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현지시간) 오후 미 주요 매체 홈페이지는 오바마 대통령의 '동성 결혼 합법화 지지' 발언을 일제히 대서특필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오후 3시 방영된 <ABC> 방송의 인터뷰에서 "동성 커플이 결혼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점을 밝히고 확인하는 것이 내게 중요하다고 결정했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관점이 지난 수년 간 바뀌었다면서 부분적으로는 자신의 게이 친구들의 의견, 부인인 미셸 오바마 및 딸들과의 대화가 변화의 이유가 됐다고 덧붙였다.
▲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AP=연합뉴스 |
오바마 대통령은 "시민 결합(civil marriage, 법으로 허용되진 않지만 실질적으로는 부부로 인정하는 개념)으로 충분할 것이라고 생각했기에 (동성 결론 합법화 지지를) 주저했다"며 "많은 이들에게 결혼이라는 단어가 매우 강력한 전통과 종교적 믿음을 환기시킨다는 사실에 민감했다"라고 그 동안의 고충을 털어놓았다.
하지만 그는 "게이나 레즈비언인 미국인들이 공정하고 평등하게 대우받아야 한다는 점에서 항상 단호했다"며 "우리가 근본적으로 생각해야 하는 것은 우리를 대신해 자신을 희생한 그리스도 뿐 아니라 다른 이들이 자신을 대하길 원하는 방식대로 다른 이를 대하라는 '황금 룰'(golden rule)"이라고 강조했다.
오바마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지난 6일 조 바이든 부통령이 동성 결혼 합법화에 찬성 의사를 밝힌 이후 대통령의 입장을 분명히 하라는 압력이 심해지면서 나온 대응으로 보인다. <뉴욕타임스>는 경기회복 둔화와 높은 실업률 속에서 그가 선거에 민감한 사회적 이슈를 끌어들여 공화당의 유력 대선주자이자 동성 결혼 반대론자인 밋 롬니와의 차별화를 분명히 했다고 전했다.
롬니는 이날 오바마의 발언이 나온 후 과거 대선 후보 시절 오바마가 동성 결혼 합법화에 반대 의견을 밝힌 점을 지적하면서 그의 '말뒤집기'를 비난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당선 이후에도 동성 결혼 합법화에 대해 명확히 찬반을 밝히지 않고 자신의 생각이 "진화하고 있다"라는 입장을 취해 온 바 있다.
신문은 또 동성애에 대한 반대여론이 강했던 고령 유권자 세대들이 이를 취향의 하나로 보는 젊은 유권자들로 대체되는 추세 속에서 동성 결혼에 대한 대중들의 지지가 상승하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오바마 대통령이 재선을 위해 승리가 필수적인 미 남부 지역에서는 여전히 동성애에 대한 반대 여론이 강해 선거를 의식한 발언이라는 해석에는 의문이 따른다. 여론 조사기관 퓨 리서치 센터에 따르면 '스윙 스테이트'(swing state, 대선 때 민주·공화당 지지가 바뀌는 주) 유권자들 중 동성 결혼을 지지하는 이들은 39~47%를 기록한 반면 반대 의사를 밝힌 이들은 48%였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격전지로 분류되는 주 중에 동성 결혼이 허용되는 곳은 아이오와와 뉴햄프셔 뿐이며 콜로라도, 위스콘신, 네바다 등 대다수는 금지하고 있다. 지난 8일에는 대표적인 스윙 스테이트인 노스캐롤라이나 주가 주민투표를 통해 동성결혼을 반대하는 주 헌법 개정안을 채택하기도 해 오바마 대통령이 이번 발언을 통해 오히려 표를 잃을 수도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반면 동성애 지지 단체들와 민주당 의원들이 "오바마의 발언은 후대에 칭송받을 것"이라고 환영하는 등 전통적 지지층의 기부금을 끌어오는 데에는 효과를 볼 것이라는 전망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그가 자신의 재선 가도의 장애물이 될 경제 문제에서 벗어나기 위해 동성 결혼 이슈를 끌어들였다는 비판도 제기하는 상황이다.
미국에서 동성 결혼 합법화는 각 주 정부의 재량에 맡겨져 있다. 현재까지 코네티컷, 아이오와, 매사추세츠, 뉴햄프셔, 뉴욕, 버몬트 6개 주와 수도인 워싱턴DC가 동성 결혼을 합법화했고, 워싱턴·메릴랜드주는 법이 통과됐지만 아직 발효되지 않았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