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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가 못 쉬는 노동절, 양대 노총은 뭐 하나"

[윤효원의 '노동과 세계'] "법정공휴일 지정이 글로벌스탠다드"

<프레시안> 독자 여러분 어제 5월 1일 노동절 푹 쉬셨나요? 이렇게 쓰고 나니, 누구 염장 지를 일 있냐는 항의가 빗발칠 것 같다.

누구나 다 알고 있듯이 5월 1일은 노동절이다. 세계 모든 나라의 노동자들이 기념하는 날이고, 80개가 넘는 나라에서 국경일이나 공휴일로 지정해 놓고 있다. 네팔이나 방글라데시 같은 후진국에서부터 독일, 스웨덴 같은 선진국에 이르기까지 공휴일이다. 아시아를 보더라도 중국, 싱가포르, 대만, 태국, 필리핀 등에서 공휴일로 정해놓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반쪽짜리 휴일이다. '근로자의 날 제정에 관한 법률'에 따라 "근로기준법에 의한 유급휴일"로 지정하고 있을 뿐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 노동절은 근로기준법 적용 사업장에서 일하는 사람에만 적용되는 유급휴일일 뿐, 국민 누구나 쉴 수 있는 보편적인 공휴일이 아니다. 이렇다 보니, 같은 대한민국 국민이면서도 "근로자의 날 누구는 출근하고 누구는 쉬고" 하는 불평등한 일이 벌어져왔다.

노동자도 못 쉬는 '노동절'

노동계에서는 '노동절'로 부르고, 법으로는 '근로자의 날'로 부르는 5월 1일이라고 노동자들이 마음껏 쉴 수 것은 아니다. 노동조합이 있는 사업장이나 대기업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노동절에 쉴 가능성이 크지만, 노동조합이 없거나 중소기업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일하러 출근해야 하는 게 엄연한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우리나라 노동자는 1600만 명 정도다. 그 중 1000만 명 가까이가 종업원 30인 미만의 소기업에서 일한다. 이들 중 노동조합에 속한 사람은 40만 명도 채 안 된다. 300만 명 넘게 일하고 있는 5인 미만 사업장으로 범위를 좁혀 보면 사정은 더 열악하다. 노조원 수는 2만6천 명에 불과하다. 노동조합도 없고 기업 규모도 작으니 이들이 노동절에 쉬었을 확률은 거의 없다.

더군다나, 5인 미만 사업장에는 근로기준법의 조항들이 제대로 적용되지 않는다. 연장근로나 휴일근로에 대한 50% 가산임금은 그림의 떡이다. 남들은 휴일이라고 쉬는 날에 공장에 나가 일했음에도 임금은 평일치로 계산된다.

노조원이라고 다 쉴까

종업원 30인 이상 기업에서 일한 노동자들은 노동절에 쉬었을까? 공무원과 교사는 노동절이 법정공휴일이 아니라는 이유로 대부분 출근해야 했다. 일하러 간 공무원과 교사의 상당수는 노동조합원이다. 30인 이상 300명 이하 사업장에서 일하는 노동자 수는 500만 명에 달하지만, 노조원 수는 80만 명을 조금 넘는다. 평일에 비해 50% 가산임금을 받기는 하겠지만, 이들 중 상당수가 출근했을 것이다. 대기업에 다니더라도 모두 쉴 수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이런 저런 사정을 살피고 나니, 1600만 노동자 가운데 노동절에 쉰 사람은 많게 잡아야 400만 명도 안 될 것 같다. 더군다나 종업원 5인 미만 사업장에서 일하는 300만 명은 출근해 일하더라도 휴일근로에 대한 가산임금조차 받지 못하는 처량한 신세다.

노동절을 "봄볕과 같은 즐거운 날"로

민주통합당의 박용진 대변인은 어제 논평에서 "세계노동절을 맞이해서 수고하신 노동자들에게 위로와 격려의 말씀을 드리며, 따뜻한 봄볕과 같은 즐거운 날이 되기를 기원한다"고 밝혔다.

1600만 노동자 모두, 아니 5000만 대한민국 국민 모두에게 노동절이 "따뜻한 봄볕과 같은 즐거운 날"이 될 수 있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나는 그 출발점을 노동절의 공휴일 지정에서 찾고 싶다. 선진국과 후진국을 가리지 않고 세계 80개국에서 실시하고 있는 것을 우리나라가 한다고 해서 문제될 것은 없다.

현행 '근로자의 날 제정에 관한 법률'에 나와 있는 "근로기준법에 의한 유급휴일"을 "관공서의 공휴일에 관한 규정에 의한 유급휴일"로 바꾸고,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관공서의 공휴일에 관한 규정'에 노동절을 추가하면 될 일이다.

노동자들이 제대로 쉬는지 양대 노총도 관심 없어

대한민국 모든 국민이 일 중독증에 걸려서일까? 노동절을 국민 모두가 즐길 수 있는 법정공휴일로 지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거의 들리지 않는다.

어제 노동절에서 한국노총은 이명박 정부의 반노동정책을 분쇄한다고 다짐했고, 민주노총은 지도부 구속을 불사한 총파업 투쟁을 선언했지만, 노동자 대다수가 쉬지 못하는 현행 노동절 문제에 대한 언급은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민주노총이 "관공서와 학교 비정규직에 대한 '유급휴무' 실시여부 집중 감시활동을 하고 있다"고 밝힌 걸, 그나마 관심을 보인 것으로 반겨야 할까.

노동운동을 둘러싼 상황이 엄중한 것은 모르는 바 아니나, 노동절을 맞은 양대 노총의 외침에서 힘없는 보통 노동자들의 일상을 보듬어주는 소박함과 따뜻함을 느낄 수 없는 것은 아쉬운 대목이다. 평범한 노동자들의 작은 바람과 노동조직의 거대 주장에서 드러나는 격차가 노동운동의 사회적 고립과 계급적 분열을 가져오는 것은 아닌지 돌아볼 일이다.

ⓒ프레시안(허환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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