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이명박 정부가 추진한 '수서발 KTX의 민영화'와 서울시 산하 '서울메트로 9호선 요금인상 논란'이 사회적 쟁점이 되고 있다. 9호선 요금인상 논란도 공공재인 지하철(도시철도)를 민자 유치로 건설하고 민간기업에게 운영을 맡겨서 발생한 문제라는 점에서 결국 민영화, 민자사업의 문제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폭발성이 큰 두 가지 사안에 묻혀서 쟁점이 안 되고 있지만 그에 못지않은 또 다른 현안이 있다. 우리가 지하철과 버스 심지어는 택시를 이용할 때 사용하는 T-money 카드가 바로 그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서울시장으로 재임하던 시절에 추진한 신 교통카드 카드구축 사업을 통해서 등장한 T-money 카드는 서울메트로 9호선과 유사한 문제-친인척이 연관된 특정기업에 대한 특혜, 이용자 및 운영자(지방자치단체와 공사)의 재정적 손실초래 등의 문제를 안고 있다는 점에서 결코 가볍게 볼 사안이 아니다.
▲ 지난 5월 1일 지하철 9호선 2대 주주인 맥쿼리한국인프라의 특혜 의혹에 대해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시민단체 회원들. ⓒ뉴시스 |
이명박 전 서울시장, 민자유치 신교통카드 시스템 구축
국내에서 사용되고 있는 교통카드는 크게 한국스마트카드(주)(T-money)나 서울버스운송사업조합(U-pass)에서 발행하는 선불카드와 각종 카드회사에서 발급하는 신용카드인 후불카드로 나뉜다. 현재 전국적으로 유통되는 교통카드는 후불카드가 60%, 선불카드가 40%정도 된다고 한다. 선불카드 중에서는 한국스마트카드(주)가 발급하는 T-money가 53%를 점유(수도권에서는 약 80%에 가까운 수준)하고 있어 시장 독점적 지위를 가지고 있다. 현재 선불교통카드는 지역별로 발급자가 다른데 국토해양부에서 2013년부터 교통카드의 전국호환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이용자의 편의성이 높아지는 것은 물론 부가기능이 확장되면서 선불교통카드의 부가가치는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런데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에서 선불교통카드가 본격적으로 도입되기 시작한 것은 2004년 7월 1일 실시된 서울시의 대중교통체계 개편에서 비롯된 것이다. 당시 서울시장으로 재직하던 이명박 대통령은 버스 중앙차선제 및 통합환승요금제 도입 등 전면적인 서울시 대중교통체계 개편을 실시하였고 동시에 민자유치 방식으로 신교통카드 시스템 구축사업을 추진하였다. 문제는 바로 신교통카드 시스템을 구축하면서 도입한 선불교통카드, T-money 카드가 여러 가지 문제를 안고 있다는 점이다. 관련해서 제기되는 의혹과 문제점을 세부적으로 살펴보기로 하자.
첫 번째 문제는 사업자 선정 의혹이다. 2003년 9월 17일 LG CNS 컨소시엄이 서울시에 의해서 신교통카드 구축사업자로 선정되었고, 이후 LG CNS는 한국스마트카드(주)를 설립해서 대주주가 되었다(2010년 7월 1일 기준으로 LG CNS는 지분 31.85%로 사실상 지배주주 역할을 하고 있음). 그러나 MB친인척(LG그룹 3세인 구본천 LB인베스트먼트 대표는 이 대통령 친형인 이상득 의원의 사위) 관련설이 언론을 통해 터져 나왔고 이후 진행되는 각종 사업에서도 번번이 특혜의혹이 제기되었다. 그리고 이런 논란은 비슷한 시기에 추진된 서울메트로 9호선의 계약과정과 유사한 행태를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충전선수금과 그 이자 역시 중요한 문제다. 2010년까지 한국스마트카드(주)와 서울버스운송사업조합이 판매한 선불교통카드의 충전선수금(미상환금액=충전금액-지급액) 누적액이 1654억 원에 달하고 누적이자도 83억 원이나 발생했다.
그런데 교통카드 사업계약이 만료될 경우 충전선수금과 그 이자에 대한 소유권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 감사원에 의해 지적되었다. 문제가 불거지자 서울시와 한국스마트카드(주)에서는 마지못해서 누적이자 환원계획을 수립하였지만, 충전선수금 소유권문제에 대해서는 이렇다 할 언급이 없는 상황이다. 게다가 버스운송사업조합의 경우에는 충전선수금으로 퇴출버스업체의 대출금을 갚는 등 정관을 위배하고 임의로 사용한 사례가 보고되었다.
지하철에서 사용되는 1회용 RF카드의 발급비용 문제도 있다. 지하철 운영기관은 1회용 RF카드를 초기에는 개당 대략 770원에 구입했다고 한다.(지금은 640원 수준으로 낮아짐) 그런데 운영기관은 이용자에게 1회용 RF카드 보증금을 500원으로 책정하기 때문에 카드이용자가 분실할 경우 이용자도 500원의 손실을 보지만 운영기관 역시 270원의 손실을 입었다. 게다가 미회수된 카드를 보충해야 하기 때문에 그에 따른 비용을 고스란히 지하철 운영사가 물어야 한다.
1회용 RF카드를 도입하면서 필요한 시스템(판매기, 환불기 등) 구축과정에도 문제가 있었다. 약 700억 원이 소요된 1회용 RF카드 시스템 구축을 지하철 운영기관인 서울메트로와 서울도시철도공사는 공개입찰이 아닌 수의계약으로 진행하였다. 그 결과 사업자는 한국스마트카드(주)가 선정되었고 사업시행은 한국스마트카드(주)의 주주로 참여하는 에이텍(주)에서 담당하였다. 수백원대 사업을 공기업이 공개입찰이 아니 수의계약으로 진행했다는 점은 심각한 문제다.
▲ 900원에서 1050원으로 인상된 지하철과 버스 요금. ⓒ연합뉴스 |
결정적으로 불공정 계약의 문제가 있다. 2004년도에 서울시가 관리하는 서울메트로 및 서울도시철도공사가 체결한 계약서를 중앙정부가 관리하는 철도공사가 한국스마트카드(주)와 체결한 계약서와 비교해보면 얼마나 불공정한 계약인지 확인된다. 동시에 서울시 측에서 한국스마트카드(주)에 얼마나 큰 특혜를 주고 있었는지도 알 수 있다.
서울메트로 및 서울도시철도공사가 한국스마트카드(주)와 체결한 신교통카드 시스템 구축 및 운영을 위한 계약서(2004.1.13)에 따르면 '계약만료 2개월 전까지 상호협의하여 재계약을 체결'하기로 하되, '재계약이 합의 안 될 경우 서울시의 결정'에 따르기로 되어 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막대한 시스템 구축비용과 6개월 정도가 소요되는 인수기간을 고려하면 계약만료 2개월 전에는 사실상 계약을 파기하기 어렵다. 이러한 점에서 해당 계약서는 한국스마트카드(주)의 영구적인 운영권을 보장하는 것이나 다를 바 없다.
반면에 철도공사의 계약서에는 그러한 조항이 없다. 또한 서울시 운영기관은 소유권만 갖게 되어 있으나 철도공사는 소유권 외에 지적재산권도 가지도록 되어 있다. 게다가 철도공사는 한국스마트카드(주)가 설치한 시스템의 소스코드까지 보유할 수 있도록 되어 있어 문제발생시 한국스마트카드(주)로부터 독립할 수 있는 여지를 만들어 두고 있다.
대중교통 수단인 지하철(도시철도)과 마찬가지로 교통카드 역시 공공적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는 점에서 공공재라고 할 수 있다. 교통카드는 개인의 이동정보를 고스란히 확인할 수 있고, 이동정보는 상업적 측면에서도 중요한 정보자원이 될 수 있다. 때문에 이러한 공공재는 공공적으로 관리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윤동기에 의해 움직이는 민간자본에 의해서 공공재가 관리 운영될 경우 그 폐해는 상상 이상으로 심각하다. 서울메트로 9호선의 요금폭등 논란은 그러한 우려가 단순한 우려가 아니라는 점을 증명하고 있다.
다행스럽게도 한국스마트카드(주)와 체결된 불공정 계약이 2012년 12월31일자로 종료된다. 그리고 서울시가 한국스마트카드(주)의 지분을 35% 가지고 있는 1대주주라는 점을 고려하면 교통카드에 대한 공공적 관리운영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불가능하지 않다. 기술적인 측면에서도 대략 5~6개월 정도의 준비기간이 주어지면 현재의 교통카드 시스템을 그대로 인수하여 운영할 수 있다는 현장 실무자들의 의견이 나오고 있다. 이미 서울시의회 교통위원회도 지난해 8월 '서울시 교통카드 업무의 공공성 강화를 위한 정책토론회'를 개최하여 교통카드 업무의 공공성을 고려할 때 공영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결론을 내린 바 있으며, 관련 조례도 제출되어 있다. 그리고 최근에 인천시에서도 이러한 문제점을 인식하고 교통카드의 공영화를 추진하고 있다는 언론보도가 있었다.
9호선 요금폭등 논란을 계기로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추진한 민자사업이 온갖 비리의 온상이고 동시에 엄청난 시민혈세 낭비를 초래하고 있다는 것이 드러나는 시점에서 서울시 교통카드의 문제도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되는 중요한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서울메트로 9호선과 동일하게 서울시 교통카드의 공영화 논의도 함께 진행될 필요가 여기에 있다. (2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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