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 속의 숨은 문화를 탐색하는 음식문화학교(교장 김학민) 제11강이 6월 18일(토) 강원도 양구군의 두타연(頭陀淵) 계곡에서 열립니다. 2시간 가량 두타연 청정계곡을 걷고, 미식가들 사이에서 아주 유명한 광치식당의 막국수로 그 시원함을 이어갑니다. 점심을 들고는 느긋하게 박수근미술관에 들러 6.25의 폐허 속에서도 꽃피웠던 박수근 화백의 예술혼과 만납니다.
김학민 교장선생님은 유명한 음식칼럼니스트로, <한겨레21>에 '김학민의 음식이야기'를 수년간 연재했으며, 최근에는 같은 주간지에 '김학민의 주류인생'이라는 술 칼럼을 연재한 바 있습니다. 음식 칼럼집으로 <맛에 끌리고 사람에 취하다>가 있습니다.
제11강의 요점은 이렇게 정리됩니다.(수업 일정은 현지 사정에 따라 일부 조정될 수 있습니다)
* 스쿨버스 안에서 교장선생님의 음식문화 강의
* 문화해설사와 함께 하는 두타연 계곡 탐방
* 숨겨진 맛집 <광치막국수>와 편육, 막걸리로 점심
* 박수근미술관 특별전 <사실과 기억의 편린, 20세기 한국여성사를 보다> 관람
▲두타연 계곡ⓒ쎄리휴숙 |
두타연으로 가기 위한 스쿨버스가 마련되어 있습니다. 6월 18일(토) 아침 7시 서울에서 출발합니다. (6시 50분까지 압구정동 현대백화점 옆 공영주차장에서 유진 관광 <음식문화학교> 버스에 탑승 바랍니다. 아침 김밥과 식수가 준비되어 있습니다.) 등산화나 운동화 등 가벼운 트레킹 차림으로 오시기 바랍니다.
9시 30분. 버스는 경춘고속도로를 거쳐 춘천에서 국도로 바꿔 타고 양구읍에 닿습니다. 두타연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9시 40분까지 읍내 중리에 있는 명품관에 도착, 서약서 작성, 입장료 납부 등 간단한 수속을 밟아야 합니다. 두타연은 민통선 안에 있는 관계로 오전 10시, 오후 2시 하루 2회만 개방합니다. 정해진 탐방로 외에는 지뢰가 매설되어 있을 수 있어 필히 문화해설사가 동행합니다.
[두타연(頭陀淵)] 두타연은 민간인 출입통제선(민통선) 북방인 양구군 방산면 건솔리 수입천의 지류에 있는데, 동면 비아리와 사태리의 하류이기도 하다. 유수량은 많지 않으나, 주위의 산세가 수려한 경관을 이루며, 오염되지 않아 천연기념물인 열목어의 국내 최대 서식지로 알려져 있다. 높이 10m, 폭 60여m의 계곡물이 한곳에 모여 떨어지는 두타폭포는 굉음이 천지를 진동하고, 한낮에도 안개가 자욱하여 시계를 흐리게 한다. 이 폭포 바로 아래에 있는 두타연은 20m의 바위가 병풍을 두른 듯 하고, 동쪽 암벽에는 3평 정도의 굴이 있는데 바닥에는 머리빗과 말발굽이 반석 위에 찍혀 있다. 두타연은 1천여 년 전 두타사라는 절이 있었다는데서 연유되어 그 이름이 붙여졌으며, 6.25 이후 민간인 출입이 자유롭지 않아 비교적 자연 그대로 원시의 풍광을 유지하고 있다.
12시. 한 시간여 두타연 계곡을 걷고 나니 배가 쏠쏠 고픕니다. 이제 랄랄라, 점심식사를 하러 갑니다. 미식가들 사이에서 은근하게 소문이 나 있는 광치막국수집입니다. 당연히 졸깃한 시골돼지 편육에 동동주도 곁들여집니다.
14시. 막국수로 개운하게 점심을 마치고 박수근미술관으로 향합니다. 미술관 가는 길 중간에서 갈라져 조금 들어가면 서천 하류에 조성해 놓은 한반도 모양의 섬을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가 있습니다. 경치가 빼어난 곳입니다. 잠시 들를 생각입니다.
16시. 박수근미술관에 도착, 큐레이터의 설명을 들으며 박수근 화백의 예술세계를 감상합니다. 박 화백은 반 고흐처럼 가난한 사람들의 어진 마음을 그림으로 그린 화가입니다. 그는 가장 서민적이면서 거룩한 세계를 보여준 화가였고, 가장 한국적이면서 현대적인 화가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얼마 전 타계하신 박완서 선생의 소설 <나목>도 박 화백의 동명의 작품에서 그 모티프를 따온 것이지요.
[박수근(朴壽根, 1914~1965)] 강원도 양구 산골에서 태어난 박수근은 가난 때문에 국민학교밖에 다닐 수 없었다. 6.25동란 중 월남한 그는 부두 노동자, 미군부대 PX에서 초상화 그려주는 일 따위로 생계를 유지했다. 그 힘들고 고단한 삶 속에서도 그는 삶의 힘겨움을 탓하지 않고 그렇게 살아가고 있는 서민들의 무던한 마음을 그렸다. 절구질하는 여인, 광주리를 이고 가는 여인, 길가의 행상들, 아기를 업은 소녀, 할아버지와 손자, 그리고 김장철 마른 가지의 고목들...그러나 박수근은 서민의 모습을 단순히 인상적으로 담아내는 것이 아니라 철저한 평면화 작업을 추구하였다. 주관적 감정으로 파악한 대상으로서의 서민 모습이 아니라 모든 개인의 감정에서 독립된 완전한 객체로서의 서민이다. 거기 그렇게 존재하고 있다는 '존재론적 사실주의'를 지향하게 된 것이다. 그래서 박수근의 그림은 부동의 기념비적 형식이 되었으며, 유럽 중세의 기독교 이론과 비슷한 성서의 분위기가 감지되고, 화강암 바위에 새겨진 마애불처럼 움직일 수 없는 뜻과 따뜻한 정이 동시에 느껴진다. 박수근미술관은 강원도 양구군 그의 생가 터에 200여 평 규모로 건립된 양구군 군립미술관이다. 이 미술관에는 <앉아있는 두 남자>를 비롯한 유화 3점, <나무와 두 여인>, <탑돌이> 등의 판화, 수채화 <그림물감>, 그리고 수십 점의 드로잉이 소장되어 있다.
오후 5시. 제11강의 일정을 모두 마친 음식문화학교는 서둘러 서울로 향합니다. 7시 전후에는 서울에 도착할 수 있습니다.
음식문화학교 6월 참가비는 6만원입니다.(교통비, 식사비, 입장료, 여행자보험료, 운영비 등 포함) 좌석은 접수순으로 지정해 드립니다. 참가신청과 문의는 사이트 www.huschool.com 전화 050-5609-5609 이메일 master@huschool.com 으로 해주세요.
김학민 교장선생님은 <음식문화학교를 열며> 이렇게 취지를 설명했습니다.
<인간은 요리하는 동물>
최초의 인간은 다른 동물과 마찬가지로 자연 상태 그대로 먹었습니다. 그러다가 불의 발견을 계기로, 인간은 환경에 적응하는 슬기를 발휘하여 서서히, 또한 독특하게 식생활 체계를 세웠으니, 이것이 음식문화입니다. 이로써 인간은 '요리하는 동물'로 진화되어, 각기 살고 있는 곳의 기후와 풍토에 따라 제각각의 음식문화권을 형성하게 됩니다.
이러한 음식문화의 자연스런 분화와 발전이 있었으므로, 인류의 보편적 정서와 규범을 흐트러트리지 않는 한, 한 인간이 무엇을 어떻게 먹든 그것은 그의 자유입니다. 또 특정한 먹을거리를 특별하게 먹게 된 것도 그 공동체 고유의 살아온 환경과 문화, 역사의 소산이므로 자기만의 잣대를 들이밀어 왈가왈부할 일도 아닙니다.
흔히 "모두가 먹고 살자고 하는 일인데…"라고 말합니다. 인간의 원초적 과제들을 의·식·주로 나누어 그럴 듯하게 분화하였지만, 그건 어느 정도 문명화된 시기의 이야기이고, 사실은 식(食)의 문제,
곧 먹을거리 문제가 인간 실존의 근원입니다.먹을거리 문제는 질서와 규범 속에서 평화롭게 조절돼 가는 것 같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그렇지도 않습니다. 매일 매일의 사회면 기사의 행간을 뜯어보면 그 이면에는 모두 먹는 문제가 개재되어 있고, 국가 사이의 전쟁, 민족 사이의 분쟁도 땅과 자원의 문제가 대부분을 차지하니, 그 끝을 파보면 결국 먹는 문제라 할 수 있습니다.
<아는 만큼 맛있다>
우리 사회는 이제 먹을거리 문제의 극단에서는 벗어나 있습니다. 그러나 먹을거리의 질과 독점을 둘러싸고는 계속 갈등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또 거대 식품산업이나 외식사업 등에서 양산되는 각종 인스턴트 식품들이 우리 식탁에 도전해 오고 있고, 세계 각국의 먹을거리들도 그 나라의 문화요소들과 함께 물밀듯이 들어오고 있습니다.
이러한 먹을거리의 홍수 속에서 음식문화학교는 우리 전통 먹을거리를 낳게 한 사회문화적 배경, 그리고 특정 먹을거리와 그를 갈무리하는 맛깔스런 음식점, 그리고 그 주인과 공동체에 얽힌 이야기를 탐구하고자 합니다.
곧 '먹을거리 이야기'를 넘어 '이야기가 있는 먹을거리'를 찾는 여정이 음식문화학교가 가고자 하는 방향입니다. 문화유산 답사의 개척자 유홍준 교수는 "아는 만큼 보인다"고 했습니다. 유 교수의 어법을 빌려 말한다면, 음식도 아는 만큼 맛있습니다.
<음식문화학교는...>
음식문화학교는 요리법을 가르치는 곳이 아닙니다. 음식문화학교는 문화 속의 음식, 음식 속의 문화를 탐구하고자 합니다. 따라서 음식문화학교는 음식의 현장을 찾아가 문화를 즐기거나, 문화의 현장을 찾아가 음식을 즐기는 기행의 형식으로 진행합니다. 곧 '금강산과 식후경의 조화'가 저희 음식문화학교의 교훈입니다.
앞으로 김치, 젓갈, 된장, 두부, 등심, 갈비, 불고기, 육회, 토종닭, 홍어, 비빔밥, 산나물, 막걸리 등 숱한 우리 전통 먹을거리의 명품, 명소를 찾는 기행이 쭉 이어집니다. 전문가 또는 교장의 음식문화 강의 후 맛있는 음식을 즐기게 되며, 재래시장 장보기, 산나물 뜯기, 쭈꾸미 잡기, 콩 털기 등의 체험행사도 함께 하며 유명 음식축제 여행으로 변화를 꾀하기도 하겠습니다.
음식문화학교는 월 1회, 셋째 토요일(1박2일은 셋째 토, 일요일)에 여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사정(명절, 연휴, 장날, 음식축제 등)에 따라 날짜를 옮길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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