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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안의 극우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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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안의 극우주의

[이태경의 고공비행] 박근혜는 영웅사관에 기운 것인가?

박근혜 의원이 16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가 주최한 토론회에 참석해 한 발언이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박 의원의 발언은 5.16군사반란과 유신쿠데타에 관한 것이었다. 박 의원은 5.16과 유신에 대한 입장을 밝혀달라는 질문을 받자 "그 당시로 돌아가 볼때 우리 국민들이 초근목피로 보릿고개를 넘기면서 세계에서 끝에서 2번째로 할 정도로 가난한 나라로서 힘들게 살았고 그 당시에 안보적으로 굉장히 위험한 위기 상황에서 돌아가신 아버지로서는 불가피하게 최선의 선택을 하신게 아닌가 한다"고 말한 뒤 "그 후에 나라 발전이라든가 오늘의 한국이 있기까지를 돌아봤을때 5.16이 그 어떤 초석을 만들었다"며 "그런 것을 봤을때 바른 판단을 내리셨다고 생각한다"고 부연했다.

이어 박 의원은 "저는 이렇게 생각하지만 여기에 대해 다른 생각, 반대 의견을 가진 분도 있기 때문에 이 문제를 가지고 이게 옳으니 저게 옳으니 하는 것보다 역시 이것도 국민의 판단, 역사의 판단에 맡겨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한 뒤 유신에 대해서도 "그 시대에 피해를 보고 고통을 겪으신 분들에겐 죄송스런 마음", "그러나 유신으로 일어났던 국가발전전략과 관련해선 역사의 판단에 맡길 수밖에 없다"고 발언했다.

5.16군사반란과 유신쿠데타에 대한 박근혜 의원의 시대착오적이고 위헌적이기까지 한 발언이 새삼스럽지는 않다. 때로 선친인 박정희의 복권을 위해 정치를 하는 것처럼 느껴지는 박 의원이 줄곧 5.16군사반란과 유신 쿠데타를 옹호해 왔으니 말이다. 하지만 박 의원의 황당한 발언 이면에 작동하고 있는 극우적 멘털리티에 대해서는 지적하는 것이 옳겠다.

극우(極右)를 떠받치는 사상적 기둥 가운데 사회적 다위니즘과 극단적 엘리티즘을 빼놓을 수 없다. 사회적 다위니즘은 사람들 사이에 생래적으로 지적능력이나 육체적 능력에 우열(優劣)이 있다는 생각인데 이런 사회적 다위니즘은 자연스럽게 몇몇 엘리트들의 능력과 결단이 역사를 이끌어간다는 극단적 엘리티즘으로 귀결된다. 사회적 다위니즘과 극단적 엘리티즘을 사상의 거처로 삼는 사람들은 흔히 대중을 우중(愚衆)으로, 민주주의를 중우(衆愚)정치의 다른 말로 이해하곤 한다. 사람들 간에 생래적 우열이 있고 그 우열이 불변에 가깝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인민의 자기 통치'라 할 민주주의에 우호적일 수는 없는 일이다.
▲ 새누리당 박근혜 의원. ⓒ프레시안(최형락)

박근혜 의원이 극우에 경도됐는지는 모를 일이다. 다만 박 의원이 5.16군사반란과 유신 쿠데타에 대해 한 발언을 통해 본 박 의원의 역사인식과 인간이해에 우려스러운 구석이 있다는 건 분명해 보인다. 박 의원은 5.16군사반란이 일어나기 전의 상황을 "초근목피로 보릿고개를 넘기면서 세계에서 2번째로 할 정도로 가난한 나라"와 "안보적으로 굉장히 위험한 위기 상황"으로 정리하면서 5.16군사반란을 일으킨 선친 박정희를 변호하고 있다. 박 의원의 말은 만약 5.16군사반란이 없었더라면, 그래서 박정희가 집권하지 않았더라면 대한민국은 극빈을 벗어나지 못했을 것이고 적화의 운명을 겪었을 것이라는 뜻으로도 해석된다. 또한 "유신으로 일어났던 국가발전전략과 관련해선 역사의 판단에 맡길 수 밖에 없다"는 박 의원의 발언에서는 유신쿠데타에 대한 긍정적 평가의 의지가 읽힌다.

그런데 과연 5.16군사반란과 유신쿠데타가 없었더라면 대한민국이 경제발전과 국가안보를 성취할 수 없었을까? 대한민국 국민이 특출난 영웅의 지도와 결단없이는 국가를 성공적으로 경영할 수 없었을까? 5.16군사반란과 유신 쿠데타 없는 대한민국은 아직도 저개발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을까?

박근혜 의원의 발언을 들으면서 이런 물음들이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그리고 이런 물음들은 결국 시민들의 역량과 민주주의에 대해 박 의원이 어느 정도로 견고한 믿음을 지니고 있는지에 대한 의구심으로 귀착됐다. 박근혜 리더쉽은 박정희 리더쉽과 다를 수 있을 것인지, 다르다면 어떻게 다를 것인지도 궁금해졌다. 박근혜 의원의 머리 위에 드리워진 박정희의 그림자가 너무 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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