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와 관련, MBC는 지난 12일부터 홈페이지와 TV 광고를 통해 "국내외 방송, 신문, 통신 등에서 해당분야 만 2년 이상 근무 경력 기자"를 모집키로 하고, 이들의 계약조건으로 '1년 근무(시용) 후 정규직 임용'을 제시했다.
시용이란 일종의 장기 인턴 형태로, 1년간 시험 삼아 채용(시용)한 후 사측이 정규직 전환 여부를 결정하는 고용 형태다. 이 기간 사측은 언제라도 계약을 종료할 수 있어 기존 MBC가 채용했던 1년 계약직 기자보다 처우가 떨어진다.
노조와 기자회 등은 이번 채용으로 뽑힌 이들이 사실상 사측의 명령을 따르는 '영혼 없는 기자'가 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16일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본부장 정영하)는 "사측의 관심은 이들의 계약 조건이나 근무 여건이 아니다. 목줄을 쥔 채 '말 잘 듣는 자', '영혼 없는 기자'를 양산하겠다는 것"이라며 "이번 채용 계획을 조직의 근간을 뿌리째 뽑을 수 있는 중대한 해사 행위'로 간주하고, 조만간 임원들을 만나 항의하는 등 시용 기자 채용 저지에 온 힘을 모으기로 결의했다"고 밝혔다.
기자들의 항의도 거세지고 있다. MBC 기자회는 이번 채용에 대해 "MBC 50년 역사상, 아니 대한민국 언론사상 듣지도, 보지도 못한 패악질"이라고 강조하고 "단 며칠 간의 수명연장을 위해 패악질을 일삼는 김재철 일당에게서 우리는 인면수심의 절정을 본다"고 밝혔다.
논설위원들까지 성명을 통해 사측이 이번 결정을 취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연재, 성경섭, 윤영욱, 임태성, 김상철, 홍순관, 김원태 논설위원은 이날(16일) 성명에서 "이 시점에서 1년 계약직도 아닌 사실상 정규직에 가까운 '시용 기자' 20여명을 뽑겠다는 것은 노조의 파업을 찬성하느냐, 반대하느냐를 넘어서는 본원적 문제라는 게 우리의 생각"이라며 "회사의 방침대로 이들 '시용 기자'들이 MBC에 들어온다면 보도 부문의 (파업 후) 새 출발은 출발부터 삐걱거리게 되고, 그 부작용은 몇 년, 아니 몇 십 년에 걸쳐 지속되는 그야말로 재앙에 가까운 사태를 예고하고 있다는 게 우리 생각"이라고 밝혔다.
나아가 MBC 기자회와 영상기자회는 공동으로 기자들은 이번 채용에 응시하려는 이들을 상대로 편지를 써, 마음을 바꿔줄 것을 강조하기도 했다.
기자회와 영상기자회는 "'시용'은 '수습'보다도 불안정한 고용 형태입니다. 시용 기간인 1년 이내에 언제든지 해고될 수 있습니다"며 "즉, 1년 동안은 고용을 보장받는 '1년 계약직 기자'보다도 못한 조건"이라고 강조했다.
또 "김재철에 복종하는 영혼 없는 로봇 기자를 뽑아, 자신을 보호할 방패막이로 쓰기 위한 불순한 시도로 밖에 볼 수 없는 부분"이라고 강조하고, 배현진 아나운서가 앵커 복귀 후 계약직 앵커가 잘린 현실을 적시하며 "그것이 바로 여러분의 미래가 될 수 있습니다"라고 밝혔다.
이들은 이어 "저희는 '시용 기자'를 동료로 인정할 수 없습니다"라며 "파업이 끝나고 업무에 복귀하면 정상적인 선후배 관계를 유지하는 것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합니다. 이런 상황에 부담을 느낀 임시직 기자 한 명은 최근 MBC를 떠났습니다"라고 전했다.
한편 이번 사측 결정에 반대하는 기자회와 영상기자회 소속 기자들은 이날(16일) 오후 5시 본사 보도국에서 시용기자 채용 반대 농성을 벌일 예정이다. 그러나 사측이 이 집회를 막기 위해 청원경찰을 동원, 5층 보도국으로 연결되는 모든 통로를 봉쇄할 것으로 알려졌다. 양측 충돌이 일어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MBC의 시용기자 모집 공고. ⓒMBC 채용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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