놓쳐선 안 될 데뷔앨범이란 이런 것이다. 상반기 최고 히트가수 고티에(Gotye)의 싱글 <섬바디 댓 아이 유즈드 투 노>(Somebody That I Used To Know)에 참여해 존재감을 드러낸 뉴질랜드 출신의 킴브라(Kimbra Johnson)의 데뷔앨범 [Vows]는 새롭고, 매혹적이고, 환상적이다.
▲킴브라 [보우즈]. ⓒ워너뮤직코리아 |
뷔욕(Bjork), 에이미 와인하우스(Amy Winehouse)에서 멀리는 케이트 부시(Kate Bush) 등을 연상시키는 이 스물둘 여가수의 데뷔앨범에는 뷔욕을 듣는 듯한 아이디어(Settle Down, Something In The Way You Are, The Build Up), 트렌디한 팝송(Cameo Lover), 에이미 와인하우스를 만날 수 있는 서정성(Two Way Street)이 혼재돼 있다.
이미 미국 드라마 시리즈 <그레이 아나토미>와 비디오게임 <심즈3>에 삽입돼 잘 알려진 세 번째 싱글 <Good Intent>(굿 인텐트)는 느와르물, 혹은 뮤지컬을 연상시키는 독특한 효과음이 보수적 리듬감으로 내달리는 곡으로, [Vows]가 <Settle Down>(세틀 다운), <Cameo Lover>(카메오 러버)에만 집중해선 안 되는 앨범임을 웅변한다. 보컬스타일과 곡의 뼈대는 예스럽지만 현음악이 최소화된 곡 전개방식의 아이디어는 익숙한 소리를 '불편하지 않도록' 낯설게 하는데 성공했다.
최근 흑인음악신의 잘나가는 프로듀서들의 음악에서 맛볼법한 박력을 안기는 소울트랙 <Come Into My Head>(컴 인투 마이 헤드), 과장섞어 말해 포 텟(Four Tet)이 만든 날스 바클리(Gnarls Barkley)의 트랙이라 부를만한 <Posse>(파시) 역시 귀를 즐겁게 하는 아이디어가 곡에 넘실거린다.
킴브라의 [Vows]는 지극히 대중적인 리듬감을 낯선 효과음과 다양한 아이디어로 새롭게 들리도록 잘 포장했고, 적극적인 코러스를 사용해 이국적인 분위기를 잘 유지했다. 궁극적으로 이 모든 요소를 (뮤직비디오 등에서 드러나는) 가수의 독특한 아우라에 녹여 넣은 영악한 앨범이다.
이 덕분에 [Vows]는 대중적인 팝 넘버를 애호하는 청취자는 물론 '힙(hip)한' 노래를 찾는 이들에게도 괜찮은 작품으로 소화될 미덕을 갖고 있다. 십대 시절부터 시작한 작곡의 힘이 일찌감치 응축돼 있음을 입증한다. 젊은 가수가 이 정도의 중용을 지켜낼 수 있었다는 점은 분명 높게 살 부분이며, 특히나 이 가수가 메이저 레이블에서 나타났다는 점은 분명 환영받아 마땅하다.
메이저 레이블에서 괜찮은 음악인을 찾기가 점차 어려워지는 시대가 됐고, 메이저 레이블은 이제 세계 곳곳에서 툭툭 터져나오는 재능을 인디 레이블에 빼앗기지 않기 위해 촉각을 더 예민하게 세워야만 할 상황이 됐다. 킴브라는 그 좋은 예다.
시우르 로스 [발타리](Valtari)
"노래를 감싼 안개가 더 짙어졌다"는 <뉴욕 타임스>의 표현이 딱 맞아떨어진다. 시우르 로스(Sigur Rós)가 4년 만에 낸 정규앨범 [Valtari]는 꿈결 같고, 흐릿하다.
이제 아이슬란드를 대표하는 음악인으로 성장한 시우르 로스가 여태껏 이동한 길은 조금 더 밝은 곳으로의 항해였다. 전작 [Með Suð I Eyrum Við Spilum Endalaust]는 '노래'라고 부르기 가장 가까운 것들이 실려 있었고, 앨범을 감싼 악기의 구분도 어떠한 전작보다 쉬웠다. 욘시(보컬)의 솔로앨범은 생동감이 넘쳤고, 대중적이었으며, 위트마저 있었다.
▲시우르 로스 [발타리]. ⓒ워너뮤직코리아 |
[Valtari]는 다시 과거로 돌아간다. 리버브로 감싼 소리의 세례가 진동하고, 약동하는 현의 울부짖음이 곡의 절정을 알리고, '요정의 소리'에 비견할 만한 욘시의 보컬이 연주 위를 부유한다. 앨범 커버에 쓰인, 아련한 바다와 허공에 뜬 배의 조합은 앨범을 관통하는 핵심 정서다.
옛 정서를 떠올리는 소리가 들어찬 이유는 실제 앨범에 녹음된 곡의 상당수가 이전에 완성된 작업물이기 때문이다. <Dauðalogn>과 <Varðeldur>는 [Takk...] 앨범 당시 처음 녹음됐던 곡이며 <Valtari>, <Fjögur píanó>는 [Með Suð I Eyrum Við Spilum Endalaust] 당시의 작업물이다(이들 두 곡은 앨범에서도 가장 밝다).
단순히 과거로의 회귀로 이 앨범을 단정할 순 없다. [( )]의 그것에 더 가까워졌으되, [Agaetis Byrjun]의 차가움 대신 장엄하고 따뜻한 숨결이 가득하다. 앨범에서 가장 장엄한 곡인 <Varúð>이 대표적이다. 마치 포스트록의 형식처럼 서사의 울림이 큰 이 곡에서 욘시의 보컬은 키보드의 차가움을 억누르고, 서서히 덧씌워지는 악기의 두께는 힘 있는 결말로 치닫는다.
비록 이 앨범에서 새로운 어떤 것을 기대하긴 쉽지 않지만, 팬들이 바라던 정서는 효과적으로 응축돼 있다. 몽상적이지만 결코 음울하진 않은 이 음반은, 다시 투어를 시작한 아이슬란드의 대형 밴드가 앨범 표지처럼, 공중에 뜬 채 행하던 항해를 멈추지 않을 것임을 짐작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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