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현지시간) <가디언>에 따르면 개표가 거의 끝난 상황에서 니콜치는 타디치를 2~3% 차이로 따돌리고 당선을 확정지었다.
과거 장례업체를 운영해 '장의사'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는 니콜치는 1990년대 유고 내전에서 저지른 전쟁범죄로 현재 국제유고전범재판소(ICTY)에 구금된 보이슬라브 세셀리의 세르비아 급진당(SRS)에서 입지를 다졌다. 알바니아계 코소보 주민을 '인종청소'했던 슬로보단 밀로셰비치 대통령 시절에는 부총리를 역임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이후 세르비아 급진당을 나와 진보당을 창당해 중도우파 노선으로 옮겨가고 세르비아의 EU 가입도 지지하는 등 이미지 변신을 시도했다. 하지만 <가디언>은 니콜치와 그의 지지자들이 여전히 유럽에 보다 비판적이고 러시아에 열린 태도를 지니고 있다고 전했다.
▲ 20일(현지시간) 세르비아 대선에서 당선된 토미슬라브 니콜치 후보(가운데). ⓒAP=연합뉴스 |
신문은 이번 대선 결과가 기존의 여론조사와 유럽의 기대에 반하는 동시에 세르비아 내부적으로도 정치적 혼란을 겪게 만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 6일 총선에서 동맹 관계를 맺고 있는 타디치의 민주당과 사회당이 원내 다수를 확보했기 때문이다.
세르비아 헌법에 따르면 원내 다수파가 총리를 선출할 수 있다. 타디치로서는 여전히 니콜치를 견제할 수 있는 기회가 남아 있는 셈이다. 하지만 타디치는 20일 밤 선거 결과를 수용하면서 이번 대선에서 보여준 민심은 자신이 총리가 될 수 없음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타디치가 패배하면서 올해 말부터 논의가 시작되리라 여겨졌던 세르비아의 EU 가입 문제도 전망이 불투명해질 것으로 보인다. 유럽은 2008년 독립을 선언한 코소보를 세르비아가 인정하길 바라지만 니콜치는 "세르비아는 EU의 길을 유지하는 동시에 코소보를 보호할 것"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 미 시카고에서 열린 나토(NATO) 정상회의에 참석 중인 유럽 정상들은 세르비아 대선 투표가 끝나기 3시간 전에 니콜치의 당선을 축하하는 성명을 내보냈다가 뒤늦게 취소하는 황당한 실수를 저지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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