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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는 대통령이 될 자격이 있는가?

[이태경의 고공비행] 18대 대통령에게 요구되는 덕목들

안철수 원장이 부산대 강연에서 '복지.정의.평화'를 시대적 비전으로 제시한 걸 두고 많은 사람들이 대선 출마 선언으로 해석하는 모양이다. 그런 해석이 터무니 없는 것은 아니다. 발언과 행보를 볼 때 안 원장은 여러 가지 가능성을 열어둔 채 대선 출마쪽으로 차츰 다가가는 형국이니 말이다. 당선 가능성 차원에서 볼 때 가장 중요한 지지율만 보면 안 원장이 대통령 꿈을 꾸지 않는 게 이상할 지경이다. 철의 여인 박근혜에 맞서 백중세의 싸움을 할 수 있는 사람이 현재로서는 안 원장 이외에는 아무도 없다. 하지만 안 원장이 18대 대통령에 당선될 가능성이 높은 것과 18대 대통령에 적임인가는 다른 영역이며 구분되어야 한다.

중요하지 않은 대통령 선거가 없었겠지만, 연말에 치러질 대선은 정치적 민주화-그 마저 이명박 정부 들어 철저히 형해화됐다-는 담보했지만 경제 민주화에는 실패했다고 평가되는 이른바 '87년 체제'를 발전적으로 지양하고 통일한국의 초석을 놓는 정초선거(定礎選擧)가 되어야 한다. 안 원장이 설사 박근혜를 물리치고 대통령이 된다한들 정초선거에 값하는 대통령이 될지는 아직 미지수다.

익히 알다시피 대한민국의 대통령은 행정부의 수반이고 국가 원수이다. 물론 민주화 이후 사회가 다원화되고 권력이 분권화되었기 때문에 과거의 이승만이나 박정희 같은 제왕적 권력을 가지고 있지는 못하지만 여전히 대통령의 권한은 막강하다. 대한민국의 최고 지도자라 할 대통령이 무슨 가치관을 가지고 있고 어떤 국가 모델을 지향하느냐, 어떤 원리와 질서로 주조되는 공동체를 꿈꾸느냐, 그가 가진 식견과 판단력이 얼마나 탁월하냐, 자신이 지닌 철학과 이상을 정책과 법률로 만들어내고 국민들을 설득할 수 있는 의지와 능력을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 대한민국의 앞날은 크게 영향을 받을 것이다.

안 원장은 어떠한가? 안 원장이 지향하는 국가와 공동체의 비전은 명확하며 올바른가? 안 원장은 국민들을 공익을 매개로 결집시킬 능력, 국민들과 소통하고 정치적 반대자들을 설득할 능력을 지니고 있는가? 안 원장은 대한민국이 처한 현실을 정확히 꿰뚫고 있으며 대한민국이 직면한 문제들을 해소시켜나갈 청사진과 정책 패키지를 가지고 있는가?

안 원장에게 던진 질문들이 지나치게 추상적이라면 질문의 내용과 형식을 바꾸어도 좋다. 18대 대통령이 반드시 지녀야 할 덕목으로 말이다. 대한민국의 18대 대통령은 적어도 네 가지 덕목들을 꼭 가지고 있어야 한다.

첫째, 훌륭한 인품이다. 여기서 훌륭한 인품이란 진실성, 정직, 청렴함, 책임감, 겸손함, 포용력, 소통능력, 판단력, 결단력 등을 아우르는 개념이다. 진실성과 정직, 청렴함, 책임감은 국가 최고 지도자가 반드시 지녀야 할 덕목이다. 진실하지 않고 부정직하며 책임감이 없고 청렴하지 못한 대통령이 국민들로부터 존경을 받고 국민들의 힘을 하나로 모은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또한 겸손함과 포용력 그리고 소통능력은 계층, 지역, 이념, 세대 간 대립과 갈등이 매우 격렬한 한국사회를 통합하기 위해 대통령이 꼭 갖춰야 할 조건이다. 아울러 국내·외에 산적한 현안들을 적절히 처리하기 위해서는 대통령에게 고도의 판단력과 단호한 결단력이 필수적이다. 위에서 열거한 것 가운데 어느 것 하나 갖추지 못한 대통령이 대한민국 국민들을 얼마나 병들게 만들고 나라의 격을 떨어뜨리는지 대한민국 국민들은 똑똑히 보고 있다.

둘째, 제대로 된 국가발전전략이다. 여기서 말하는 국가발전전략이란 절차적 및 실질적 민주주의의 심화 발전, 공정하고 효율적이며 지속가능한 시장경제 모델의 발굴, 인간적 존엄을 유지할 수 있는 복지제도의 구축 등을 포괄한다. 특히 차기 대통령은 현재 한국사회의 최대 회두라 할 수 있는 양극화 해소 프로그램을 명확히 가지고 있어야 할 것이다. 재벌과 중소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 서울과 지방, 도시와 농촌 등이 양극화 해소 대상이 됨은 물론이다.

셋째, 통일한국에 대한 비전이다. 차기 대한민국호의 선장이 될 대통령은 통일한국에 대한 분명한 비전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다음 대통령은 북한을 정상국가로 유도할 전략, 통일의 방식과 통일 후 남북이 지향해야 할 정치·경제 모델에 대한 명쾌한 로드맵을 가지고 있어야 할 것이다. 물론 북한 체제가 중국식 발전 경로를 따라 건재할지 아니면 멀지 않은 장래에 큰 위기에 봉착할지 알 수 없는 일이기에, 차기 대통령은 발생 가능한 모든 상황을 염두에 두고 이에 상응하는 준비도 해야 할 것이다.

넷째, 세계정세를 꿰뚫을 수 있는 눈(眼)이다. 지금 세계는 무섭게 빠른 속도로 변하고 있다. 이미 팍스 아메리카나(pax Americana)의 시대가 저물고 있다는 징후가 도처에서 발견되고 중국의 급부상이 눈에 띈다. 아울러 신자유주의의 몰락에 따른 전 세계적 경제불황이 엄습하는 중이다. 다음 대통령은 이런 혼돈과 급변의 시대를 잘 헤쳐갈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

안 원장은 이 네 가지 덕목 가운데 어떤 것들을 가지고 있고 어떤 것들은 가지고 있지 못한가? 안 원장이 이 네 가지 덕목들을 거의 혹은 모두 지니고 있다면 안 원장은 대한민국 18대 대통령이 될 자격이 충분하다. 만약 안 원장이 네 가지 덕목들 가운데 가진 것이 전혀 혹은 거의 없다면 차기를 기약하는 것이 안 원장과 대한민국 모두를 위한 길일 것이다. 판단과 선택은 안 원장의 몫이다.

▲ 안철수 원장.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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