벌 마니아'가 늘어난 것도 흥행의 원인이겠지만, 묵직한 헤드라이너의 이름값이 흥행을 이끌었다. 라디오헤드(Radiohead)가 헤드라이너로 오른 금요일 관객이 주말관객보다 더 몰린 현실이 이를 방증한다. 올해 지산밸리 록 페스티벌을 찾은 금요일 관객은 3만5000여 명이며, 토요일 관객은 3만2000여 명이었다. 라디오헤드의 이름을 뺀다면 평일 관객이 주말 관객보다 많았던 기현상을 설명하기 어렵다.

라디오헤드는 이름값에 걸맞은 무대를 선보였다. 여섯 대의 카메라가 각각의 멤버를 비추는 화면이 공연 내내 구성을 달리하며 쉴 새 없이 움직였다. 이런 촬영기법은 관객이 밴드와 가지는 심리적 거리가 멀어지면서, 오히려 밴드의 신비로움을 더 돋보이게 하는 장치가 됐다.

라디오헤드는 <크립(Creep)>을 부르지 않았으나, 무려 두 시간 반이 넘는 시간 동안 두 번의 앙코르를 포함해 26곡을 선보이며 관객을 무아지경의 상태로 몰아갔다. 톰 요크(Thom Yorke)는 웃옷을 벗고 공연 내내 특유의 몸짓으로 춤을 추며 관객을 흥분시켰고, 조니 그린우드(Jonny Greenwood)와 에드 오브리엔(Ed O'Brien)은 기타와 다양한 전자악기, 타악기를 자유자재로 다루며 관객들에게 새로운 라이브 문화 충격을 선사했다.

열정적인 팬들은 이들의 노래를 일일이 따라 불렀다. 특히 국내 팬들의 큰 사랑을 받은 이들의 세 번째 앨범 [오케이 컴퓨터](OK Computer)에 수록된 <카르마 폴리스>(Karma Police), <엑시트 뮤직>(Exit Music), <패러노이드 안드로이드>(Paranoid Android)가 연주되자 객석에선 기다렸다는 듯 큰 환호와 '떼창'이 이어졌다.

영국 뮤지션들의 존재감이 유난히 돋보였다. 라디오헤드를 포함한 모든 헤드라이너가 영국 음악인들로 채워졌다. 새로운 덥스텝 주역으로 떠오른 제임스 블레이크(James Blake)는 단출한 3인조 구성으로 무대를 꾸려 새로운 음악적 경험을 관객에게 선사했다. 그가 <아이 네버 런트 투 셰어>(I Never Learnt to Share)를 연주할 때 즉석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샘플링해 두꺼운 코러스를 덧입히자 객석에서 큰 환호가 일어났고, 비교적 잘 알려진 곡인 <더 빌헬름 스크림>(The Wilhelm Scream), <리미트 투 유어 러브>(Limit to Your Love) 등을 연주할 땐 객석 곳곳에서 곡을 따라부르는 관객의 목소리도 들렸다.

국내에 라이선스 되지 않은 그의 초기 미니앨범(EP)에 수록된 곡인 <시엠와이케이>(CMYK), <클라비어베르크>(Klavierwerke)는 앨범보다 더 강한 덥스텝 편곡으로 연주돼, 관객에게 박진감을 선사했다.

스톤 로지즈(Stone Roses)의 무대는 이름값에 비해 국내 인지도가 비교적 떨어진 듯해 일말의 아쉬움을 남겼다. 이언 브라운(Ian Brown)이 특유의 자세로 노래를 뱉고, 존 스콰이어(John Squire)가 날카로운 기타 톤으로 명곡 <워터폴>(Waterfall), <아이 워너 비 어도어드>(I Wanna Be Adored), <풀스 골드>(Fools Gold) 등을 연주했으나 관객들이 이들의 무대와 동화되기엔 시간이 걸렸다. 다만 멤버들은 빼곡히 들어찬 관객들의 응원에 큰 만족감을 보였으며, 뛰어난 무대 매너로 박수를 받았다.

국내 음악인 돋보여

헤드라이너뿐만 아니라 올해 지산은 유달리 장르적 다양함이 강조됐다. 아울 시티(Owl City), 글렌체크, 이디오테잎, 이이언 등 개성 강한 전자음악인들이 돋보였다. 27일 오픈 스테이지와 28일 빅탑 스테이지는 강력한 사운드가 빛났고, 로로스, 우리는속옷도생겼고여자도늘었다네 등 국내 포스트록 밴드들의 협연도 인기를 모았다.

특히 그간 쉽게 접하기 힘들었던 '전설적'인 국내 뮤지션들의 무대는 단연 돋보였다. 들국화의 무대는 단연 빛났다. 오랜만에 복귀한 이들은 전성기를 떠올리게 하는 감동적인 공연으로, 목소리와 멜로디가 빚어내는 소박한 무대의 힘이 어느 거대한 무대보다 더 강함을 입증했다. 전인권의 목소리에는 삶의 두께가 이전보다 더 켜켜이 쌓여 있었고, 이전 못지않은 힘이 붙어있었다. 관객들은 한국적 정서가 가득한 이들의 노래에 큰 환호로 답했다.

장필순의 무대 역시 거장의 힘을 느끼게 하는데 부족함이 없었다. 함춘호, 김정렬, 박용준, 신석철 등 하나음악 전성기를 상징하는 이들이 모두 무대에 올라 <나의 외로움이 널 부를 때>, <TV, 돼지, 벌레>, <어느새>를 연주하는 장면은, 찾은 이는 절대 후회하지 않았을 올해 지산의 중요한 하이라이트였다.

김창완밴드는 올해도 어김없이 페스티벌을 빛냈고 이적, 루시드폴, 로다운30, 아폴로18 등 각 장르를 대표하는 이들이 무대를 관객으로 가득 채웠다.

해결하기 힘든 숙제 발견하기도

숙제 역시 남았다. 무엇보다 늘어나는 방문자를 교통편이 감당하기 힘들다는 점이 결국 올해도 부각됐다. 금요일 오후 서울에서 리조트까지 오는 시간은 세 시간 가까울 정도였다. 덕평 인터체인지를 지나 톨게이트에 진입한 후 리조트까지 이동 시간만 무려 한 시간에 육박했다.

워낙 많은 차량이 이곳을 찾다보니 갓길 주차가 무분별하게 횡행해 차량 이동을 더욱 지연시키기도 했다. 특히 금요일 밤엔 지산리조트 앞 삼거리 인근 주택가에서 불이나 소방차까지 인근에 도착했고, 설상가상으로 교통사고까지 발생해 한동안 아예 차량이 이동하지 못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일부 관객은 공연이 끝난 후에도 셔틀버스가 움직이지 않아 네다섯 시간을 길바닥에서 보내야 했다.

결국 CJ 측은 홈페이지와 트위터를 통해 "교통문제와 관련해 나름의 대비를 하느라 애썼지만, 첫날 워낙 많은 방문객이 몰리다 보니 예상치 못한 상황이 벌어졌고 대응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앞으로 행사 운영 면에서 차질이 없도록 더 노력하겠다"고 사과해야 했다.

라디오헤드 효과로 유난히 관객이 금요일에 많이 몰린 탓이기도 하지만, 주최 측이 손쓰기도 어려운 문제가 연달아 계속된다는 점은, 관객은 물론 주최 측에게도 곤혹스러운 일이 됐다.

해외 의존도가 시간이 지날수록 더 커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낳았다. 올해 페스티벌 라인업은, 이름값으로만 보자면 라디오헤드가 마지막 날 헤드라이너에 서는 게 가장 자연스러웠다. 그러나 이들이 금요일에 서는 바람에 노골적으로 말해 하이라이트가 페스티벌 첫날 끝나버리는 결과가 됐다.

이는 지산밸리 록 페스티벌이 같은 기간 열리는 일본 후지록 페스티벌과 라인업을 공유하기 때문에 벌어진 현상이다. 후지록 페스티벌이 섭외한 뮤지션을 지산밸리 측이 섭외함에 따라 후지록의 일정에 맞춰 국내 라인업이 짜여짐으로써 생기는 일이다.

단독으로 해외 유명 뮤지션을 섭외하기 힘든 이와 같은 현실은 당분간은 해결이 불가능하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상대적으로 국내 공연기획사의 해외 유명 뮤지션 섭외력이 떨어지는데다, 국내 공연 시장이 단독으로 대형 뮤지션을 여럿 끌어올 수 있을 정도로 영글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기획 예산의 한계는 이번 해외 뮤지션 라인업에서도 어느 정도 드러났다. 라디오헤드와 스톤 로지즈의 중량감이 워낙 컸던 대신 저녁 시간대를 받쳐주는 뮤지션의 이름값은 폴 아웃 보이(Fall Out Boy), 패티 스미스(Patti Smith), 뱀파이어 위켄드(Vampire Weekend), 벨 앤 세바스찬(Belle and Sebastian), 인큐버스(Incubus) 등이 고루 포진했던 과거에 비해 상대적으로 떨어졌다.

레드 스테이지, 오픈 스테이지가 확고히 자리 잡으면서 야간에도 수준 높은 공연이 이어진 성과를 냈지만, 국내 공연시장의 한계 상 라디오헤드 정도의 뮤지션을 불러오려면 다른 라인업에서 희생을 어느 정도 감수해야 하며, 이는 타임테이블에서 라인업의 불균형을 감수해야한다는 숙제를 남기기도 했다. 여전히 국내 페스티벌은 라인업의 이름값이 흥행에 절대적인 요소인 게 현실이다.

같은 기간 후지록 페스티벌에서는 전설적 스카펑크 밴드 스페셜스(The Specials), 21세기 최고의 기타영웅 잭 화이트(Jack White), 프랜치 일렉트로닉 듀오 저스티스(Justice)를 비롯해 가십(Gossip), 퍽드 업(Fucked Up), 스피리추얼라이즈드(Spiritualized), 신스(The Shins), 익스플로전스 인 더 스카이(Explosions in the Sky) 등이 무대에 올랐다.

▲검정치마는 일종의 '대세'였다. 검정치마를 보러온 이들은 그린 스테이지가 수용할 수 있는 인원한계를 넘어섰다. ⓒCJ E&M
▲라디오헤드의 묵직한 공연이 끝난 후 레드 스테이지를 찾은 이들은 글렌체크의 사운드로 광란의 밤을 열었다. ⓒCJ E&M
▲'척박하다'는 말이 당연하게 따라붙는 국내 헤비뮤직씬의 현실은 올해 지산에서도 어느 정도 드러났다. 나인씬을 비롯한 헤비메탈, 하드코어 밴드들은 단 하루, 오픈 스테이지를 장악했다. ⓒCJ E&M
▲들국화의 복귀 무대를 이번 지산밸리 록 페스티벌에서도 보지 못한 이라면, 시간이 지나 결국 후회할 것이다. ⓒCJ E&M
▲2012 지산밸리 록 페스티벌은 한 마디로 설명 가능하다. 라디오헤드의, 라디오헤드에 의한, 라디오헤드를 위한 사흘이었다. ⓒCJ E&M
▲아직 페스티벌 무대가 익숙진 않은 듯 보인 이적이었으나, 객석은 열광의 도가니였다. ⓒCJ E&M
▲한창 잘 나가는 버스커 버스커도 지산을 찾았다. ⓒCJ E&M
▲국내 일렉트로닉계 스타로 떠오른 이디오테잎은 새벽을 책임졌다. ⓒCJ E&M
▲이이언의 무대는 큰 호응을 받았다. 28일엔 유난히 일렉트로닉 음악인들의 무대가 돋보였다. ⓒCJ E&M
▲무려 6년 만에 복귀한 우리는속옷도생겼고여자도늘었다네는, 언제나 그렇듯 객석에서 등을 돌리고 연주에 집중했다. ⓒCJ E&M
▲일렉트로닉 음악 팬층이 두껍지 않은 한국의 현실을 감안하면, '춤추기 위한 음악과 거리가 먼' 제임스 블레이크를 헤드라이너로 세운 건 도박이었다고 할 수 있다. 이날 무대를 찾은 관객들은 그간 접하지 못했던 새로운 세계를 경험했으리라. ⓒCJ E&M
▲리엄 갤러거는 맨체스터 시티가 2011~2012 잉글리시 프리미어 리그에서 44년 만에 거둔 우승을 자축했다. 갤러거 형제는 맨체스터 시티 서포터다. '노엘이 빠진 오아시스'인 비디 아이의 무대에서 관객들은 오아시스 시절 노래에 가장 열광적으로 반응했다. ⓒCJ E&M
▲장필순 특유의 목소리는 전인권의 그것과 함께 올해 지산에서 가장 빛났다. ⓒCJ E&M
▲이언 브라운과 존 스콰이어. 둘이 이른 나이에 갈라지지 않았다면, 그래서 스톤 로지즈가 여태껏 공백기 없이 유지됐다면 대중음악씬의 지금 모습은 얼마나 달라졌을까. ⓒCJ 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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