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월드컵 개막을 앞두고 극우파의 외국인에 대한 폭력 사건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 달 베를린 근교 포츠담에서는 에티오피아계 독일인이 독일 젊은이들로부터 공격을 당해 아직 혼수상태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있다. 최근에는 베를린에서 터키계 정치인이 극우파 청년들에게 폭행을 당하기도 했다.
독일 당국이 극우파 관련 폭력 사태에 우려를 표명하고 있는 가운데 한국인 유학생이 독일 청년으로부터 폭행을 당하는 사태까지 발생했다. 다행히 한국 학생은 경미한 부상을 입었을 뿐이고 극우파에 의한 집단적인 구타나 위협을 당한 사례는 아니지만 이번 사건에서도 독일인의 외국인 혐오증이 적지 않음이 확인됐다.
특히 구 동독 지역이 극우파의 본거지로 지목되고 있으며 심지어 동독 지역에는 '외국인 위험지역(No-go-Area)'이 존재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우베-카르스텐 하이예 전 독일정부 대변인은 최근 "브란덴부르크주 등 구 동독 지역의 중소도시에 유색인이 들어가지 말기를 권한다. 이곳에서 살아서 나온다는 보장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아마데우-안토니오 재단의 아네타 카하네 이사장은 "동독 지역에서 유색인종이 밖에 나가기 어려운 지역이 있다는 사실을 누구나 알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독일 거주 외국인협회는 독일에서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폭력 사건이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외국인협회는 지난 15일 성명을 통해 최근 잇따라 발생하고 있는 외국인에 대한 공격은 독일에서 외국인 혐오증이 증가하고 있음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메메트 킬리치 외국인협회장은 최근 베를린과 포츠담에서 발생한 외국인 폭행사건은 드러나지 않은 사례에 비하면 '빙산의 일각'이라고 주장했다.
최근 구 동독 지역에서 인종주의와 네오나치를 표방하는 극우파가 늘어남에 따라 외국인 혐오 범죄가 증가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독일 연방범죄수사국의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극우파 관련 폭력범죄가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독일 전역에서 958건의 극우파 관련 폭력범죄가 발생해 전년(776건)보다 23%나 증가했다. 또 극우파 관련 전체 범죄건수도 지난해 1만5361건을 기록, 2004년보다 27% 증가했다.
독일 당국은 네오나치의 숫자가 지난 한 해 동안 3800명에서 4100명으로 증가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스킨헤드 등 비조직적인 극우파의 숫자도 1만 명을 넘어서는 등 계속 늘고 있다.
독일 국내 첩보를 담당하는 헌법보호청은 극우파가 이번 월드컵을 자신들의 존재를 부각시키고 세력을 확장하는 기회로 삼고 있다고 지적했다. 헌보청은 1만 명의 훌리건 중 약 500명의 극우파가 포함돼 있다고 지적하고 월드컵 기간에 훌리건의 난동과 함께 극우파의 폭력도 막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월드컵 기간에 독일 교민과 한국인 원정 응원단이 독일 여러 지역에서 열리는 월드컵 경기를 참관하고 아울러 거리 응원을 펼치게 된다. 이에 따라 한국 응원단의 안전 대책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주독 한국대사관의 한원중 공사 겸 베를린 총영사는 월드컵 기간에 한국팀 경기가 열리는 라이프치히와 하노버에 임시 영사사무소를 설치해 영사 관련 민원을 처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 공사는 대사관 홈페이지나 외교부 홈페이지를 통해 안전 수칙과 비상시 행동 요령 등을 홍보할 것이라고 말하고 한국 응원단의 안전을 위해 독일 당국과 긴밀히 협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가정보원은 독일 정부 요청에 따라 월드컵 기간에 정부합동 대테러 전문가팀을 현지에 파견해 보안 당국과 합동으로 테러 대응 임무를 수행하고 한국 선수단 및 응원단 보호 활동을 벌일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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