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국방부는 북한 전역의 핵시설과 미사일기지 등 핵심 시설을 타격할 수 있는 크루즈 미사일을 독자 개발해 실전배치했다고 밝혔다. 미사일의 이름이나 제원은 보안사항이라는 이유로 공개하지 않았다.
국방부 정책기획관 신원식 소장은 이날 "군은 현재 북한 전역의 어느 곳이나 즉각 타격할 수 있는 세계 최고 수준의 정밀도와 타격 능력을 갖춘 순항미사일을 독자 개발 배치했다"며 "군은 이런 능력으로 확고한 대비 태세를 갖추면서 북한의 무모한 도발시 단호하고 철저하게 응징할 것"이라고 밝혔다.
신 소장은 "이 순항미사일은 수백 킬로미터 떨어진 창문을 정확히 타격할 수 있는 무기"라며 "북한 전역의 모든 시설과 장비, 인원을 필요한 시간에 원하는 만큼 타격하는 능력을 갖췄다"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나라 어느 곳에서 발사하더라도 북한 전역을 커버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은 미국과 맺은 미사일 지침에 따라 사거리 300킬로미터, 탄두중량 500킬로그램 이상의 탄도미사일을 개발할 수 없다. 반면 제트 엔진을 사용하는 순항 미사일은 사거리 제한이 없어 군은 사거리 500킬로미터의 현무-3A, 1000킬로미터의 현무-3B, 사거리 1500킬로미터의 현무-3C를 개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어디에서도 북한 전역을 타격할 수 있다는 말은 사거리가 1000킬로미터를 넘는다는 의미다.
▲ 국방부가 19일 공개한 미사일 발사 장면. ⓒ연합뉴스 |
이번 발표는 전날 북한 인민군 최고사령부가 성명을 통해 최근 한국에서 벌어진 북한 규탄 시위에 대해 "서울 한복판이라 해도 우리의 최고 존엄을 헐뜯고 건드리는 도발 원점으로 되고있는 이상 그 모든 것을 통째로 날려보내기 위한 특별행동조치가 취해질 것"이라고 강하게 비난하는 상황에서 나와 주목된다. 대남 비난에 맞서 북한에 대한 타격 능력을 강조한 셈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수도권 이남에서 발사하더라도 평양 노동당사에 있는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의 집무실 창문까지도 타격할 수 있다'는 식의 군사적 강경노선이 현재 경색된 한반도 정세에 도움이 되지는 않는다는 우려가 나온다. 군은 이례적으로 이날 공개한 무기들이 사용되는 동영상까지 공개했다. 지난 15일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열병식에 대한 맞불놓기와도 같은 장면을 연출한 것이다.
북한이 로켓 발사를 규탄하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의장성명에 대해 수용 불가 입장을 밝히고 2.29 합의의 파기를 주장하면서 3차 핵실험에 대한 가능성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이런 때에 남측이 군사 대응태세를 강조하면 위기를 고조시킬 뿐이라는 지적이다. 이처럼 군사적 긴장이 높아지면 꽃게잡이철에 접어드는 서해에서 또 한 번의 무력충돌이 일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현재 한국 정부의 역할은 정밀타격 무기를 공개하는 게 아니라 '핵실험을 하면 북을 정밀타격하겠다'는 말까지 나오는 미국을 말리는 것이란 조언도 나온다. 문정인 연세대 교수는 18일 토론회에서 "김영삼-김대중-노무현 정부는 미국이 강경하게 나올 때 말리는 입장이었지만 현 정부는 지금도 북한을 처벌해야 한다는 의지를 가지고 있어 2012년 위기 국면에 접어들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문 교수는 "클린턴 행정부 시절 윌리엄 페리 국방장관이 북한의 주요 핵시설에 대한 군사행동에 나서려다 김영삼 정부가 반대해 못했던 일이 올해 5~7월 사이 이뤄질 수 있다"며 "제재가 이어지는 동안 북한의 핵과 미사일 능력은 강화돼 한반도의 긴장이 한층 굳어지는 '죄와 벌의 악순환'이 벌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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