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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시대를 열 일꾼을 뽑자"

[이정전 칼럼] "돈으로 행복 사던 시대는 저물고 있다"

역사책을 보면, 시대의 흐름을 제대로 읽지 못해서 망하거나 큰 곤혹을 치르는 사례를 수없이 많이 읽을 수 있다. 조선이 임진왜란을 겪고 있을 무렵 중국 대륙에서는 새로운 큰 기운이 일어나기 시작하였다. 조선과 명나라가 임진왜란으로 정신이 없는 틈을 타서 여진족(만주족)의 청나라가 급작스럽게 세력을 키웠다. 선조의 뒤를 이은 광해군과 그의 측근들은 이 새로운 기운을 분명히 읽고 이에 현명하게 대처하려고 노력하였다. 그러나 수구 세력들이 끈질기게 이들의 발목을 잡았다. 여진족을 야만인이라고 깔보던 조선의 수구세력들은 멸망해가는 명나라의 바지자락만 붙잡고 있었다. 이 수구세력들이 인조반정을 일으켜서 광해군을 권좌에서 쫓아냈다. 하지만, 시대의 흐름을 거역한 이들은 결국 조선의 왕이 청나라 황제 앞에 무릎을 꿇고 항복하는 국치를 자초하고 말았다. 야만족이 세운 청나라가 중국 대륙을 장악하고 200여년이나 통치하면서 중국 역사상 최강의 대제국으로 부상할 것임을 이들은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우리 민족은 한 번도 중국 대륙을 지배해 보지 못했지만, 만일 우리가 중국을 장악했더라면 과연 어떻게 통치했을지, 우리가 깔보던 여진족(만주족)처럼 잘 통치할 수 있었을지, 청나라의 역사를 보면서 늘 생각해보게 된다.

과거 역사의 교훈을 생각하면서 오늘의 우리를 돌아보자. 총선과 대전을 앞두고 여야 모두 헌법119조 2항에 묻혀있던 "경제민주화"를 끄집어내서 이를 소리 높이 외치고 있다. 경제민주화가 앞으로 우리 사회의 향방을 가름 하는 주요 방향타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사실 정치권이 말하는 경제민주화의 구체적 내용들은 과거 "경제정의" 구호 아래 시민사회가 오래 전부터 집요하게 요구하던 것들이다. 재벌 및 대기업을 포함한 경제적 강자의 횡포 억제, 공정거래의 확립을 위한 규제의 강화, 소득불평등 완화, 서민복지 증진 등은 경제정의 얘기가 나올 때마다 빠짐없이 거론되던, 귀에 익은 요구사항들이다. 요컨대, 샌달교수가 요구하였듯이 '고삐 풀린' 시장을 제자리로 돌려놓기 위해서 시장에 대한 고삐를 바짝 조이는 것, 이것이 경제정의의 핵심이다.

비록 경제민주화나 경제정의가 피할 수 없는 대세라고 하더라도 그 구체적 내용에 관해서는 마뜩찮게 생각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특히 보수진영의 반발이 만만치 않다. 그러나 한 가지는 분명하다. 1인당 국민소득이 2만 달러 대에 올라서면서 과거와는 전혀 다른 새로운 시대적 상황이 우리 앞에 펼쳐지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반세기 선진국의 경험이 이를 말해주고 있다. 경쟁보다는 협동이 더 중요해지고, 효율이나 생산성보다는 사회적 통합이 더 중요해지는 시대가 오고 있다. 이제 돈으로 행복을 살 수 있는 시대는 저물고 있다. 앞으로의 시대에는 돈으로 살 수 없는 행복이 귀해지고 더 큰 가치를 가지게 될 것이다. 소득수준이 높아지면, 깨끗하고 쾌적한 환경에 대한 수요도 크게 증가한다. 따라서 앞으로의 시대에는 경제개발보다는 환경보전이 더 중요해진다. 과거 저소득 고성장시대에 알맞은 사고방식이나 원칙이 앞으로 올 고소득 저성장시대에는 '가을비에 젖은 낙엽'이 된다. 가을비에 젖은 낙엽은 과감하게 치워 버려야 한다. 이번 총선과 앞으로의 대선에서 우리는 새로운 시대를 준비해야 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이런 점에서 보면, 이번 총선과 앞으로의 대선은 과거 그 어느 때보다 우리나라의 명운에 중요하다. 이명박정부와 같이 뒷걸음치는 정치가 다시는 반복되지 않아야 한다. 비록 여야 모두 경제민주화와 사회복지를 외치고는 있지만, 중요한 것은 구호가 아니라 자질과 태도다. 구호는 비슷해도 자질과 태도는 아주 다르다. 그렇다면, 과연 누가 앞으로 전개될 새로운 시대의 흐름에 가장 잘 부합하는 일꾼인가를 깊이 생각해보고 한 표를 던져야 할 것이다.
▲ ⓒ프레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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