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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신(新)에너지 자동차 사업의 세 가지 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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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중국 신(新)에너지 자동차 사업의 세 가지 전환

[中國探究] 자동차의 '흑묘백묘론'

최근 3~4년간 중국 정부가 야심차게 추진했던 신에너지 자동차(新能源汽车) 상용화 사업이 별 성과를 거두지 못하자, 중국 신에너지차 사업에서 커다란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2011년 중국의 전기자동차 판매량은 총 8159대(순수 전기자동차 5579대, 하이브리드 자동차 2580대)로 1만 대에도 못 미쳤다. 이는 2010년 전기자동차 판매량, 1만2780대보다 오히려 줄어든 것이고, 2008년을 전후해 공격적으로 추진했던 신에너지차 상용화 사업의 기대치보다 훨씬 부진한 성과다.

2009년 1월 수립된 '에너지 절약과 신에너지 자동차 시범적 보급을 위한 재정보조금 임시관리방법'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상하이(上海), 베이징(北京), 충칭(重慶), 창춘(長春) 등 13개 도시에 각 1000대씩 신에너지 자동차를 보급하고(十城千辆), 2010년까지 시범지역을 20개 도시로 확대해 계획대로라면 2010년 말까지 신에너지차 공급량은 적어도 2만여 대에 달했어야 했다.

아울러 2009년 3월 공표된 '자동차산업 구조조정 및 진흥규획'에 의하면 2011년 말까지 순수 전기차와 하이브리드(hybrid)차를 포함한 신에너지 자동차가 전체 생산량의 5%를 점유하거나 최소 50만 대에 달해야 했지만, 결과적으로 그 어느 것도 달성하지 못했다. 물론 현 시점에서 신에너지 자동차 상용화 사업이나 관련 정책의 성패를 단정하기는 아직 이르다. 다만 정부 주도 사업에 '뭔가 문제가 있다'는 판단을 내릴 수 있고 중국 정부도 이를 인식하기 시작했다고 볼 수 있다.

신에너지차 판매 부진은 중국 정부가 생각했던 만큼 수요가 뒷받침되지 못한 데에서 비롯됐고, 이는 결국 신에너지차 가격대비 성능이 소비자들의 기대치보다 낮았기 때문이다. 즉 소비자들의 입장에서 순수 전기차나 하이브리드차 가격은 다국적기업 모델이든지, 중국산 모델이든지 일반 내연기관 자동차에 비해 2배 가량 비싸지만 사용 편의성이나 에너지절감 효과는 초기 투자비용을 상쇄할 만큼 매력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비야디(BYD) 자동차의 플러그인(plug-in) 하이브리드 모델 F3DM의 경우, 고가의 충전용 배터리 때문에 동급의 내연기관 모델 F3보다 가격이 70~80% 가량 높다. 따라서 이를 상쇄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8년 이상 약 20만Km 운행해야 하지만 주요 부품에 대한 F3DM의 품질보증 기간은 2년에 불과, 총 보유비용(TCO; Total Cost Ownership)에 대한 소비자들의 우려를 해소하기에는 품질 보증기간이 너무 짧다. 게다가 충전 소요시간과 충전 횟수 및 충전소 부족에 따른 소비자들의 체감 불편도 여전히 매우 높다.

한편 상하이자동차, 디이(第一)자동차, 둥펑(東風)자동차 등 6대 국유기업과 치루이(奇瑞), 비야디 등 주요 제조업체들이 순수 전기차나 하이브리드차 양산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지 않고 있는 것은 아직까지 배터리, 동력전달 및 전자제어장치 등 핵심 부품에 대한 독자 기술력 부족 및 부품 표준화를 통한 양산 기반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이다. 즉 대량생산을 할 수 없기 때문에 규모의 경제를 바탕으로 원가 절감을 달성할 수 없고, 시제품 수준의 모델로는 기존 내연기관 차량에 근접하는 가격 경쟁력을 갖추기 어렵기 때문에 소비자가 외면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중국정부는 신에너지차의 가격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2010년 6월부터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차와 순수 전기차에 대해 각각 5만 위안, 6만 위안의 구매 보조금을 지원했고, 하이브리드차는 3000위안을 지원했다. 그러나 중국 정부의 구매보조금은 아직까지 일반 소비자들의 구매 촉진에 별 효과를 나타내지 못하고 있다. 특히 하이브리드차보다 순수 전기차에 초점을 맞춘 구매보조금 제도가 일반 소비자들의 생각과는 동떨어진 제도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에 중국 정부는 2011년 하반기부터 예전의 신에너지차 상용화 사업을 전면 재검토하기 시작했다. 현재 재검토의 방향은 대략 세 가지 전환으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 공급자 중심에서 소비자 중심으로의 전환이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을 계기로 중국 정부가 주요 제조업체들을 압박하여 신에너지차를 빠른 시간 내에 출시하게 만드는 상용화 사업은 결국 '전시성 행정'에 그치고 말았다. 2008~2010년까지 중국 내 20여개 업체가 40여 종의 순수 전기차나 하이브리드차가 출시하였지만, 양산에 성공하여 지속적인 사업 모델을 구축한 곳은 아직 한 곳도 없다는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 아울러 관공서와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한 수요촉진 정책만으로는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수 없기 때문에, 일반 소비자들의 취향과 까다로운 요구조건 등을 제대로 파악하고 이를 신에너지차 개발에 적극 반영하는 구조로 정책변화를 도모하고 있다.

이는 정부보다 일반 소비자에 좀 더 가까이 있는 기업들이 신에너지차 개발과 공급에 관한 실질적인 주체가 되도록 만드는 것과 관련이 깊고, 결국 정부 주도 상용화 사업이 기업 주도 사업으로 바뀌는 것을 의미한다. 이것이 바로 두 번째 전환이다. 즉 신에너지차 상용화 사업에 있어서 구체적으로 어떤 모델을 개발하고 양산할 것인지에 대해 기업이 독자적으로 판단하고 국내외 시장 변화와 동향을 적극 따를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사실 그동안 6대 국유기업을 중심으로 중국 정부는 신에너지차 시장에 적극적으로 개입하여 왔다. 2011년 현재 6대 국유기업의 시장점유율이 75%에 달하고, 2000년대 초반부터 6대 국유기업의 시장지배력이 굳건히 유지되어왔기 때문에, 지배구조 측면에서 6대 국유기업과 치루이, 비야디 정도만 움직일 수 있다면 정부 계획이나 의지를 시장에서 충분히 실현할 수 있다고 믿어왔던 것이다. 소위 관(官)주도형 성장 모델을 중시하는 '국진민퇴(國進民退)' 현상이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났던 부문이 바로 신에너지차 상용화 사업이었던 셈이다. 다양한 선택권과 정보력을 가진 일반 소비자들의 영향력은 예전보다 훨씬 강력해졌지만, 이러한 변화에 대한 정부 엘리트들의 이해와 관심은 달라진 것이 별로 없었던 것이다.

세 번째 전환은 현지 기업의 독자 기술력 확보를 목표로 하는 중장기 산업발전 계획보다는 신에너지차 조기 상용화를 더욱 중시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이는 그동안 중국산 순수 전기차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차에 초점을 맞추어왔던 육성 정책의 변화를 의미한다.

사실 그동안 중국 정부는 하이브리드차 상용화에서 크게 앞서가고 있는 도요타, 혼다 등 일본 기업들에 대한 기술 종속을 우려하여 하이브리드차보다는 순수 전기차 개발과 확산에 주력하여왔다. 구매 보조금의 차이는 바로 그러한 정부 인식에 바탕을 두고 있다. 하지만 순수 전기차 상용화 사업이 좀처럼 성과를 내지 못하자, 하이브리드차를 보급해서라도 신속하게 양산 기반을 갖추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쪽으로 정책 기조가 바뀐 것이다.

이는 순수 전기차든지, 연료전지 자동차든지, 아니면 하이브리드차든지 신에너지차 사업에서 가장 성과가 좋은 것을 육성하겠다는 것으로, 1970년대 말 덩샤오핑(鄧小平)이 언급했던 '흑묘백묘론(黑猫白猫論)'과 매우 유사한 접근방식이다. 즉 어떤 방식이든, 누가 주도하든지 시장에서 가장 반응이 좋은 것을 선정하여 신에너지차 사업을 빠른 시간 내에 안착시키겠다는 뜻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정부 계획이나 의지보다는 시장을 통한 검증인데, 특히 공급자보다 소비자의 생각과 판단이 검증 과정에서 더욱 큰 변수가 될 것이다. 결국 공급자보다는 소비자 중심, 정부보다는 기업 주도, 시장의 선택을 통한 조기 상용화 촉진이 최근 중국 신에너지차 사업의 세 가지 전환이며, 적어도 2015년경까지 이러한 전환의 흐름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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