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광명성 3호' 발사가 국제사회의 룰을 깨트린 것이라는 주장은 2009년 채택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1874호에 근거한다. 북한은 그해 4월 '광명성 2호' 위성을 '은하 2호' 로켓에 탑재해 태평양 쪽으로 발사했다. 이에 안보리는 의장성명을 발표했지만 북한이 이에 반발해 5월 핵실험을 강행하자 1874호 대북 제재 결의를 채택했다. 이 결의에는 "탄도 미사일 기술을 이용한 어떤 발사"도 금지한다고 규정했다.
장거리 로켓 꼭대기에 위성을 탑재하면 위성이 되고 탄두를 실으면 미사일이 된다. 따라서 인공위성과 미사일은 구분돼야 한다. 그러나 위성이나 미사일이나 사실상 같은 기술이 사용되므로 북한이 광명성 3호를 발사할 경우 안보리가 소집되는 것은 논리적인 귀결이다. 안보리는 의장국이나 이사국의 요구가 있으면 언제든 소집되고, 이사국이 아닌 유엔 회원국도 "국제 평화와 안전의 위기"라고 판단하면 소집을 요구할 수 있다. 실제로 이번 발사 당일에도 한국과 미국의 요구에 따라 안보리가 소집될 가능성이 높다.
그 후 정세의 변수는 안보리가 내놓을 대응의 수위와 강도로, 그에 따라 북한이 3차 핵실험으로 갈지 '유야무야' 넘어갈지가 갈린다. 2009년과 같은 수준으로 발사를 규탄하는 의장성명(presidential statement)이 채택된다면 북한은 핵실험 수순을 밟게 될 가능성이 커진다. 그러나 중국 변수 때문에 의장성명이 채택되지 않을 가능성이 보다 높게 점쳐진다. 의장성명은 15개 이사국 중 한 국가만 반대해도 채택될 수 없다.
현재 중국은 '인공위성 발사는 안보리 결의 1874 위반'이라는 말을 명시적으로 하지 않은 채 관련국 모두의 강경 대응 자제를 촉구하는 중립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 지난 8일 중국 닝보(寧波)에서 열린 한·중·일 외교장관 회담에서도 중국은 북한의 로켓 발사에 우려를 표했지만 구체적인 대응에 대해서는 한·일과 이견을 보였다. 따라서 안보리가 소집되더라도 같은 입장을 취한 공산이 크다.
▲ 북한 조선중앙TV가 8일 보도한 외신 기자들의 '은하3호' 로켓 발사장 취재 모습. ⓒ연합뉴스 |
유엔 무대에서의 대응에 한계가 있다면 개별 국가가 북한에 대해 직접 취하는 제재만 남는다. 하지만 이러한 대북 제재에도 새롭게 내놓을 만한 카드가 없는 현실이다.
한국은 2010년 천안함 사건 이후 5.24 조치를 통해 남북교역 중단, 대북 신규투자 금지, 대북지원 사업 원칙적 보류, 북한 선박의 한국 측 해역 운항 불허 등 대대적인 제재를 취한 상태다. 쓸 수 있는 강경 카드로는 개성공단 사업 전면 중단 같은 게 있지만 남측 기업들의 피해 때문에 현실성이 없다.
일본 역시 대북 선박 왕래 및 송금 금지 등과 같은 조치를 이미 취하고 있어서 유효한 제재가 '바닥난' 상태다. 북한과의 경제협력이 강화하고 있는 중국이나 러시아가 제재에 동참한다면 실질적인 타격이 될 수 있지만 현실성이 매우 낮은 얘기다.
미국은 독자적인 대북 추가 제재를 밀어붙일 가능성이 있다. 지난해 12월 미 하원에서 410대 11로 통과된 '이란-북한-시리아 비확산 개혁 및 현대화 법안'이 단초다.
이 법안은 이란·북한·시리아와 대량살상무기(WMD) 관련 물품 등 교역 금지물품을 거래하거나 광물 채굴 계약을 맺는 이들에 대한 정보를 미 정부가 파악하고, 세 국가에 재래식 군사장비를 판매하는 국가의 미국 내 자산을 동결하는 내용 등이 담겨 있다. 미 상원에도 이와 유사한 법안이 계류되어 있지만 언제 통과될지는 미지수다.
북한의 위성 발사 계획에 반발해 지난 2월 합의한 대북 영양지원 중단 의사를 밝힌 오바마 정부가 2005년 방코델타아시아(BDA) 사건을 응용해 금융기관 제재에 나설 수도 있다는 관측도 있다. 지난해 말 이란산 원유 금수 조치을 발표하면서 원유 수입과 관련해 이란 중앙은행과 거래하는 제3국 금융기관에 대해 미국의 금융기관과의 거래를 제한했던 방식이 북한을 대상으로 유사하게 취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제재는 효과는 강력할지 몰라도 북한 문제와 직접적으로 관련이 없는 국가가 피해를 볼 수 있다는 반발이 나온다. 그같은 제제 조치가 취해지면 그 대상은 중국 금융기관이 될 가능성이 높은데 중국 정부의 반발과 함께 중국 경제에 의존하는 국가들의 성토까지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북한이 '광명성 3호'를 발사했다고 해서 이같은 제재가 즉시 취해질 가능성도 낮다. 위성 발사에 따른 안보리 대응의 강도, 그에 따른 북한의 핵실험 여부 등이 제재 수위를 결정할 것이다. 그러나 미국도 북한과의 2.29 합의에 따른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단의 대북 파견을 포기하기가 힘들다. 거기에 중국 변수까지 더해지면서 위성 발사 이후의 국면은 매우 유동적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외신 기자들을 대거 불러들여 미사일이 아니고 위성임을 입증한 북한의 전술도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듯하다. 한편으로는 미국이 안보리에서 '퇴각'하는 명분으로 작용할 수도 있고, 다른 한편으로는 안보리의 대응에 북한이 더 강력히 반발하는 토대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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