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원천적으로 불법이었던 '임의 비급여'를 앞으로는 예외적인 상황에 한해서 제한적으로 허용할 수 있다는 대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임의 비급여란, 식약청 등에서 그 안전성과 효과성에 대해 아직 검증받지 못한 진료방식이나 치료제를 의료기관이 '임의로' 환자에게 비용을 전액 부담케 함으로써 사용하는 것을 일컫는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18일 여의도성모병원이 보건복지부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과징금 부과처분 취소소송 상고심에서 파기환송 판결을 내리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관련 기사 : '고무줄 병원비', 대법원 심판대에 올랐다 , 그 백혈병 환자는 왜 진료비 1900만원을 더 내야 했나?)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임의로 비급여 진료행위를 했더라도 이를 △건강보험의 틀에 넣을 절차가 마련돼 있지 않거나 △치료의 시급성 및 의학적 안전성, 유효성을 갖췄고 △환자에게 충분히 설명해 동의를 받았다면 부당한 방법을 썼다고 볼 수 없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다만 의료기관은 임의로 비급여 진료행위를 하고 그 비용을 환자에게 부담시키더라도 부당하다고 볼 수 없는 사정을 입증해야 할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대법원 판결이 확정되자 보건복지부는 이날 긴급브리핑을 열고 "대법원은 이번 판결을 통해 원칙적으로 임의 비급여는 불법이라는 점을 명확히 했다"며 "예외적으로 임의 비급여를 허용하더라도 입증책임을 복지부가 아닌 의료기관이 갖도록 함으로써 정부의 부담을 덜어줬다"고 해석했다.
앞서 지난 2월 공개변론에서 복지부와 공단은 "약제에 대해서는 의학적 '임의 비급여'를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급여로 바꿀 수 있는 절차가 이미 마련돼 있다"며 "안전성이 확보되지 않은 의료서비스가 횡행하는 것을 막고 신의료, 약제 연구비용을 환자에게 전가시키는 것을 막기 위해 임의 비급여는 허용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반면 여의도성모병원은 "의사는 양심과 전문적 판단에 따라 환자에게 최선의 진료를 제공할 의무가 있는 만큼 법정기준에 포함되지 않았다고 진료를 포기한다면 의사의 의무를 저버리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번 사건은 지난 2006년 여의도성모병원에서 백혈병 환자와 유족 등 200여 명이 "건강보험으로 치료할 수 있는 진료가 비급여로 부당하게 청구됐다"며 보건복지부와 국민건강보험공단 등에 집단 민원을 제기하면서 벌어졌다.
당시 보건복지부는 현지조사 결과 부당하게 진료비를 징수했다며 여의도성모병원에 과징금 96억 원 처분을 내렸고, 건강보험공단에 19억 원을 환수하라고 지시했다. 이에 여의도성모병원은 "임의 비급여로 과징금을 부과한 것은 부당하다"며 행정 소송을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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