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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대 연봉 국회의 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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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대 연봉 국회의 경제학

[이정전 칼럼] "국회의원들이 '밥값' 하게끔 하는 구조 만들어야"

4월 24일, 18대 국회가 본회의조차 열지 못하고 사실상 막을 내렸다는 보도가 나왔다. 수많은 민생법안을 둘러싼 여야 간의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법적으로는 이번 국회가 5월 말에 종료된다고는 하지만, 낙선 의원들이 등원하려하지 않을 것이고 여당이나 야당 모두 집안단속하기 바빠서 본회의 소집이 사실상 물 건너갔다고 한다. 만일 이대로 18대 국회가 끝난다면, 미처리 법안이 6639건에 이르면서 폐기 비율이 45%를 기록하게 된다. 이 비율은 16대 국회의 26.4%와 17대 국회의 40%에 비해서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그러니 이번 국회가 욕을 얻어먹지 않을 수 없다. 보수진영은 직무유기 국회였다고 비난하고 있고, 진보진영은 4대강 강행, 부자감세, 미디어 법, FTA법안 등 악법을 양산한 최악의 국회였다고 혹평하였다.

이렇게 무능의 오명을 뒤집어 쓴 18대 국회의 의원 세비를 보면, 아마도 많은 시민들이 돈이 아깝다며 혀를 찰 것이다. 올해 국회의원의 세비는 1인당 1억3796만 원이었다. 그러니 국회의원은 억 소리가 나는 억대 연봉자다. 경제가 전반적으로 안 좋고 서민들의 생활이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는데 유독 국회의원의 세비만은 작년에 비해서 10.9%가 올랐다고 한다. 얼마 전에는 어느 지방의회 의원들이 기습적으로 자신들의 세비를 올려서 빈축을 사기도 했다.

의원들의 세비를 올리면 어떤 효과가 발생할까? 크게 두 가지 효과를 생각해볼 수 있다. 그 하나는, 납세자의 소득이 감소하는 대신 의원의 소득이 증가하는 효과다. 의원의 세비는 국민의 혈세에서 나온다. 그러므로 납세자 개개인의 입장에서 보면 이 첫 번째 효과는 나쁜 효과다. 하지만, 경제학적으로 보면, 나쁘지도 좋지도 않다. 납세자의 호주머니에서 나온 돈이 의원의 호주머니로 들어갔으니 경제 전체적으로 보면 한쪽의 마이너스가 다른 쪽의 플러스로 상쇄되어 버리기 때문이다.

경제학자들이 지극히 우려하는 것은 두 번째 효과다. 즉, 더 높은 보수를 노리고 무능한 의회로 우수한 인재들이 몰리는 효과다. 변호사, 의사, 교수, CEO 등이 국회로 몰리면, 우수한 인재들을 뺏기는 법조계, 의료업계, 학계, 업계 등의 질은 그만큼 떨어질 것이 아닌가.

그렇다면, 국회의원의 질이 올라가는 효과가 다른 분야의 질이 떨어지는 효과보다 과연 더 클 것인가? 대부분의 경제학자들은 절대 그렇지 않다고 자신 있게 말할 것이다. 정부나 정치권은 민간부문에 비해서 구조적으로 비효율적이라는 것이 대부분 경제학자들의 굳은 신념이다. 그리고 이런 신념을 뒷받침하는 근거를 경제학자들은 풍부하게 가지고 있다. 18대 국회뿐만 아니라 과거의 국회가 경제학자들의 이런 신념을 더욱 더 굳게 하였다. 그렇다면, 세비인상은 결국 다른 분야의 우수한 인재들을 국회로 끌어들여서 무능한 사람으로 전락시키는 효과를 낳는 셈이다. 이것이야 말로 경제학자들의 말하는 비효율의 표본이다.

저번 총선을 거쳐서 새로 구성되는 19대 국회가 과연 경제학자들의 그런 굳은 신념을 다소라도 흔들리게 만들 수 있을까? 물론, 효율성의 잣대로만 정부나 정치권을 평가할 수는 없다. 경제학자들은 효율만 생각하는 학자들이다. 하지만, 비효율이 너무 심해지는 것 또한 곤란하지 않은가.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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