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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에서 성추행 당하고 잘렸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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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에서 성추행 당하고 잘렸어요"

"성추행 가해자는 정상근무, 피해자는 해고"

"서울대가 성추행 가해자를 보호하고 있어요. 부끄러운 줄 알아야지…"

서울대학교에서 15년간 청소노동자로 일했던 이선옥(가명·62) 씨는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이 씨는 성추행 피해자다. 성폭력 의혹이 있는 신임 관리소장의 채용에 반대했다가 지난 2010년 해고됐다. 복직 싸움을 했지만 돌아온 것은 또 다른 성추행이었다.

K 관리소장의 성추행 의혹은 지난 200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서울대 연건캠퍼스에 재직했던 K 소장은 여성 청소노동자를 연구실로 불러내서 강제로 가슴을 만지고 입을 맞췄다. 피해자는 수치스러움에 사건을 함구했지만, 연구실 건물에 근무하던 경비노동자가 성추행 장면이 담긴 CCTV를 공개했다고 이 씨는 설명했다.

이후 K 소장은 연건캠퍼스에서 쫓겨났고, 2010년 1월 서울대 교직원에게 '탁월한 소장'이라는 추천을 받아 관악캠퍼스 관리소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관악캠퍼스 소속 노동자들은 즉각 반발했다. 이 씨를 비롯한 노동자 4명이 대학 행정실에 찾아가 소장 교체를 건의했다. 결국 이 씨는 유언비어를 유포했다는 이유로 해고됐다.

ⓒ프레시안(김윤나영)

복직 논의하러 갔다가 성추행 당해…가해자 유죄 처분

같은 해 4월 이 씨는 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를 신청했다. 노동위원회는 자리가 나는 대로 이 씨를 최우선 고용하라고 판결했다. 이 씨는 "4, 5월에 청소 자리가 비었지만 서울대 교직원과 용역회사가 막아서 복직하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한 달 뒤인 5월 27일, 이 씨는 K 소장과 A 시설노조 조직부장, 공대 청소반장 B 씨에게 복직을 상의하자는 제안을 받았다. 이 씨는 친척이 운영하는 술집에서 이들을 만났다가 폭언을 들었다. 그러자 K 소장은 "노래방에서 노래를 부르지 않을 테니 조용히 복직을 논의하자"고 제안했다. 이 씨는 "대낮이었고 노래만 부르지 않으면 적절한 장소라고 생각해서" 그 제안을 받아들였다. 그러나 노래방에서 3명은 노래를 불렀고, 이 씨는 B 반장에게 성추행을 당했다.

두 달 뒤인 7월 이 씨는 "반장이 내 가슴을 잡아 비틀었고 마이크로 수차례 음부를 가격했다"며 B 반장을 고소했다. B 반장은 구약식으로 기소돼 강제추행죄로 벌금 300만 원 처분을 받았다. B 반장은 이 씨에게 "시설노조가 시켜서 성추행을 저질렀다"고 털어놨으나, 여전히 서울대에서 근무하고 있다. 성추행 가해자는 버젓이 근무하고, 피해자는 해고당하는 상황이 빚어진 것이다.

이에 서울대에서 일하는 비정규직 청소·경비 노동자들은 지난해 7월 민주노총 일반노조 관악지부 서울대분회를 결성했다. 서울대분회는 "2008년부터 기존의 시설노조가 어용노조로 변질됐다"며 "시설노조가 성추행 가해자를 비호하는 유인물을 뿌리고, 노원균 시설노조 위원장이 자의적으로 인사이동을 하거나 임금을 삭감하는 등 전횡을 휘둘렀다"고 주장했다. 이 씨는 서울대분회에 가입해 본부 앞에서 '원직복직'을 요구하는 일인시위를 벌이고 있다.

"부당해고 철회하고 가해자 처벌할 때까지 싸울 것"

이 씨는 "성추행당하고 잠을 못 자서 두 달 동안 정신과 치료를 받았다"며 "억울하니 다시 복직할 때까지 싸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성추행하고 함부로 사람을 해고하는 나쁜 횡포는 고쳐야하지 않겠나"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40대에 들어와서 15년 동안 이곳에서 청소 일을 했어요. 정도 많이 들고 일터를 내 집처럼 아끼고 사랑하는데 쫓겨났습니다. 스스로 그만둬도 아쉬운데 해고라니…. 부당 해고를 철회하고 가해자를 처벌해야 앞으로 제 자신도 건강하게 살 수 있을 것 같아요. 다시는 저같이 이렇게 당하는 사람이 없어야 합니다."

또한 그는 "성폭력을 문제 제기했다는 이유로 생계를 박탈하는 일이 우리나라 최고 대학이라는 서울대에서 벌어졌다"고 대학을 비판했다. "성추행 전력이 있는 소장을 추천해놓고 무조건 용역회사와만 해결하라는 대학도 관리감독의 책임을 다하지 않은 셈"이라는 것이다.

서울대학생 1500명 "서울대가 책임지고 원직 복직시켜야"

▲ 27일 서울대 본관 앞에 모여 '성희롱 피해자 원직복직'을 요구하는 청소·경비 노동자들. ⓒ프레시안(김윤나영)
지난 27일 서울대분회 청소·경비 노동자 50여 명은 서울대 본관 앞에서 이 씨의 원직 복직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기자회견이 끝나고 서울대 총학생회장과 서울대분회 대표는 총장실에 항의서한을 전달하려고 했다. 시설노조 경비와 서울대 교직원이 본부 문을 잠그면서 실랑이가 벌어졌다. 시설노조 경비가 채증을 시도하자 노동자들 사이에서 "같은 비정규직이 이럴 수 있느냐"는 탄식이 나왔다.

서울대 총학생회는 "방학인데도 한 달 만에 서울대 학생 1500여 명이 서울대가 책임지고 이 씨를 원직 복직해야 한다고 서명했다"며 "전체 재학생 1/10이 이 씨의 복직을 지지한 셈"이라고 호소했다.

서울대 관계자는 "원직 복직 여부에 대해서 아직은 말씀드릴 상황은 아니"라면서도 "학생들이 서명한 내용에 대해서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한편, K 소장은 공대에서 근무하던 중 여성 노동자 3명을 성추행해 고발당한 끝에 지난 2010년에 직위 해제됐다. 궁지에 몰린 K 소장은 이 씨를 찾아가 무릎을 꿇고 사과했지만, 지금도 서울대에서 근무 중인 B 반장은 끝내 사과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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