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문제는 여전히 남는다. 자신의 인터뷰 발언이 불거지자 이 위원은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글에서 "전달하고자 했던 것은 '당시로는 군사정변이 맞지만 이후의 국가발전을 고려한다면 단순하게 쿠데타로 치부하는 것은 지나치지 않느냐'고 완곡하게 표현한 것", "사회자가 '군사정변'이라고 물어본 데 대해서 '군사정변이 맞다고 답했다고 생각하고, '군사정변'은 '쿠데타' 동의어로 생각했던 것", "그 이후의 경제발전 등을 고려할 때 총제적 관점에서 5.16을 중남미 국가에서 흔히 있었던 쿠테타와 같이 보아서는 안된다는 의미였는데 마치 5.16 자체를 '미화'한 것처럼 되었다" 등으로 '군사혁명'발언의 경위를 설명하고 있다.
'군사정변'을 '군사혁명'으로 잘못 발언했다는 이 위원의 발언이 사실이라 하더라도 이 위원이 매우 위험한 역사인식을 지니고 있다는 건 이 위원 스스로가 남긴 블로그에서 여실히 확인된다. 이 위원의 역사인식을 한 마디로 요약하면 '압축적 산업화 등의 업적이 있기 때문에 5.16군사 정변을 쿠데타로 단정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정도가 될 것이다.
이게 민주주의와 헌정주의와 법치주의를 가장 중요한 원칙으로 삼는 법학자의 입에서 나올 소리인지 모르겠다. 쿠데타가 쿠데타지 그후에 압축적 산업화를 했으면 쿠데타가 아닌 것이 되나? 산업화로 쿠데타라는 헌정파괴행위, 불법행위가 치유되나? 그 알량한 산업화도 더러운 그리고 지속가능하지 않으며 무수히 많은 불행을 잉태한 산업화에 불과했음을 역사와 현실이 증명하고 있다.
▲ 이상돈 정치발전위원ⓒ뉴시스 |
이 위원은 그나마 진보 진영과 대화가 가능한 합리적 보수로 알려져 있다. 그런 분의 역사인식이 이 지경이니 박근혜새누리당이 집권하면 역사에 대한 해석이 얼마나 퇴행할지 벌써부터 걱정이다. 이상돈 위원이 무엇이라고 말하건 5.16은 군사반란이고 군사쿠데타일 뿐이다. 5.16 군사반란이 있었기에 대한민국의 산업화가 가능했다는 판단은 대한민국 국민들을 너무나 업신여기는 관점에서 비롯된 것으로 비판받아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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