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상 공영방송사 사장이 특정인에게 특혜를 준 것으로 모자라 부동산 투기까지 했다는 주장이어서 여태껏 MBC 노조가 제기한 의혹과 그 무게가 다르다. 김 사장이 J씨와 사적 이익까지 함께 추구했다고 MBC 노조는 지적했다.
"김재철, J씨와 오송에 부동산 투기"
22일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본부장 정영하)는 기자회견을 열어 김 사장이 J씨와 함께 부동산 투기에 관여했다고 밝혔다. 이날 기자회견은 전날 노조 집행부에 대한 구속영장이 전원 기각된 후 곧바로 이뤄졌다. 세부 내용을 보면 두 사람의 관계가 단순한 친분 이상을 넘어섰으리라는 추정이 가능하다.
노조에 따르면 지난 2007년 12월 26일과 28일, 당시 울산MBC 사장이던 김 사장과 J씨는 함께 충북 오송신도시를 방문해 막 분양이 끝난 '호반베르디움' 아파트의 분양권 2개를 약 1000만 원의 웃돈을 들여 이른바 '딱지'로 사들였다. 또 2009년에는 호반베르디움에서 300여 미터 떨어진 '모아미래도' 501동에서도 한 채를 구입했다.
호반베르디움은 오송신도시에서 최고급 아파트 단지로 꼽혔다. 이들이 구입한 아파트는 602동과 601동에 위치한 30평형대다. 602동은 김 사장 명의며, 601동이 J씨 명의다.
그런데 두 아파트 구입 자금은 모두 J씨 통장에서 나왔다. 이와 관련, 당시 거래에 관여한 관계자는 "J씨가 1가구 다주택자 중과세 문제로 하나는 제3자의 명의를 빌려 분양권 2개를 모두 사려 했지만 명의를 못 구해 난처해했다"며 "그러자 김재철 사장이 선뜻 '한 채는 내 이름으로 사자'고 했다"고 증언했다.
김 사장 소유 602동 아파트의 실소유주와 명의가 다르다는 주장이 사실이라면, 이는 부동산실명제법 위반으로 5년 이하의 징역형에 해당한다.
노조가 두 사람의 아파트 구입을 부동산 투기로 의심하는 정황은 투자 시기와 구입 이후 둘의 행동에서 간접 유추된다.
당시 오송신도시는 KTX 역사 개통, 첨단의료복합단지 등 호재가 맞물렸고, 세종신도시 개발 붐에서도 간접 영향을 받았다. 두 사람이 구입한 아파트 3채는 모두 KTX 역사에서 1킬로미터가량 떨어진 초역세권이다. 그리고 두 사람은 이 아파트를 소유한 후 거주한 적이 없다.
특히 이들이 아파트를 구입한 시기가 미묘하다는 지적이다. 오송은 2004년부터 투기지구로 묶여있었으나, 이들이 분양권을 구입하기 석 달 전인 2007년 9월 투기지구 지정에서 해제됐다. 이에 따라 분양권 미등기 전매가 가능해졌다.
실제 이들은 분양권 딱지를 구입한 2년여 후인 지난 2010년, 시세차익을 노리고 미등기 상태로 전매를 시도하기도 했다. 미등기 상태에서 시세차익만 얻은 후 곧바로 되파는 행위로, 전형적인 단타성 부동산 투기다. 그러나 당시 국제금융위기가 터지면서 부동산 경기가 침체해 이들은 아파트를 판매하는 데는 실패했고, 이후 이 아파트를 전세로 내놨다.
모아미래도를 구입한 2009년 역시 오송에는 개발호재가 터졌다. 이 아파트 구입으로부터 두 달 뒤인 2009년 8월, 오송은 대구 신서지역과 함께 첨단복합단지로 선정됐다. 이 호재에 따라 당시 전국적인 부동산 침체에도 불구, 오송에서는 미분양 물량이 대거 소진됐다. 이 역시 개발호재를 노린 전형적 투기라는 게 노조의 주장이다.
아파트 구입자금, 어디서 나왔나
▲김재철 MBC 사장. ⓒ연합 |
호반베르디움에 아파트를 구입한 직후 당시 김 사장은 울산에서 청주MBC 사장으로 자리를 옮겼고, 이때는 J씨 출연료가 갑자기 뛰던 시기다. 이전 수백만 원을 개인 출연료로 지급받던 J씨는 2008년 '국궁페스티벌'에서 5000만 원, 2009년 '증평 인삼 페스티벌'에서 3000만 원을 받았다.
특히 호반베르디움 입주 한 달여를 앞둔 2010년 7월, J씨는 김 사장이 직접 기획하고 J씨 출연을 지시했던 안동MBC의 국악공연 '월하청풍'에 출연해 5500만 원의 출연료를 받았다. 김 사장이 서울 MBC 본사 사장으로 취임한 후 그의 몸값은 더 뛰었다.
노조는 J씨의 MBC 행사 출연이 잔금 지급일 직전에 더 잦아졌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같은해 10월 J씨는 'G20 성공기원 국궁페스티벌'에 출연해 1억3000만 원을 받았고, 11월엔 '어머니, 오마니' 앵콜공연에 출연했다. 12월엔 여수MBC 행사에서 6300만 원을 받기도 했다.
모아미래도 아파트 입주기간인 2011년 3월에도 '최승희에서 J까지'라는 J씨 개인 공연에 MBC 본사가 6300만 원을 후원했다. 이 공연 팸플릿에 김 사장은 직접 축사까지 썼다. 2007년 말부터 2011년 5월까지 MBC가 J씨에게 지급한 출연료 합계액은 5억7000만 원에 달한다. 이 기간 이후에도 J씨는 15억 원가량을 더 벌었다.
노조는 "출연료로 건너간 20억 원이 단순히 J씨 혼자만의 돈은 아닐 거란 의심을 할 수밖에 없게 됐다"며 "김 사장은 오송 아파트 3채를 구매하는데 든 거액의 출처와 계좌 거래 내역을 즉시 공개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즉 J씨에게 지급된 출연료가 김 사장 주장대로 단순히 J씨가 유명 국악인이어서가 아니라, 김 사장과 J씨의 부동산 투기 자금 아니었느냐는 얘기다.
한편 노조의 이와 같은 주장에 대해 MBC 홍보 관계자는 "아직 정확한 내용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자세한 내용을 확인 중"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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