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간 MBC 축구 중계의 간판으로 활약한 서형욱 축구 해설위원이 MBC 노조 파업집회에 참석해 강연한 후 재계약 보류 통보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4일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본부장 정영하)에 따르면 서 해설위원은 지난달 23일 노조 주최 사내집회에 참석해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첼시FC를 사례로 들어 "러시아에서 부를 축적한 구단주가 큰 돈을 주고 좋은 선수를 대거 영입했지만, 제대로 된 리더십이 없으니 결국 명문구단이 못 되더라. 기껏해야 몇백 명인 축구팀에서도 리더가 중요하다"는 내용의 강연을 했다.
중상위권 팀 이미지가 강했던 첼시FC는 러시아 석유재벌 로만 아브라모비치가 지난 2003년 인수한 후 강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강팀으로 발돋움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구단주의 잇단 감독 교체로 인해 팀이 흔들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강연이 끝난 후 지난달 말 서 해설위원은 MBC로부터 재계약 보류 통보를 받았다. 서 해설위원은 통상 매년 재계약을 해왔다. 서 해설위원은 노조 측과 인터뷰에서 강연 다음 날 스포츠 제작국으로부터 "(집회에서 강연한다는 것을) 왜 미리 얘기하지 않았냐"는 전화를 받은 후, 당분간 재계약이 어려울 것 같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밝혔다. 고정패널로 매주 출연하던 스포츠 매거진 출연도 어려워졌다.
MBC 노조는 "사측이 올림픽 같은 대형행사를 앞둔 시점에서 명확한 이유도 밝히지 않은 채 서 위원과 재계약을 하지 않은 것은 조합에 대한 지지발언 때문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며 "이런 식으로 귀중한 인적 자산을 스스로 내치는 사측의 해사행위는 즉각 중단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이진숙 MBC 홍보국장은 "현재 관계자들을 찾기 힘들다. 관련 사정을 알아보는 중"이라고 말했다.
서 위원은 국내 최초로 선수출신이 아닌 축구 해설위원으로 활동했다. 해외 축구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바탕으로 한 해설로 새로운 축구해설가 탄생의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재계약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이날 새벽 중계된 FC 바르셀로나와 AC밀란의 챔피언스리그 8강전 중계는 서 해설위원이 MBC에서 해설한 마지막 경기가 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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