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의료재단 소속 한일병원에서 노동조합을 만들었다가 1월1일 해고됐던 비정규직 식당 조리노동자들이 지난 17일 병원 측과 극적으로 고용승계에 합의했다. 원청이 직접 나서 하청노동자들의 고용을 보장한 것은 이례적이다.
민주노총 서울본부와 한일병원이 이날 체결한 합의서에 따르면, 한일병원은 앞으로 2개월 이내에 새로운 외주업체를 선정해 농성하던 노동자 11명 전원을 채용하기로 합의했다. 이들이 농성에 접어든 지 109일, 병원점거농성을 한 지 8일 만이다.
병원 측은 또한 급식노동자 11명에게 합의금 명목으로 총 1250만 원을 30일 이내에 지급하기로 했으며, 노조와 병원 측은 상호간에 제기된 민형사상 소송을 모두 취하하기로 했다.
이날 오전에 협상에 접어든 병원과 노조는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해 오후 12시 협상을 결렬했으나 오후 5시에 재개된 협상에서 최종 합의를 이끌어냈다. 양측은 합의안에 저녁 8시에 서명했다.
조리노동자들은 적게는 10년에서 많게는 30년 넘게 이 병원에서 일했다. 하지만 병원은 직영으로 운영하던 식당을 1999년부터 외주화했고, 용역업체를 한화·신세계·아워홈 등으로 바꿔왔다. 비정규직화 이후 노동자들의 노동시간은 늘었지만 임금은 최저임금수준에도 못 미치는 90여만 원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관련 기사 : 어느 중년 여성의 '눈물의 삭발식')
이에 노동자들은 "근로기준법이 보장하는 잔업수당이라도 지급해달라"며 지난해 7월 민주노총 서울일반노조에 가입했고, 용역업체가 바뀌는 과정에서 새해 첫날 계약해지를 통보받았다. 노동자들은 고용승계를 요구하며 10일부터 병원 로비 1층을 점거했다. 병원은 모든 출입문을 봉쇄하고 음식물 반입을 통제하는 등 노조와 격하게 대립했으나, 이날 극적인 고용승계 합의가 이뤄졌다.
한편, 입원환자의 식사는 치료의 일부라는 판단에서 지난 2006년부터 건강보험 급여서비스로 포함된 바 있다. 병원이 식당을 직영하며 식사를 제공하는 경우에는 병원에 가산금이 지급되기도 한다.
보건의료단체연합은 "병원이 식당을 직영해야 환자에게 양질의 식사를 제공할 수 있지만, 대형병원일수록 식사를 외주업체에서 넘기는 편"이라며 "한일병원이 식당노동자들을 직접 고용하고, 더 나아가 병원식사 외주화를 제도적으로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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