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현지시간)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한·중·일 정상이 채택한 공동선언문에서 북한 문제와 관련한 내용이 포함되지 않았다. 지난달 북한의 로켓 발사 이후 북한과 관련해 3국 사이의 온도차가 여전함을 보여주는 결과다.
이명박 대통령과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일본 총리가 이날 베이징에서 열린 제5차 한중일 정상회의 결과 채택한 공동선언문에는 △정치적 상호 신뢰 증진 △경제ㆍ통상 협력 심화 △지속가능한 개발 촉진 △사회적, 인적, 문화적 교류 확대 △지역적ㆍ국제적 문제에서 소통 및 공조 강화 등 50개 항이 담겼다.
공동선언문은 투자보장협정, 외환위기 방지를 위한 역내 금융협력 등 경제 분야에 대한 협력을 강조했지만 한반도 안보와 관련된 내용은 장시간의 논의 끝에 제외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김태효 청와대 대외전략기획관은 <연합뉴스> 등에 "북한의 도발에 대한 경고에 대해서는 우리와 크게 이견이 없다"면서 "다만 외교적인 민감성 때문에 3국 공동으로 발표하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전날인 13일 한중일 공동기자회견 내용에서 나온 발언의 온도차에서 보이듯 공동선언문의 내용은 북한 문제를 둘러싼 한·중·일의 이견이 좁혀지지 않았음을 시사한다.
13일 기자회견에서 이 대통령은 "나는 북한의 도발 억제를 위해선 보다 효과적인 방안을 새롭게 강구할 때가 됐다고 제시했다"며 "이를 위해서는 한·중·일 3국이 보다 긴밀히 협력할 것을 제안했다"고 밝혔다.
반면에 원 총리는 "냉전적 사고방식을 버리고 대화와 담판을 통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며 "지금 급선무는 한반도 긴장 예방이며 인내심을 갖고 선의를 보여야 하며 대화 협상의 올바른 궤도에 복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북한 문제에 대해 '새로운 방안'을 만들어야 한다고 밝힌 이 대통령과 달리 냉정과 자제를 촉구하던 기존의 입장을 고수한 것이다.
결국 공동선언문에 북한을 자극할 수 있는 내용이 빠진 것은 중국의 입장이 반영된 결과다. 여기에는 지난달 북한의 로켓 발사 이후 이 대통령이 '통중봉북'(通中封北)을 거론하는 등 발언의 수위를 높이자 보수 언론마저 나서 '북한을 자극하는 것을 넘어 중국의 입장까지 곤란하게 만든다'고 지적한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을 의식해 이번 정상회담 과정에서 한국 측이 무리한 요구를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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