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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77세 약사의 공개 자살 '충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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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77세 약사의 공개 자살 '충격'

긴축정책에 신음하는 남유럽 자화상…제2의 튀니지 사태?

유럽 재정위기 속에 가혹한 긴축정책을 펼치고 있는 그리스에서 한 노인의 항의 자살이 국민들의 가슴에 불을 질렀다. 스페인에서는 수십 년 만에 최악의 긴축정책을 추진하면서 항의 시위가 벌어지는 등 유럽 경제위기의 한파가 쉽사리 사라지지 않고 있다.

4일(현지시간) <로이터>는 이날 그리스 아테네 국회의사당 인근에서 벌어진 77세 노인의 '공개 자살'이 정부의 긴축정책에 항의하는 국민들에게 충격을 줬다고 보도했다.

약사 출신의 연금생활자인 드미트리스 크리스토울라스라는 노인은 이날 오전 인파가 붐비던 신타그마 광장에서 '쓰레기 더미에서 음식을 찾는 것을 거부하겠다'며 지니고 있던 총으로 자살했다.

그의 죽음은 실업률 20%와 임금·연금 감소에 허덕이고 있는 그리스 국민들로부터 안타까움을 샀다고 통신은 전했다. 자살 장소에는 한 시간이 안돼 촛불과 조화를 비롯해 그의 죽음을 부른 경제위기를 비난하는 편지들이 놓였다. 통신은 한 쪽지에 '이제 그만하면 됐다', '다음 희생자는 누구인가'라는 글이 적혀 있었다고 덧붙였다.

▲ 4일(현지시간) 그리스 수도 아테네 의회 인근의 신타그마 광장에서 긴축 정책에 항의해 자살한 노인의 시신을 경찰이 살피고 있다.
▲ 4일(현지시간) 그리스 수도 아테네 의회 인근의 신타그마 광장에서 긴축 정책에 항의해 전직 약사가 자살한 장소에 추모객들이 몰려 있다. ⓒ로이터=뉴시스

지난해 유럽연합(EU)의 그리스 구제금융 조건으로 정부가 추진한 긴축재정안에 항의해 대규모 파업과 시위를 벌이기도 했던 '분노하라' 시위대들은 이날 저녁 신타그마 광장에서 수 백명이 참석한 가운데 집회를 열고 "자살이 아니라 국가에 의한 살인"이라고 비난했다.

통신은 지난해 중동을 뒤흔든 '아랍의 봄'이 2010년 말 튀니지의 한 시장에서 야채를 팔던 청년 노점상 모하메드 부아지지의 분신 자살로 촉발됐다는 점을 상기시켰다. 크리스토울라스는 자살하기 전 "난 빚이 있고, 더 이상 감당할 수 없다. 빚을 자식들에게 물려주고 싶지 않다"고 목격자들이 현지 언론에 전했다.

그리스 경찰 측은 그의 옷에서 발견된 유서에 그를 극단적 선택으로 내몬 경제위기와 정치가에 대한 비난이 담겨 있었다고 밝혔다. 유서는 "정부가 나의 생존을 위한 어떤 희망도 없애버렸고 난 어떠한 정의도 찾을 수 없다"며 "쓰레기 속에서 먹을 것을 뒤지기 시작하기 전에 품위 있게 끝을 맺는 것 말고는 어떤 식으로든 싸울 수 있는 방법을 알 수 없다"고 호소했다.

자살 장소에서 묵념을 올리던 한 행인은 "정부는 우리의 봉급을 줄였고, 우리를 모욕했다"며 "그들은 (보충형) 연금 300유로(약 45만 원)로 연금생활자가 살아갈 수 있다고 정말 믿었나?"라고 분개했다. 그리스 약사 연합의 코스타스 로우란토스 대표는 자신이 약사라고 소개한 익명의 전화를 받았다며 그가 크리스토울라스의 뒤를 이어 자살할 뜻을 밝혔다고 전했다.

긴축 정책을 밀어붙이고 있는 루카스 파파데모스 총리는 정부가 어려움에 빠진 국민들을 돕겠다고 진화에 나섰지만 소수 정당들은 다음달로 예정된 총선과 맞물려 집권당이 추진하는 긴축정책을 비난할 호기로 삼고 있다.

그리스 정부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최악이라는 경제위기 속에서 유로존으로부터 4년간 1727억 유로를 지원받는 대신 최저임금을 22% 삭감하고 연금도 12% 이상 줄이는 등 국민들의 희생을 요구하고 있다. 경제위기가 본격화된 2010년 이후 그리스의 자살률은 18% 뛰었으며 수도 아테네에서만 지난해 자살한 숫자가 25%나 늘었다.

비극은 그리스로만 끝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그리스와 함께 유럽 경제위기의 뇌관 중 하나인 스페인에서는 지난달 29일 정부의 노동개혁안과 긴축 정책에 항의하는 총파업이 100여 개 도시에서 수 십만 명 규모로 벌어졌다. 실업률 22%, 청년실업률 50%라는 상황에서 긴축 정책이 일자리난을 더 악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스페인 정부는 다음날 270억 유로(약 40조7000억 원) 규모의 긴축예산안 발표를 강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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