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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권이 대선에서 승리한들…"

[이태경의 고공비행] "날아가버린 개혁의 기회, 총선 패배자는 국민"

누구도 예상못한 새누리당의 원내 과반의석 확보와 기대에 한참 못미치는 야권의 의석수를 두고 온갖 분석이 난무하고 있다. 분석 가운데 일리가 있는 것도 있고 음미할 대목이 있는 것도 많다. 이번 선거를 통해 분명히 확인된 사실은 여전히 새누리당이 대한민국 정치지형에서 굳건한 "갑"의 지위를 고수하고 있다는 점이다.

새누리당은 사회 각 부면을 주름잡고 있는 주류(main stream)들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았을 뿐 아니라 언론시장을 완전히 장악하고 있는 조중동 및 공중파 방송들의 화끈한 엄호사격 아래 선거를 치렀다. 더욱이 숫자도 많을 뿐 아니라 어떤 상황에서도 새누리당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지 않는 콘크리트 지지층은 이번 선거를 대선의 전초전으로 인식하고 똘똘 뭉쳐 선거장으로 향했다. 여기에 나름의 판단력과 결단력을 통해 새누리당을 꽤 성공적으로 분식(粉飾)한 차기 대선주자 박근혜의 강력한 지도력과 대중적 흡인력이 더해져 가공할 위력을 발휘했다.

새누리당이 할 수 있는 모든 걸 한 반면, 가뜩이나 새누리당에 비해 지지세력의 규모도 작고 열성도 떨어지며, 언론시장에서 비대칭적 환경에 놓여있던 야권은 적지 않은 실수들을 저지르며 지지자들을 투표소로 최대한 동원하는데 실패했을 뿐 아니라 전국 단위 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부동층의 대거 흡수에도 성공하지 못했다. 낮은 투표율이 이를 잘 반증하는데, 만약 투표율이 조금만 더 높았더라면 새누리당이 완승을 거둔 20여 곳의 접전 지역에서 야권이 대부분 승리할 수 있었을 것이고, 그리 되었다면 원내 과반의석은 야권의 차지가 되었을 가능성이 높았다.

새누리당이 원내 과반정당이 되고 참패할 위기를 대첩의 기적으로 바꾸었다고 해서 새누리당에게 표를 던진 유권자들의 선택이 현명했다고 평가하는 것은 어불성설일 것이다. 대부분의 새누리당 지지자들이 이명박 정부에 대한 심판을 박근혜 새누리당에게 맡긴 것으로 볼 수 있을텐데, 이명박 정부를 낳은 자궁이 기실 새누리당으로 이름만 바꾼 한나라당이라는 점, 이명박과 박근혜의 국가운영철학과 정책은 근친성이 매우 높다는 점, 박근혜 주위에 포진한 인사들의 시대인식과 가치관이 매우 퇴행적이라는 점 등을 감안할 때 박근혜 새누리당이 정권재창출에 성공한다 해도 더 많은 자유와 더 윤택한 가계와 더 튼튼한 안보가 제공될 확률은 극히 희박해 보이기 때문이다.

아무튼 현명했건, 어리석었건 대한민국 유권자들은 이번 총선에서 박근혜 새누리당에게 원내 과반의석을 선사했다. 이건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객관적인 현실이다. 그리고 이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은 한국사의 전개과정에서 너무나 엄청난 무게를 지니고 영향을 미칠 것이다. 설사 야권이 유력한 대선주자를 내세우고, 지지자들을 결집시키며, 부동층을 흡수해 기적적으로 대선에서 승리한다 해도 한국사회를 근본적으로 개혁 할 수 있는 제도적 길이 사실상 봉쇄되었기 때문이다. 원내 과반의석을 차지한 그리고 이제 막 임기가 시작돼 차기 대통령과 임기의 대부분을 함께 할 새누리당이, 강철같은 의지와 충분한 실력을 갖춘 야권의 차기 대통령이 99%를 위한 개혁입법과 예산 확보를 간절히 요청한다 해도 이에 동의할 리 없다.

야권이 전열을 정비해 대선에서 승리하기에는 넘어야 하고 헤쳐야 할 과제들이 너무나 많다. 객관적 조건과 주관적 역량이 최적으로 조합해 대선에서 승리한다고 해도 야권이 한국사회를 근본적으로 개혁할 실력과 의지가 있는지도 의문이다. 더구나 이들 앞에는 원내 과반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그래서 모든 개혁입법과 정책들을 무위로 돌릴 의지와 힘을 지닌 새누리당이 버티고 있다. 어쩌면 우리는 참여정부의 재림을 참담한 심경으로 목격할지도 모른다. 이번 총선의 패자는 박근혜 새누리당을 제외한 국민 모두이며, 기권자와 심지어 새누리당에 표를 던진 사람들조차 자신들의 정치적 선택을 뼈저리게 후회하게 될 것이다.

ⓒ프레시안(최형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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