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박주선 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대법원은 한미 FTA 협상이 한창이던 지난 2006년 6월, 법무부 요청에 따라 ISD에 관한 의견서를 작성했다. 이 문서는 지난 5년간 공개되지 않았다. 대법원은 문서 보존기간(6년 이상)이 지나지 않았음에도 국회의 자료제출 요구에 "보관하지 않고 있다"고 거짓 답변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의원실이 받은 '한미 FTA 국제투자분쟁 해결절차(ISD)와 관련한 검토의견'을 보면, 대법원은 ISD로 인해 "미국 투자자의 중재 청구가 더 많을 것"으로 예상하고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제소에 따른 대응 등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하고, 중재 청구 대상에 사법부의 재판을 배제할 수 없다면 극심한 법적 혼란을 초래할 수 있는 등 부작용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이어 "ISD 도입 여부는 국민의 충분한 의견 수렴을 거쳐 판단해야 하며, 특히 중재 청구 대상에 사법부의 재판은 배제하는 등 중재 청구의 대상과 요건을 구체적으로 특정해, 그 해석과 관련한 분쟁을 방지"할 것을 정부에 주문했다. 그러나 이와 같은 주문은 노무현 정부와 이명박 정부에서 모두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대법원이 2006년 작성한 ISD 관련 '검토의견서'. ⓒ박주선 의원실 제공 |
대법원은 ISD의 문제점으로 크게 3가지를 들었다. 우선 정부의 각종 정책이 간섭받고, 이 과정에서 사법부가 관여할 여지가 없어진다며 주권 침해 가능성이 높다고 대법원은 우려했다. 이와 같은 문제로 인해 대법원은 외국인이 한국 국민보다 더 많은 권리를 누려 "평등권에 어긋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대법원은 또 ISD로 인해 사법부 재판까지 중재 청구의 대상이 돼 법적 불안정을 초래할 우려가 높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대법원은 미국 사법부의 판결을 중재기구가 심판해 논란이 인 로언 사건을 구체적 사례로 들었다. 캐나다 장의업체 로언은 1995년 미국 미시시피 주법원에서 5억 달러 배상 판결을 받았음에도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위반을 이유로 ISD를 청구했다.
대법원은 마지막으로 국가 공공정책이 왜곡될 우려가 높다고 강조했다. 다만 양국 정부가 공중 건강, 안정, 환경 등을 간접 수용에서 배제시킨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대법원은 중재 절차에서도 NAFTA에 비해서는 한미 FTA가 공정하다고 평가했다.
박주선 의원은 지난해 12월 현직 판사 166명이 한미 FTA가 사법주권에 미칠 영향에 대한 우려를 표한 이유가 "2007년 한미 FTA 체결 때 대법원의 검토의견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며 "오는 6월로 예정된 ISD 재협상에서 대법원 의견을 반드시 수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법원이 이와 같은 의견을 제시하던 지난 2006년, 법무부도 ISD에 대한 우려를 표한 바 있다. 지난해 10월 김재윤 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법무부는 지난 2006년 '한미 FTA 협상 국제투자분쟁 분야 대응방안', '투자분쟁 관련 2차협상 대응방안' 등의 문건을 통해 ISD가 "초헌법적 제도"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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