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구 덕수궁 대한문 앞에 설치된 쌍용자동차 정리해고 희생자 22명의 분향소가 24일 경찰에 의해 강제 철거됐다. 진압과정에서 경찰이 소화기를 뿌리는 등 마찰이 빚어졌고, 22명의 얼굴 없는 영정사진은 쓰레기차에 버려졌다.
남대문경찰서와 중구청은 24일 오전 9시30분부터 1시간 동안 쌍용차 분향소에 철거 작업을 단행했다. 분향소를 지키고 있던 노동자들이 항의하자 경찰 수십 명이 소화기를 난사했고 소화기 분말을 뒤집어 쓴 노동자들을 경찰 차량에 격리했다.
경찰이 10시20분께 진압을 마치자 중구청 마크가 찍힌 쓰레기차량이 출동해 22명의 영정사진과 천막, 앰프 등을 실어갔다. 이 과정에서 김정우 금속노조 쌍용차지부장이 경찰에 연행됐으나 오후 1시께 다시 풀려났다.
분향소 철거에 대해 쌍용차 범국민대책위원회는 "집회신고를 합법적으로 마쳤고 집회용품으로 텐트까지 신고한 상황에서 경찰이 신고한 물품까지 침탈했다"며 반발했다.
김태연 쌍용차 범국민대책위원회 상황실장은 "구청에서 텐트를 철거하려면 계고장을 발부해야하지만, 경찰은 긴급 상황에서는 (절차를 지키지 않고도) 행정집행을 할 수 있다며 무차별적으로 난입했다"고 비판했다.
김 상황실장은 "합법적으로 신고까지 마친 상황에서 분향소를 지키던 사람들은 왜 지금이 긴급 상황이냐고 따져 물었지만 경찰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쌍용차 노동자들은 지난 4월 22번째 사망자가 발생하면서 대한문 한 구석에서 49일째 텐트 농성을 진행해오고 있었다.
이에 쌍용차 범국민대책위원회는 1시에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분향소 물품들을 쓰레기 청소차에 쓸어 담아갔는데, 노동자의 죽음을 추모하는 분향소에 담긴 마음들이 쓰레기란 말인가"라며 "경찰과 구청, 이명박 정부가 시민들의 추모 분향마저 짓밟은 반인륜적인 작태를 벌였다"고 맹비난했다.
김 상황실장은 "분향소는 22명의 죽은 영혼을 위로하기 위해 만들어진 만큼 관혼상제의 한 부분이자 사회적 죽음에 대해 추모가 이어지는 곳"이라며 "경찰이 절차를 지키지 않고 침탈한 것은 사태를 악화시키는 결과만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현재 쌍용차지부 조합원과 시민 100여 명은 서울 대한문 앞에서 규탄 집회를 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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