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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업계도 "SRM 제거·소 나이 추적 불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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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업계도 "SRM 제거·소 나이 추적 불가능하다"

미국 보고서 "소 연령 확인할 어떠한 방법도 없어"

미국 축산업계가 광우병 위험물질(SRM)을 완벽히 제거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일찌감치 밝혔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또 소의 월령 구분도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 내용에 따르면 미국은 물론 한국 정부가 지난 25일 미국에서 광우병이 재발한 이후 취해 온 대응책이 모두 눈 가리고 아웅하는 격이었음을 알 수 있다. '안심하라'는 정부 주장은 투명한 정보 아래 제기된 게 아니었으며, 줄곧 비판적인 입장을 취해 온 사회단체의 주장이 맞았다는 주장이 가능한 대목이다.

▲NRA 회원인 달링 주터내셔널사가 2008년 1월 3일, 미 규제당국에 보낸 편지의 일부. "뇌와 척수를 제거하는 건 비현실적(not practical)"이라는 내용이 눈에 띈다. ⓒ프레시안
美 업계 "SRM 제거 사실상 불가능"

연구공동체 건강과대안이 전미렌더링협회(NRA)가 지난 2008년 1월 미국 식품의약국에 제출한 '사료 규제 강화조치에 관한 의견' 보고서를 입수해 밝힌 내용에 따르면, 미국 축산·사료업계 관계자들은 소에서 SRM을 완전히 적출해내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고 밝혔다.

렌더링(rendering)이란 동물의 사체를 가공해 동물성 단백질과 지방을 추출, 가공식품이나 사료의 원료로 만드는 산업이다.

이 보고서는 NRA 산하 달링 주터내셔널사(Darling Jutanational)가 보낸 편지 내용을 NRA가 인정하는 형식으로 돼 있다. 미 규제 당국이 2008년 당시 광우병 파동에 대응해 미국산 쇠고기 수출을 늘릴 목적으로 규제 수준을 높이려 하자, 당국의 까다로운 도축 규제가 렌더링업계의 이익을 떨어뜨릴 것이라는 우려가 담긴 게 주요 골자다.

보고서에 따르면 NRA는 SRM을 완전히 제거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주장한다. SRM은 30개월 이상 된 소의 뇌와 척수, 두개골, 눈, 삼차신경절, 배근 등을 지칭하는 용어로, 광우병을 유발하는 단백질이 가장 많이 함유된 부분이다.

NRA는 "뇌와 척수를 (도축장이 아니라) 농장에서 죽었거나 수송 도중 죽은 소에서 제거하는 건 조직 부패 문제로 인해 극도로 어렵다"며 "만일 이 물질(SRM)들이 제거되지 않았다면, 사체 전부가 동물 사료로의 사용을 금지하는 소의 물질(CMPAF, Cattle Materials Prohibited in Animal Food)로 분류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SRM을 완벽히 제거할 수 있는 방법이 포함돼야 관련 규제를 벗어날 수 있겠지만 "현재 그런 방법은 없다"고 설명했다.

다만 렌더링업계가 SRM 제거의 비현실성을 우려하는 건 쇠고기 소비자의 안전을 우려해서가 아니다. 까다로워진 규제로 인해 업계가 질 부담이 커지는 걸 두려워해서다. 이들 업계는 미 당국에 광우병 유발 인자가 함유됐을 우려가 높은 CMPAF를 동물용 사료로 사용할 수 있게 해 달라고 강하게 요청했다.

이들은 "식품의약국(FDA)이 30개월령 이상 소의 두개골과 척주에 남아 있는 뇌와 척수 잔여물에 대한 가공 허용 단계를 완화하지 않는 한, 이 물질들은 여전히 CMPAF로 취급될 것"이라며 이에 따라 렌더링업계가 부담할 비용은 1억2700만 달러를 넘어설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만일 FDA가 CMPAF를 (사료 사용에) 금지한다면 도축검사에서 불합격한 소의 사체 67%에서 렌더링이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며 "CMPAF에서 파생된 물질의 대안적인 사용 방안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고 요청했다.

소 나이 구분도 불가능

나아가 렌더링업자들은 소의 연령 구별은 물론, 이력추적도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NRA는 "가공업자(renderer)들은 소의 나이를 알아내는 건 불가능하고 비현실적이라는 점을 확인해 줬다"며 그 근거로 △가공업자들이 연령 데이터를 갖고 있지 않고 △가공업자들이 낙농인에게 관련 자료를 요구할 수도 없다는 점을 들었다.

나아가 아예 미국에는 소의 이력을 추적할 시스템 자체가 갖춰져 있지 않은 게 현실이라고도 밝혔다. NRA는 FDA가 소의 나이를 감별할 기준을 제시하지 못한다고 밝히고 그 이유로 "미국에는 의무적인 국가 차원의 동물 식별 시스템(NAIS, National Animal Identification System)이 없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편지를 쓴 달링 사는 "소의 나이를 확인할 어떠한 방법도 알지 못한다"고 밝혔다.

NRA는 또 "만일 FDA가 CMPAF로 규정한 사체를 렌더링업계가 (사료로) 사용할 수 없다면, 낙농인은 소의 나이가 30개월 미만이라고 '잘못 확인'하거나 주 정부나 지방 정부의 사체 유기 규제를 위반해야 하는 상황에 놓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러한 요구는 관련 규제를 풀어달라는 NRA의 압박이지만, 돌려서 해석하면 한국으로 수입되는 미국산 소의 가공물, 나이를 30개월 미만산으로 확신하기 어렵다는 근거가 될 수 있다.

NRA는 이러한 이유들을 들며 렌더링제품, 즉 동물 사료에 CMPAF 잔류허용량을 인정하는 식의 규제완화를 요구했다. 이러한 규제가 풀린다면 사실상 SRM을 30개월 미만의 소가 섭취할 가능성도 높아진다.

NRA가 우려한 2008년 미국의 사료 금지 조치는 광우병에 감염된 소, 30개월이 넘은 소의 SRM, 도축검사에 불합격한 SRM 포함 소의 부산물을 동물 사료로 사용할 수 없도록 규정한 것이다. 그러나 이번 조치에도 여전히 미국은 30개월 미만 소 사체의 경우 CMPAF로 보지 않는다.


▲30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에서 주이석 광우병조사단장이 미국 워싱턴으로 출국하기 전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뉴시스

'안전하다'는 정부 주장, 믿을 수 있나

이 보고서 내용이 관심을 끄는 이유는 누구보다 광우병 사태에서 민감하게 반응할 렌더링업계가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밝힌 내용이 담겨있다는 이유에서다. 광우병 사태를 민감하게 바라보는 미국이나 한국의 시민·사회단체가 아닌 업계에서 소의 SRM 분리, 월령 추적이 불가능하다고 인정한 것이다.

지난 25일 광우병이 재발견됐음에도 수입 금지는 물론 검역 금지 조치도 받아들이지 않는 정부 주장에 대한 국민적 불신이 커질 가능성이 높아진 셈이다.

정부는 그간 "한국은 30개월 미만의 SRM을 제거한 미국산 쇠고기를 수입하므로 광우병 위험에서 안전하다"고 주장해 왔다. 또 렌더링업계의 주장과 같은 이유로 미국산 쇠고기 수입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국내 전문가 집단의 지적을 '궤변' 내지 '음해'로 폄훼해 왔다.

30일 정부와 청와대 일부에서는 야권은 물론 여권에서까지 강력한 대응을 주문하자 검역 강화 단계를 종전보다 더 높여 100% 검역 방안까지 거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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