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여성의 기업 고위직 진출이 아시아에서 꼴찌 수준인 것으로 조사됐다.
맥킨지는 1일 '고위직 여성비율 확대의 중요성: 아시아의 시각'이라는 보고서에서 10대 아시아 증권시장에 상장된 744개 기업을 대상으로 이사회와 최고경영진 내 여성비율을 조사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우리나라 기업의 이사회 내 여성비율은 1%, 최고경영진 내 여성비율은 2%로 각각 2%와 1%인 일본과 함께 아시아에서 꼴찌 수준이었다.
10대 아시아 증시 상장기업 내 이사회 구성원 중 여성비율은 평균 6%, 최고경영진 중 여성비율은 8%였다. 유럽(17%와 10%)이나 미국(15%, 14%)에 비하면 크게 낮다.
아시아에서 기업 이사회와 최고경영진 내 여성비율이 가장 높은 국가는 호주(13%, 12%), 홍콩(9%, 11%), 중국(8%, 9%), 대만(8%, 9%), 싱가포르(7%, 15%) 순이었다.
우리나라와 일본은 이들 국가는 물론, 이슬람국가인 말레이시아(6%, 5%)와 인도네시아(6%, 5%), 인도(5%, 3%) 보다 기업 고위직 내 여성비율이 낮았다.
우리나라 기업 내 저조한 여성비율은 기업 고위직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우리나라 대졸자 중 여성비율은 48%, 신입사원 때는 40%로 다른 아시아국가와 비교하면 평균수준은 되지만, 중간 및 고위급 관리자 때는 아시아 꼴찌인 6%로 급격히 낮아졌다.
맥킨지가 조사대상 기업 내 1천500여명의 고위경영진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 중 가장 많은 40%가 기업 임원급 승진과정에서 여성들이 직면하게 되는 가장 큰 장애요인으로 일과 가정의 양립이라는 이중의 부담을 꼽았다.
이는 육아와 가사의 책임을 전적으로 여성이 도맡아야 하는 아시아 문화에서 기인한 것으로, 아시아 내 많은 직장여성이 공통으로 직면한 최대의 고민이라고 맥킨지는 지적했다.
특히 우리나라는 응답 고위경영진의 47%가 중간 관리자급 혹은 임원급까지 승진한 여성 중 다수 혹은 대부분이 양육 및 가사에 대한 부담 때문에 결국 자발적 퇴사를 결정하게 된다고 응답했다.
이 같은 응답비율은 아시아 평균(28%)은 물론 인도(44%), 일본(34%) 보다도 높다. 남성들은 물론 여성들의 인식 속에 뿌리깊게 자리한 문화적 시각과 육아 등의 영역에서 필요한 정부 차원의 지원 미흡이 여성의 승진을 저해하는 것이다.
앞서 맥킨지가 영국, 프랑스, 독일 등 6개 유럽국가와 브릭스(BRICs) 기업 279개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최고경영진 내 여성비율이 높은 기업은 그렇지 않은 기업에 비해 평균 자기자본수익률(ROE)과 마진 등 재무실적이 월등히 좋았다.
이를 고려하면 아시아 꼴찌 수준인 한국 기업 최고경영진 내 여성비율은 한국기업의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이다.
맥킨지는 기업 고위경영진 내 여성 비율의 확대를 위해서는 정부 차원의 할당제 등 지원대책 도입, 재계 차원의 토대구축, 기업차원 최고경영자(CEO)의 확고한 의지와 여성인재개발프로그램, 다채로운 지원체계 도입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준복 맥킨지 대외협력 이사는 "저출산과 고령화 문제에 직면한 우리나라에서 여성 인재들이 지속적으로 직장에 남아 고위직까지 갈 수 있는 사회적 여건 마련이 필수적이다. 변화는 CEO로부터 시작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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