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은 줄이고 지출을 뻥튀기해 등록금을 인상시켜 온 서울의 주요 사립대들의 행태가 여전한 것으로 드러났다. 뻥튀기 예산을 고려하면, 등록금의 20%는 거품이었다는 지적이다.
18일 한국대학교육연구소가 서울 소재 주요 사립대학의 지난해 예산과 결산을 분석해 발표한 자료를 보면, 이화여대, 고려대, 연세대, 성균관대(예산 왜곡 순) 등 상당수 대학이 지난해 수입 5716억 원을 사실보다 축소하고, 지출은 실제보다 1721억 원을 과다계상했다.
조사 대상 대학은 학생 수가 많은 상위 20개 대학이다. 이 조사는 이들 대학이 지난해 발표한 예산서와 지난 5월 31일 공개한 결산서의 비교작업을 통해 이뤄졌다.
예산 왜곡으로 등록금 20% '거품'
즉 20개 대학의 예산 왜곡액수가 지난해 등록금총액 3조7274억 원의 20%에 달하는 7437억 원에 달한다는 뜻이다. 예산편성이 합리적으로만 이뤄졌다면 등록금의 20%는 징수할 필요가 없었던 셈이며, 인상하지 않아도 될 등록금이 학생의 부담으로 전가된 것이다.
이와 같은 예산 왜곡, 즉 수입 축소와 지출 과다를 가장 큰 규모로 행한 대학은 이화여대로, 예산 왜곡 규모는 1590억 원에 달했다.
이화여대는 당초 예산서에는 3629억 원의 예상 수입을 발표했으나 결산 결과 실제 수입액은 4998억 원에 달해 예산 축소 규모가 1368억 원이었다. 반면 지출은 예산과 결산 내역이 각각 3135억 원, 2913억 원으로 그 차이가 222억 원이었다.
이어 고려대(692억 원), 연세대(612억 원), 성균관대(535억 원), 홍익대(523억 원)도 예산 왜곡을 큰 규모로 자행했다.
이들 대학은 이렇게 발생한 차액 상당부분을 적립금을 쌓는데 썼다. 정부가 등록금 인상을 억제토록 하자 상당수 사립대가 재정난을 호소했으나, 실제로는 적립금을 늘리거나 자산을 오히려 확대한 것이다.
조사 대상 20개 대학 중 15개 대학이 2010년에 비해 지난해 적립금 규모를 늘렸다. 증가 규모가 가장 큰 대학은 성균관대로, 2010년에 비해 지난해 450억 원의 적립금을 더 쌓았다. 이어 홍익대, 이화여대, 한양대가 각각 323억 원, 280억 원, 270억 원의 적립금을 늘렸다.
땅을 사거나 건물을 새로 올리는 등 자산을 늘린 대학도 상당수였다. 연세대는 2010년에 비해 자산적지출 310억 원이 늘어났고, 동국대, 홍익대, 숭실대도 각각 자산적지출을 293억 원, 178억 원, 153억 원 늘렸다.
적립금 쌓고 연구비는 줄여
반면 상당수대학은 오히려 교육여건 개선 투자에는 인색했다. 땅을 사거나 현금을 쌓아놓는데는 적극적이었던 대학이, 정작 본연의 업무인 연구 투자에는 소홀했던 셈이다.
적립금과 자산확대 규모를 늘렸던 홍익대는 지난해 교원1인당 연구비를 2010년에 비해 21만5000원 줄였고 학생1인당 기계기구매입비도 5만2000원 축소시켰다. 한양대는 학생1인당 기계기구매입비를 16만5000원 삭감했고 연세대 역시 8000원 줄였다. 이들 대학은 모두 적립금 규모를 지난해 늘렸다.
대학들이 이처럼 오랜 기간 문제돼 왔던 적립금 쌓기에 집중하고 있었으나, 내부 감시 장치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이와 관련, 사립학교법에 따라 사립대학들은 법인에 소속된 감사의 내부감사를 받은 후 결과를 공개해야 하며, 특히 입학정원이 1000명 이상인 대학은 외부 공인회계사나 회계법인의 감사를 받아야 한다.
그러나 20개 대학 중 내부감사 결과 예산 왜곡이 적발된 대학은 단 한 곳도 없었으며, 감사보고서에 지적사항이 있는 대학은 5개 학교에 불과했다. 외부감사 역시 제대로 작동하지 못해, 감사보고서에서 지적사항이 나온 대학은 단 한 곳이었다. 외부감사 결과 역시 예산 왜곡이 적발된 대학은 없었다.
이은희 한국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은 "예산 편성 당시는 10으로 잡은 예산을 실제로는 9만 편성하고, 예상 지출내역서는 9로 편성한 후 8만 쓰는 방식으로 각 대학이 예산을 운용했다"며 "이에 따라 발생한 차액 상당수를 각 대학이 적립금으로 쌓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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