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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타이어 공장에서 23세 청년이 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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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타이어 공장에서 23세 청년이 죽었다"

[윤효원의 '노동과 세계'] "한국타이어가 한국 이미지 망쳤다"

제조업에 기반한 국제산별노조연맹들인 IMF(국제금속노련), ICEM(국제화학·에너지·광산노련), ITGLWF(국제섬유·봉제·피혁노련)이 통합해 만들어진 인더스트리올(IndustriALL)의 출범을 알리는 세계총회가 지난 6월 19일 덴마크의 수도 코펜하겐에서 열렸다.

이 자리에서 헝가리·화학·에너지·일반노조(VDSZ) 떠마쉬 세께이(Tamas Szekely) 위원장이 한국타이어 헝가리 공장에서 일어난 사망 사고를 알리기 위한 인터뷰를 요청해왔다. 세께이 위원장은 동종업계에서 한국타이어의 노사관계와 노동조건이 최악에 속한다면서, 회사가 노동조합과의 대화를 거부하는 정책을 바꾸지 않는다면 국제노조와 더불어 계속 투쟁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필자>


윤효원 : 한국타이어 헝가리 공장 현황은 어떻게 되나.

▲ 헝가리 화학에너지일반노조(VDSZ) 위원장 떠마쉬 세께이(Tamas Szekely) ⓒ윤효원
떠마쉬 세께이 :
우리 노조(VDSZ)는 한국타이어 헝가리공장을 조직하고 있다. 이 공장은 헝가리의 수도 부다페스트에서 남쪽으로 60킬로미터 떨어진 라칼마스에 있다. 2007년 여름부터 생산을 시작해서 지금은 2000여 명의 노동자가 일한다. 우리 노조는 2007년 당시 종업원 300명 가운데 200명을 조직했다. 지금 공장은 종업원 수가 당시의 10배 가까이 늘었지만, 노조원 수는 220명에 불과하다. 이 수치는 한국타이어의 노사관계가 얼마나 대립적인지와 노동조합 활동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잘 보여준다.

윤효원 : 최근 발생한 사망사고에 대해 말해 달라.

떠마쉬 세께이 : 지난 몇 년 동안 한국타이어 한국 공장에서 많은 노동자들이 죽어나갔다는 소식을 들었다. 헝가리 공장에서도 6월 2일 노동자가 죽었다. 이름은 이므레 타카치(Imre Takacs)로 23세의 젊은이다. 2010년 입사한 이므레는 타이어 연료를 혼합하는 일을 해왔으며, 노조원이다.

사고가 일어난 날, 관리자는 높이 3미터의 원료혼합기를 청소하라고 이므레에게 지시했다. 관리자의 업무 지시에 따라, 이므레는 혼합기 아래의 좁은 쪽문을 통해 혼합기 안으로 들어가서 사다리를 올라 타이어 원료가 들어오는 윗부분을 청소하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기계가 작동했고, 무게가 500 킬로그램에 달하는 혼합기의 뚜껑이 닫히면서 이므레의 머리를 때렸다. 동료들이 혼합기 안으로 진입해서 이므레를 밖으로 끌어냈지만, 이므레는 이미 죽어 있었다.

윤효원 : 사망사고를 두고 노사 간에 대화가 있었나.

떠마쉬 세께이 : 사고가 일어난 사흘 후인 6월 5일 노조간부 자격으로 공장을 방문했다. 하지만 사측은 현장 접근을 거부했다. 관리책임자를 만나서 사망 사고 처리와 재방 방지책 마련을 위해 노동조합의 참여가 필수적이라고 주장했지만, 사측은 노동조합의 참여를 지금까지 거부하고 있다.

우리 노조는 106년의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으며, 헝가리 최대 노조 가운데 하나다. 산업재해가 발생했을 때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사고를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 피해자는 어떻게 치료하고, 피해자와 가족에게는 어떻게 대우하고 보상해야 하는지, 재발 방지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관해 매뉴얼과 체크리스트를 마련해놓고 있으며, 산업안전 전문가는 물론 심리상담 전문가까지 두고 있다.

사망 사고 이후, 한국타이어 공장을 방문했을 때도 문제 해결과 재발 방지를 위해 노사특별위원회를 만들자고 제안했다. 이 사건을 계기로 노사 간의 사회적 대화를 활성화하여 노사관계를 정상화하자고 요청했다. 하지만 한국타이어 사측은 묵묵부답이다.

▲ 헝가리 라칼마스에 위치한 한국타이어 헝가리공장 전경. 1만7545평 규모에 하루 3만4000천개, 연간 1200만 개의 타이어를 생산하고 있다. ⓒ윤효원

윤효원 : 노사 대화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는데, 노조의 요구 사항은 무엇인가.

떠마쉬 세께이 : 헝가리에는 타이어 다국적기업이 많다. 미셀린, 콘티넨탈, 프로이덴버그, 브리지스톤, 한국타이어 등이다. 이 중 한국타이어의 노사관계가 가장 나쁘다. 미셀린, 콘티넨탈, 프로이덴버그는 우리 노조와 단체협약을 맺고 있다.

하지만 브리지스톤과 더불어 한국타이어는 노조가 설립된 2007년부터 일관되게 단체교섭을 거부해왔다. 한국타이어의 임금은 동종업계 최저 수준이다. 월급이 미셀린은 20만 포린트(100만 원)를 넘는데, 한국타이어는 14만 포린트(70만 원)에 불과하다. 우리는 한국타이어가 정상적인 단체교섭을 시작하기 바라며, 그 연장선에서 사망 사고를 제대로 마무리하길 원한다.

윤효원 : 마지막으로 한국 국민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떠마쉬 세께이 : 한국타이어는 국제 사회가 인정하는 글로벌 기준을 지키지 않고 있다. 헝가리 노동법을 무시하는 것은 다반사다. 한국타이어 때문에 한국 기업은 물론 한국 사람에 대한 이미지가 나빠지고 있다. 헝가리에서 산업재해로 인한 사망사고는 드문 일이다. 공장에서 23세의 젊은 노동자가 관리자의 작업 지시를 따라 일하다가 죽었다. 한국타이어는 노사가 함께 하는 제도 개선에는 전혀 관심이 없고, 돈 몇 푼으로 끝내려 한다. 국제사회에 비칠 대한민국(The Republic of Korea)의 이미지를 생각하길 바란다.

(필자의 이메일 주소는 icem.asia.mnc@gmail.com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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