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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손을 대면, 공공정책도 '알짜 수익모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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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그'가 손을 대면, 공공정책도 '알짜 수익모델'

[또 다른 민자사업, 교통카드의 진실·②] 국내 최대 교통카드회사의 탄생

'KTX 민영화'와 '서울메트로 9호선의 기습 요금 인상' 논란은 알아도, '티머니' 등 교통카드 사업이 민자사업이라는 것을 아는 이는 많지 않습니다. 이에 공공교통 네트워크(준)는 앞으로 3회에 걸쳐 '교통카드 민자사업의 문제점'에 대한 기고를 진행할 예정입니다. ①교통카드가 가지고 있는 각종 문제점 ②문제의 원인과 배경 ③대안과 전망에 대한 기고를 공공교통 네트워크(준) 정책위원 3명이 각각 집필합니다. <편집자>

우리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교통카드를 도입한 것은 이용자 입장에서 보자면 혁신적인 변화다. 특히 신용카드와 결합된 후불제 교통카드의 등장은 그야말로 대중교통 이용의 편의성을 높인 획기적인 일이다. 그래서 현재 후불제 교통카드의 사용비율이 55%를 상회한다. 흥미롭게도 이런 후불카드의 상용화는 뜻밖의 부수적인 효과를 낳는다. 바로 '출발지-목적지(OD) 조사'로 불리는 목적지-도착지 정보다. 특히 신용카드 기반형 후불제 카드는 개인 식별이 가능하다는 점을 고려하자. 그러면 어떤 개인이 한 달 동안 어떤 경로로 직장과 집을 이동하는지, 주말이나 휴일에는 어디를 자주 가는지 확인이 가능하다. 또한 똑같은 환승역이라 하더라도 어떤 연령대의 승객들이 많이 이용하는지 구분할 수 있다. 그리고 각각의 지하철 역을 이용하는 일일 연인원에 대한 추산이 가능하다. 이것이 무엇을 뜻하는 걸까. 특정한 개인의 대중교통이용 지도가 그려질 수도 있고, 특정 역세권의 상권분석을 위한 신뢰성 있는 통행자 정보를 구축할 수도 있다. 이제, 질문이다. 이런 정보의 소유자는 누구인가.

한국스마트카드, 석연치 않은 등장 과정

교통카드 이용자의 출발지-목적지(OD) 조사의 소유권은 민간회사인 한국스마트카드사의 소유다. 오죽하면 서울시의 정책연구기관인 서울시정개발연구원이 낸 교통이용자 출발지-목적지(OD) 관련 보고서에 '한국스마트카드사의 비협조로 원자료의 접근에 제약이 있어 정확한 연구가 불가능했다'라는 내용이 포함되었겠나.한국스마트카드사는 해당 정보를 바탕으로 다양한 파생 수익을 거둘 수 있다. 아닌 게 아니라 대중교통이용자의 이동정보는 지하철역의 주변 상가의 상권분석에 핵심적인 자료가 될 수 있으며, 역사 주변의 도시개발에 주요한 자료로 활용될 수 있다. 덧붙이면, 소비수준이나 연령대에 따른 주요 동선을 파악하여 특정 상품에 대한 마케팅 자료를 만들 수도 있다.

그런데 무엇보다 해당 정보는 다양한 환승정보를 통해 간선노선을 별도로 구상할 수 있으며, 시간대별 혼잡도를 감안하여 승객의 동선 조정이나 지하철이나 버스의 배차간격을 조정할 수도 있다. 다시 말해 해당 정보는 대중교통정책을 입안하고 새로운 체계를 구상하는데 가장 중요한 원자료로 활용될 수도 있다는 말이다. 그런데 그 소유권이 민간회사에 있다. 대중교통체계는 서울시가 구축했는데, 그것의 이용자 정보는 서울시의 소유가 아니라는 말이다.

이와 같이 이상한 교통카드사의 지위는 사실, 2004년 대중교통체계 개편에서부터 예정된 것이었다. 이명박 당시 서울시장은 2002년 신교통카드 시스템을 도입하겠다고 밝혀 기존에 버스카드를 자체 개발하여 운영하고 있던 서울시버스운송사업자조합을 긴장시켰다. 재미있는 것은, 당시 서울시가 밝힌 민간자본 유치의 배경이다. 그것은 1600억 원에 달하는 신 시스템 설치비용의 문제였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이 이미 설치된 시스템이 있었고, 전문가들은 기존시스템에 맞춰서 새로운 시스템을 구축해도 별 문제가 안 된다고 지적한 만큼 아예 신규 구축은 불필요했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신규 구축비용이라는 1600억 원이 부담스러웠다는 서울시의 초기 주장은, 이후 오세훈 전 시장에 의해 진행된 여의도 한강공원 조성 사업비만 780억 원 수준이고, 디자인거리조성사업에 2009년에만 502억 원이 사용된 점을 고려하면 설득력이 떨어진다. 더구나 신규구축비용 1600억 원은 지하철공사 등에서 받는 시스템 이용 수수료 등으로 충당된 지 오래다.

▲ 교통카드. ⓒ연합뉴스

한국교통카드주식회사, '그'의 성은을 입다

서울시는 전국에서 가장 큰 시장에 대한 배타적인 사업권을 보장해준 것은 물론이고, 이후 택시까지 서울의 모든 대중교통체계의 요금체계를 사실상 몰아주었다. 이런 조건에서 민간자본의 혁신이나 자금력이 필요했다는 초기의 논리는 허약하기 이를 데 없다. 2011년 서울시의회 주최로 열린 한국스마트카드 토론회에서 서울시 담당자는 교통카드와 같은 기술은 민간이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주장했지만, 정작 세계 최고의 정보를 담은 전자주민등록카드를 공공이 주도해서 만들고 있다고 반박했더니 아무런 답을 하지 못했다. 결국 누가 사업자가 되더라도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손에 넣는 것이었다.

2002년 이명박시장은 교통카드시스템을 전면 바꾸는 계기로 신교통시스템 구축에 대한 공고를 냈고, 우선협상대상자로 LGCNS가 지정되었다. 이 과정에서 LG CNS 컨소시엄이 선정된 데에 따른 특혜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특히 당시 이명박 시장과 LG CNS가 맺고 있던 특수한 관계 때문에 논란이 되긴 했지만, 오히려 그보다는 공공정책의 부분인 교통카드 사업이 민간사업자의 배타적인 수익보장모델로 변화했던 과정에 주목해야 한다.

우선 주주관계를 살펴보자. 실제로 한국스마트카드사의 1대 주주는 35%의 지분을 가지고 있는 서울시이지만, LG CNS가 2004년에 16.79%, 2007년 2차 증자 이후에는 22.25%를 확보해 2대 주주가 되었다(최근에는 32%에 육박한다). 그리고 후불카드의 수수료 수익을 올리는 후불카드사 6개가 20.30%로 3대 주주의 지위를 가지고 있으며, 카드결제 단말기를 제조하는 회사인 에이텍은 2007년 증자과정에 참여하여 현재 10.87%의 지분율을 획득하게 된다.

시스템 개발자인 LG CNS는 한국스마트카드사에 기계를 납품하는 동시에 시스템을 유지보수하는 비용을 정기적으로 받는다. 한국스마트카드사와 LG CNS가 맺은 유지보수계약 내용을 보면, 올해 말까지 1231억 원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신용카드사의 경우에는 카드결제에 따른 수수료를 징수한다. 더구나 교통카드 목적의 신용카드 발급 비율이 높아졌다. 현재 55%가 넘는 후불카드 사용비율은 교통카드 기능이 신용카드 신규발급의 부가적인 수단으로 확실한 효과가 있었다는 것을 보여준다. 다음으로 에이텍의 경우를 보자. 카드결제 단말기를 제작하는 회사인 에이텍은 2007년 한국스마트카드사의 주식 14만주를 취득하면서 지분율을 10.87% 취득했는데 이때 비용이 10억7688만 원이었다. 그런데 이 회사가 2011년 공시를 통해 밝힌 한국스마트카드사와의 유지보수 계약 액수가 99억 원으로 사실상 투자금을 훨씬 상회하는 수익을 얻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교통체계 구축에 따른 1600억 원 중 실제로 출자자들이 자체적으로 마련하여 투자한 금액은 600억 원 수준에 불과하다. 나머지 1000억 원은 대출을 받았는데 이 대출금은 당초 컨소시엄 출자자인 한국교직원공제회와 대한지방행정공제회, 그리고 국민은행으로부터 빌렸다. 즉, 출자자이면서도 출자금을 내놓기 보다는 내부 대출을 통해서 대출이자를 한국스마트카드사로부터 받았다.

사실 출자자의 내부거래를 통해서 특수목적법인을 수익모델로 삼는 것은 낯설지 않다. 바로 올해 초에 떠들썩하게 논란이 되었던 지하철9호선과 매우 흡사하기 때문이다. 이명박 전시장 시기에 대중교통을 매개로 진행된 두 개의 대규모 사업이 공교롭게도 매우 흡사한 수익모델을 가지고 있는 셈이다. 수익이 보장된 공공사업을 매개로, 출자자들이 내부 거래를 통해서 안정된 수익을 얻는 구조라니, 이것이야 말로 봉이 김선달의 현대판이라 할 만한다.

업어주고 밀어주는 교통카드 독점체계, 공공환수가 필요하다

특히 이런 교통카드의 특혜 구조는 공공영역에서의 사업영역을 확대시켜 주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를테면 2007년부터 택시에 달기 시작한 카드단말기 비용은 카드사서 지불하기로 했지만 엉뚱하게 서울시가 설치와 장착비용을 대당 15만 원, 월 관리비 1만 원을 지원해주었다. 이로 인해 2007년부터 2010년까지 지불된 장착비용만 98억 원에 달한다. 재미있는 것은 시민들의 결제 선택폭을 넓힌다는 공익적인 목적 이면에 교통카드사의 카드 수수료를 수입원을 대폭적으로 늘린다는 실리적인 측면이 있다는 점이다.

또한 2011년 신규사업으로 추진 중인 택시의 안심귀가 서비스의 경우, 한국스마트카드사는 택시에 GPS를 달아 수익형 모델을 만들겠다는 것이고, 서울시는 이를 안심귀가 서비스라는 형태로 진행한다는 것으로 나타났다. 카드택시 6만9616대에 설치된 카드결제기에 GPS기능을 탑재한다는 것인데, 소요비용은 전액 스마트카드사에서 지불(30억 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결국 민간업체인 스마트카드사의 수익모델을 확보하기 위해 서울시는 '안심귀가'라는 검증되지 않는 정책사업을 통해서 지원해주고 있는 셈이다.

물론 이와 같은 택시결제서비스로 인해 당장 한국스마트카드사의 수익이 발생하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문제는 남는데, 우선은 공공정책과 민간사업체의 영리성이 충돌한다는 점이다. 만약 적자가 나는 사업임에도 한국스마트카드사가 이를 감수하고 서울시의 공공정책에 협력한다면 이를 합리적인 기업논리라 하기 힘들다. 다음으로는 현상적인 측면외의 구조적인 문제다. 적자니 흑자니 여부를 떠나서 공익 목적으로 추진되는 서울시의 공공정책이 결과적으로는 영리행위를 추구하는 민간기업체을 통해서 실현될 수밖에 없다는 '구조적 왜곡'이 존재한다. 또한 기업의 수익이라는 것은 유형의 이윤일 수도 있지만, 시장의 독점적 지위를 확보하는 것 역시 무형의 자산이자 이익일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원하든 원하지 않던 서울시의 대중교통 정책은 결과적으로 교통카드를 운영하는 민간기업체의 이윤구조에 종속될 수밖에 없다.

더 이상 공공정책이 민간기업의 수익모델로 전락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 이는 시민들이 지불하는 비용이 시민들의 편의를 위해 재사용되는 것을 막는 것은 물론이고 공공재의 배타적 속성을 민간기업의 절대 이윤을 보장해주는 장벽으로 사용하는 '공공이익의 사적 편취'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한국스마트카드사와 서울시의 협약은 2012년 말에 끝난다. 지하철 9호선이 30년 협약에 발목이 잡혀 있다면, 우선 협약이 끝나는 교통카드를 공영화함으로서 시민의 발을 기업으로부터 되찾아 와야 할 것이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우물쭈물하다가는 우리 모두 '공범'이 되고 만다, 국가를 수익모델로 만드는 '그' 분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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