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안전과 광우병 위험 감시를 위한 국민행동'의 주최로 이날 오후 7시부터 청계광장에 모인 시민 5000여 명(경찰 추산 1500명)은 "정부가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즉각 중단하고 수입위생조건 재협상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프레시안(최형락) |
이날 행사는 2008년 촛불집회와 마찬가지로 일반 시민들이 무대에 올라 자유발언을 하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이 자리에서 시민들은 미국산 쇠고기가 안전하다는 말만 되풀이 하는 정부에 불신의 눈초리를 보냈다.
자유발언에 나선 이은선(49) 씨는 "정부는 광우병 소가 생기는 즉시 수입을 중단하겠다는 약속을 어겼고, 조사단을 파견했다면서 현지 농장에도 못 들어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씨는 "정부가 검사를 철저히 한다면서 검역 직원들이 쇠고기 냄새를 맡는 퍼포먼스를 벌이는 모습에 실소를 금할 수 없었다"고 덧붙였다.
4년 동안 아무것도 바뀌지 않았다며 울분을 토하는 시민도 있었다. 2살 난 자녀와 집회 현장을 찾은 안승혜(31) 씨는 "4년 전 촛불집회를 처음 시작한 때인 5월 3일 신혼여행에 갔었다"며 "집회 소식을 접하고 신혼여행에서 돌아오자마자 남편과 청계광장에 왔었는데, 결혼기념일을 하루 앞두고 또 오게 됐다"고 말했다.
안 씨는 "아이가 생긴 뒤로 광우병에 대한 걱정이 더 커졌다"며 "조미료, 라면 스프, 아이 과자에도 미국산 쇠고기가 들어있는지 소비자들이 일일이 가려낼 수 없는 만큼, 정부가 원천적으로 수입을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4년 동안 바뀌지 않은 것도 문제지만 미국에서 광우병 소가 생기자 말을 바꾸는 정부와 지도자들도 문제"라며 "지도자로서의 자격이 없다"고 덧붙였다.
고등학교 2학년인 안희준(18) 씨는 "언론은 공정해야 하고 국가는 국민에게 안전한 먹을거리를 보장해야 한다"면서 "그런데도 호의호식하며 큰 건물에 앉아서 골프만 치시는 분들을 위해 한마디만 하자. '병 걸렸어요?'"라고 말해 큰 호응을 얻었다. 안 씨는 "나는 앞으로 90년 동안 이 나라에서 살아야 한다"면서 "어른 여러분들이 우리 미래 세대를 위해서 앞으로 계속 집회에 참여해달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정치인과 시민·사회·노동계 인사들도 발언에 나섰다. 문성근 민주통합당 대표 직무대행은 "버시바우 주한 미국대사는 당시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를 만나 수입을 중단할 수는 없다고 했다"며 "그들은 이미 (수입 중단을 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그때부터 국민들에게 새빨간 거짓말을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동영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은 "FTA와 미국산 쇠고기는 한 몸"이라며 "FTA가 공공정책주권을 미친 소처럼 파괴할 것이기 때문에 우리는 반드시 다시 일어서서 FTA 전면 재협상의 길을 가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KBS 스페셜에서 '광우병 특집'을 다뤘던 이강택 언론노조위원장은 "정부는 이번 광우병 소는 젖소라서 안전하다고 거짓말을 한다"며 "이 거짓을 관변학자, 보수언론, 관료들이 말하고 이는 다시 KBS와 MBC의 썩은 기자들을 통해 전파된다"고 말했다. 그는 "언론이 장악되는 한 우리에게 진실은 없다"며 "반드시 이겨서 제대로 된 진실을 보도하고 여러분의 생명과 건강을 위협하지 않는 세상을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한편 경찰은 전·의경 51개 부대에서 4000여 명의 경찰병력을 집회 현장에 투입해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지만, 집회는 별다른 충돌 없이 오후 10시께 마무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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