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중국의 자동차 생산량과 판매량의 전년 대비 증가율이 0.8%, 2.5%에 그치면서 그 원인과 해법에 관한 논의가 한창 진행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제 중국 자동차 산업에서 고속 성장 시대는 끝났다'는 섣부른 예측마저 내놓고 있는데, 분명한 것은 자동차 산업 발전에 대한 중국 정부의 구상이나 목표가 과거와는 뭔가 달라졌다는 점이다. 즉 내수 진작을 위한 각종 우대정책들이 대폭 축소되거나 폐지되면서 구매심리가 크게 위축되었지만 중국 정부는 정책 변화 효과를 과소평가했거나, 아니면 그 효과를 예상했지만 의도적으로 그대로 놔두었던 것이다. 결국 중국 정부는 예나 지금이나 주요 산업의 발전 속도나 방향을 조정할 수 있는 제도적 수단을 가지고 있으며, 적어도 자동차 산업에서 그 영향력은 예상보다 크다는 점이 다시 한번 확인되었다. 무엇보다도 시장 형성과 발전, 그리고 시장 참여자들, 즉 소비자와 공급자의 활동을 촉진하거나 제한하는데 있어서 중국은 아직도 전환기 경제에 놓여 있으며, 따라서 제도적 측면에서 정부 역할에 대한 논의는 여전히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중국 자동차 산업에서 시장 형성과 정부 역할의 변화에 관한 논의는 크게 네 개 시기로 나누어 살펴볼 수 있다. 첫째는 1978년 개혁개방 정책이 실시되기 전까지로 중국에서 자동차는 일반 소비재라기보다 생산재, 자본재로서의 성격이 더 강했던 시기였다. 즉 중앙정부와 지방정부는 자동차 생산에 필요한 원자재의 '구입, 생산, 분배를 일괄적인 계획(统购统销制度)'에 따라 진행하였고 기업들도 할당 계획에 따른 자동차 생산 책임만 지면 그만이었다. 미진한 생산량으로 인해 자동차 수요자들도 생산 전에 거의 대부분 정해져 있었으며, 결과적으로 수요자와 공급자가 자율적으로 만나서 거래하는 시장은 애당초 존재하지 않았던 시기였다.
두 번째는 개혁개방 정책 이후부터 1990년대 초반까지로 자동차 산업 발전과 시장 형성에서 정부 주도 발전모델이 주효했던 시기이다. 시장 형성은 화물 트럭과 버스 등 상용차를 중심으로 진행되었고 생산계획 수립 과정에 대형 국유기업들의 의견이 반영되기 시작했다. 또한 일괄 분배와 더불어 자율 판매라는 개념이 형성되기 시작했으며 유통 구조도 다양화되었다. 1983년부터 중국 정부는 전체 생산량의 10%를 기업들이 자율적으로 판매할 수 있도록 하였는데 자율 판매 분량이 점차 커짐에 따라 국가 지도가격과 시장 가격이 함께 통용되는 '가격쌍괘제(价格双轨制)'가 실시되었다. 아울러 중국 정부는 1980년대 중반부터 상대적으로 낙후된 승용차 부문을 육성하기 위해 적극적인 외자유치 정책을 추진하였고, 이에 따라 다국적 기업과 국유기업간 전략적 제휴로 설립된 합작기업들이 산업 발전의 전면에 나서기 시작했다.
세 번째는 2000년대 중반까지로 승용차 시장 규모가 계속 커지면서 정부보다는 기업이,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합자기업들이 시장 형성과 산업 발전의 중심에 서는 시기이다. 합자기업의 지배구조는 다국적 기업과 대형 국유기업간 지분 비율, 50:50이 일반적이었고 이들 합자기업에 대한 중국 정부의 영향력은 예전보다 제한적일 수밖에 없었다. 더 나아가 중국의 WTO 가입으로 인해 시장 발전에서 정부 역할은 예전보다 줄어들었다. 1984년 폭스바겐을 필두로 1990년대 후반까지 GM, 포드, 현대, 도요타, 혼다, 닛산 등 세계적인 다국적기업들은 중국에 처음 진출하였거나 기존 사업을 더욱 확장하였다. 소득 수준의 향상으로 연해지역을 중심으로 '마이 카(my car)' 붐이 일어났고 잠재 소비자의 저변이 더욱 확대되면서 중국 기업들이 독자모델을 출시, 틈새시장에서 합자기업들과 경쟁하는 양상이 나타났다. 즉 시장에서 기업들의 영향력이 크게 확대되면서 정부 역할이 상대적으로 위축되었던 시기였다.
네 번째는 2000년대 중반 이후 국유기업 및 합자기업과 중국 정부가 서로 협력하면서 내수시장 발전을 선도하는 시기이다. 합자기업들은 중국 시장에서 신차와 최첨단 모델을 쏟아내기 시작했고 대형 국유기업들도 독자모델 개발에 적극 나서기 시작했다. 치루이나 지리, 비야디, 쟝화이(江淮), 창청(长城)자동차 등 기타 국유기업과 민영기업들도 경차와 소형차 위주의 틈새시장을 넘어, 중대형 세단과 SUV 등으로 독자모델 출시 영역을 꾸준히 확대하였다. 그런데 미국발 금융 위기 이후 중국 정부도 다른 나라들과 마찬가지로 자동차 산업에서 내수시장 위축을 방지하고 양적 성장에서 질적 성장으로 전환을 촉진하기 위해 독자모델 출시와 해외시장 진출 및 대체에너지 자동차 출시에 직간접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특히 최근 들어 대체에너지 자동차 상용화가 과연 언제쯤 본격적인 산업 패러다임의 변화로 이어질 것인지에 대해 각국 정부는 자국 기업들과 함께 고민하며 시장에 적극 개입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중국에서도 정부 주도에 의한 대체에너지 자동차 출시와 시장형성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는데, 이는 결국 자동차 산업에서 정부 역할의 재부상(再浮上)을 촉진시키고 있다.
다만 중국에서 정부 역할의 재부상은 과거와는 사뭇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공식적 제도 측면에서 중국 자동차 산업 발전의 가이드라인이 되었던 핵심 정책은 1994년 '자동차공업산업정책(汽车工业产业政策),' 2004년 '자동차산업발전정책(汽车产业发展政策)' 및 2009년 '자동차산업 조정 및 진흥규획(汽车产业调整和振兴规划)' 등 세 가지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수요조건, 생산 요소조건(공급조건), 산업구조(경쟁구조) 및 지원 산업(관련 산업) 등 4대 요인에서 핵심정책의 각 조항들이 어떤 요인에 중점을 두고 있는가를 살펴보면, 우선 1994년 '자동차공업산업정책'의 경우 산업구조에 관한 조항이 전체 조항의 39%를 차지, 가장 많았고 생산 요소조건 조항이 34%, 지원 산업 조항이 17%, 수요조건 조항이 11%로 가장 적었다. 즉 그 당시 중국 정부는 수요자보다는 산업구조나 완성차와 부품 공급자들에게 정책의 초점을 맞춘 것이다.
아울러 2004년 '자동차산업발전정책'에서도 산업구조 관련 조항이 전체 조항의 39%를 차지, 가장 많았고 생산 요소조건 조항이 31%였으며, 지원 산업과 수요조건 조항은 각각 15%에 그쳤다. 결국 1994년 정책과 2004년 정책에서 4대 요인별 조항 분포는 별 차이가 없었고, 이는 두 기간 동안에 중국 정부가 산업정책을 통해 달성하고자 했던 목표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뜻으로 볼 수 있다. 그런데 2009년 '자동차산업 조정 및 진흥규획'에서는 수요조건 조항이 32%를 차지, 가장 많았고 지원 산업 조항은 24%, 산업구조와 생산 요소조건 조항은 각각 17%로 나타났다. 산업정책의 초점이 수요조건과 지원 산업으로 이동하였고 나머지 두 요인들과 관련된 조항의 비중은 상대적으로 줄어든 것이다.
한편 2000년대 중반 이후 중국 정부가 수요조건, 요소조건, 산업구조, 지원 산업 등 4대 요인을 모두 포괄하는 정책보다는 각 요인별로 세분화된 정책 수립과 추진에 더욱 큰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것도 예전과 달라진 점이다. 이는 국내외 자동차 시장과 산업 환경이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고 있고 기업간 합종연횡과 부침(浮沈) 빈번히 발생하고 있어, 정책 효과가 오랜 시간에 걸쳐 광범위하게 나타나는 정책들이 점점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는 점과 관련이 깊다. 더 나아가 국제유가 상승과 대도시 혼잡비용 및 환경오염 문제로 인해, 양적 성장 위주의 정책들은 앞으로 대폭 수정되거나 폐기될 가능성이 높다. 반면 에너지 절감, 친환경, 대체에너지, 독자모델, 소비자 권익보호 등은 산업정책의 키워드(key word)로서 예전보다 더욱 중요하게 다루어질 것이다. 결국 중국 정부는 해외보다는 내수, 공급자보다는 수요자를 중심으로 새로운 산업발전 모델을 적극 모색하고 있으며, 그 과정에서 정부 역할의 재부상은 그 필요성과 유효성 여부를 떠나 더욱 탄력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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