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훈 민주노총 위원장이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민주노총은 비정규직 문제에 소홀하다"는 비판을 들었다. 이에 김 위원장은 "민주노총이 잘못한 것이 있으면 사과드리고 책임지겠다"고 자세를 낮췄으나 자못 억울한 심경을 드러냈다.
김영훈 위원장은 20일 서울 정동 프란체스코 교육회관에서 열린 '비정규직이 말하는 비정규직 해결방안' 토론회에 참석해 민주노총이 오는 8월 '비정규직 철폐' 등을 내걸고 돌입할 예정인 총파업에 대해 설명했다.
이 자리에서 김소연 금속노조 전 기륭전자 분회장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비정규직 철폐 요구에 민주노총이 부응하지 않았다"며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요구사항에 대해 민주노총이 타협안을 제시하는 식으로 비정규직과 소통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박민호 금속노조 현대자동차 비정규직지회 조합원은 "민주노총 위원장이 공장에 내려와 선거운동만 하고 가면서 정작 비정규직 투쟁 현장에는 오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비정규직 노동자의 집중 포화를 받자 김 위원장은 "민주노총이 잘못한 것이 있으면 사과드리고 책임지겠다"고 자세를 낮췄다.
그러면서도 그는 "민주노총은 한쪽에서는 너무 정규직 중심적이라고 비판받고, 그래서 비정규직 제도를 개선하려고 하면 다른 한쪽에서는 정규직 고립도 지키지 못하면서 '정치 총파업'을 선동한다고 비판받는다"며 억울함을 토로했다.
김 위원장은 "민주노총은 사회변혁적인 노동운동 전략을 수립하면서 산별노조 강화론과 노동자 정치세력화라는 두 가지 방안을 제시했으나 둘 다 어려움을 겪었다"고 말했다.
산별노조 강화론에 대해 그는 "산별노조인 금속노조의 기업지부에 (산별노조 정신을 더 잘 구현할 수 있는) 1사1노조는 안 된다는 모순에 직면했다"면서 "사내하청 노동자를 정규직과 한 집으로 같이 묶는 시도가 불발됐다면 그 이유를 근본적으로 성찰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대자동차 안에 정규직과 비정규직 노조를 통합하자는 논의에 대해 일부 정규직 노동자가 반발하는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노동자 정치세력화에 대해 김 위원장은 "민주노총이 정치 사업에 매몰됐다는 비판을 받는다"면서 "그러나 원청 사업주에 의해 비정규직 노동자의 (노조선거에 대한) 참정권은 평소에도 제대로 보장되지 않는다. 이런 상황을 타파하지 않고서는 어떻게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김 위원장은 "민주노총의 운동 중심을 비정규직 투쟁으로 옮기지 못한 이유는 비정규직을 주체화하지 못하는 악조건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비정규직 노동자의 노조 조직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노조법을 전면 재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노총이 8월 총파업에 내건 기치인 △비정규직 철폐 △정리해고 철폐 △노조법 전면 재개정에 대해 그는 "세 가지 모두가 조합원의 요구와 직간접적으로 일체돼있다"면서 "민주노총에 가해지는 비판에 대해 '삼위일체'를 통해 돌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노총 지도부가 비정규직 현장에 자주 오지 않는다는 비판에 대해서는 "오는 8월 총파업에 앞서 현대차지부와 민주노총이 비정규직 현장에 함께 내려가 간담회를 진행해 현장의 불만을 해소하겠다"고 답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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